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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호

토닥토닥 Talk Zone 토·톡·존

입시가 끝난 후 말말말

입시 여정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입니다. 이미 수시 합격이라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집도, 하루하루 초조하게 정시 결과를 기다리는 집도 있겠죠. 결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는 엄마들의 입시 후일담을 들어봤습니다.

취재 김원묘 리포터 fasciner@naeil.com



지금까진 그럼 뭘 한 거니?

“수능도 폭망, 나름 안정적으로 썼다고 생각한 수시 여섯 장도 모두 불합격하고 나서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사실 지금까지 공부한다고 말만 했지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요. 학원도 가방 들고 왔다 갔다 했을 뿐이라나요. 그러니 앞으로 1년 동안 제대로 한 번 공부해보고 싶다며 재수를 시켜달라는 얘기였는데, 그 말을 듣는 저는 속에서 얼마나 천불이 나던지요. ‘언젠간 노력의 결과가 빛을 발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잔소리 한 번 안 했는데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배신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네가 돈 벌어서 재수를 하든 알아서 하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니까요.”



결국 내 옆에 남는 건 남편뿐

“연년생 두 아이가 한꺼번에 입시를 치른 작년 1년 동안 남편과의 사이가 얼마나 나빠졌는지 몰라요. 아이들이 어떨 땐 안쓰럽다가도 어떨 땐 얄미워 죽겠고, 감정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널뛰는데 옆에서 남편까지 학원비가 아깝다는 둥 정신 상태가 글렀다는 둥 잔소리를 하니까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냉전 상태로 오랫동안 지내면서 지긋지긋한 1년을 보냈죠. 어쨌든 애들은 둘 다 대학에 합격해서 요즘 매일 밖으로 놀러 다니느라 바쁘고, 노심초사 애들 걱정하다가 사이만 나빠질 대로 나빠진 저희 부부만 덩그러니 집에 있네요. 결국 남는 건 우리 둘뿐인데…. 이제 애들은 자기 갈 길 잘 가리라 믿고, 남편이랑 잘 지내보려고요.”



영어 유치원 안 보내준 엄마가 미안해

“아이가 이번에 수능 최저를 못 맞춰서 원하던 대학에 불합격했어요. 수능 점수가 전체적으로 아쉬웠지만 특히 어느 정도 믿고 있던 영어에서 목표한 등급을 못 받은 게 컸죠. 정시로 일단 지원은 해놓았지만 솔직히 상향 지원한 곳은 힘들 것 같고, 하향 지원한 곳에 합격해도 아이는 결국 재수를 택할 것 같아요. 이렇게 되고 나니 그동안 뒷바라지를 잘 못해줘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 후회만 가득합니다. 중학생 때 그 영문법 특강을 듣게 할 걸, 다니기 싫다고 해도 초등학생 때 그 영어 학원을 그만두게 하지 말걸… 이런 생각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영어 유치원을 보냈어야 했나 하는 후회까지 들었지 뭐예요.”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지만…

“친정엄마가 최근 요양 병원에 들어가셨어요. 치매 증상이 있으셨는데 지난 1년 동안 부쩍 심해져 결국 병원으로 모시게 됐죠. 수험생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 보러 친정에 자주 못 간 게 많이 후회되네요. 요양 병원에 들어가면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엄마가 몸도 정신도 지금보다는 건강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얼굴 보고 얘기도 나눌걸 싶어 얼마나 속상한지 모르겠어요. 내리사랑이라고는 하지만 고3 자식 뒷바라지한다고 내 엄마를 모른 척한 것 같아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저에게는 상처만 남은 지난 1년이네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지

“큰아이에 이어 둘째까지 입시를 끝내고 보니, 이제 주위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네요. 한때 거의 매일 만나던 아이들 친구 엄마들은 입시를 치르면서 하나둘 멀어졌어요. 대학을 잘 가면 잘 간 대로, 못 가면 못 간 대로 모임에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아직 아이가 어린 후배들을 만나면 꿈과 희망에 가득 차서 현실 모르는 얘기들만 주구장창 하는데, 두 번의 입시를 치르는 동안 이미 멘탈이 무너진 저는 그런 얘기에 맞장구칠 기력도 없고요. 그렇다 보니 맘 편히 만날 사람 하나 없어요. 내 인간관계가 이 정도였구나 싶어 아쉽고 외롭기도 한데, 어차피 인생이 그런 거겠죠. 이제부터는 혼자 즐겁게 지낼 방법을 찾아보려고요.”






‘토닥토닥 Talk Zone(토·톡·존)’은 학부모님들의 공간입니다. 입시 고민에 소소한 푸념, 깨알같은 일상 꿀팁까지 학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이번주에는 입시를 마친 학부모님들의 이런저런 심정과 하소연을 들어봤습니다. <내일교육> 학부모님들의 보호구역! 토·톡·존이 언제나 응원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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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Talk Zone [토·톡·존] (2024년 01월 24일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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