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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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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해방! 고3들의 겨울 이야기

고3이라는 대장정을 끝내고 처음 맛보는 해방감. 우리 고3 아이들은 요즘 뭘 하면서 지낼까요? 엄마의 잔소리 폭탄도 이젠 안녕~. 이제 막 성인이 된 고3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과정은 고달파도 여행은 내 힘으로~

힘든 고3 시절 내내 꿈꾸었던 친구들과의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모님 반응. “한 달 정도 아르바이트하면 가능하겠네~” 여행 경비를 직접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많이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니 저는 그동안 ‘돈 먹는 하마’였습니다. 그래, 할 수 있다! 곧바로 백화점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돈을 벌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매니저의 가혹한 충고와 종종 접하는 무례한 고객들… 특히 가장 힘든 건 하루 종일 서 있는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앉아서 공부할 때가 편했나? 가족들과 저녁 먹으러 돈가스집에 갔는데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 “아빠, 종업원이 서툴더라도 우리 딸이다~ 생각하고 잘해줘야 해. 얼마나 힘들겠어~”



운전면허도 한 번에 가자~

수시에 합격하고 나니 입학 전까지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운전면허에 도전하게 됐어요. 수능에 비하니 운전면허 필기쯤은 가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기. 평소 부모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너무 쉬워 보였는데 아니더군요. 중앙선 침범은 기본이고, 연석을 타고 오르기를 여러 차례. 이러다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대학도 한 번에 붙었는데 운전면허를 재수할 순 없지’라는 생각으로 절치부심 끝에 실기에 합격했어요. 지금은 6시간 도로 연수 중입니다. “엄마, 아빠! 이제 놀러 갈 땐 제가 운전할게요. 꼭 타셔야 합니다~”





지구과학책 속 북두칠성을 하늘에서 보다니!

고등학교 진학 후 못 갔던 캠핑을 3년 만에 가족과 함께 떠났어요. 지글지글 양고기를 구워 먹는데 오빠가 “승연아 저기 봐! 북두칠성이야”라며 까만 하늘을 가리키면서 알려줬어요. “내가 잘 모른다고 아무렇게나 얘기하는 거 아냐?” 저도 신기했지만, 말은 비뚤게 나가더군요. 지구과학 시간에 지겹게 공부한 별자리인데 눈으로 직접 영접한 건 처음이에요. 게다가 공부와 상관없이 별자리를 보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던걸요.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오빠한테 대학 생활 팁도 들었어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은 엄마의 한마디. “너희 3년 동안 한 대화보다 오늘 하루 한 말이 훨씬 많다~ 이런 날도 오네.”



아빠는 이날만 기다려왔다!

1월 1일 저녁. 아빠가 마트에서 들고 오신 장바구니에는 막걸리가 있었습니다. “어른 돼서 마시는 첫 술은 아빠한테 배우는 거야~” 순간 고3 때 한두 번 했던 일탈(?)이 떠올라 뜨끔했습니다. 새해 첫날이라고 엄마는 떡만둣국과 함께 삼색전까지 만드셨고 아빠는 막걸리를 따라 저한테 주셨습니다. 두 분이 ‘이날’을 계획한 티가 팍팍 났습니다. “아빠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우리 아들하고 술잔을 부딪치는 날이 오네”라고 말씀하시는 아빠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어요. 어떤 술이 잘 맞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런저런 당부도 해주셨어요. 맞는 주종은 차차 알게 되겠지만 확실한 건 저는 ‘안주파’라는 사실~



놀자니 죄짓는 느낌, 어쩌면 좋나요~

고등학교 입시부터 공부를 손에 놓지 않았던 지난 6년.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이 느낌은 뭐지? 바쁜 고등학교 시절 내내 수능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유일한 목표는 하나. 수능만 끝나면 3년 치 잠을 한꺼번에 자리라고 다짐했는데, 그 또한 쉽지 않더군요. 친구들과 볼링장에 갔지만 ‘노는 것이 편치 않은 이 느낌’. 며칠 고민한 끝에 영어 단어가 머릿속에 가득할 때 토익 점수나 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공부를 쉬고 목표가 없으면 불안한 이 증상, 저만 이런 건가요? ㅜㅜ




‘토닥토닥 Talk Zone(토·톡·존)’은 학부모님들의 공간입니다. 입시 고민에 소소한 푸념, 깨알같은 일상 꿀팁까지 학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이번주에는 입시를 마친 학부모님들의 이런저런 심정과 하소연을 들어봤습니다. <내일교육> 학부모님들의 보호구역! 토·톡·존이 언제나 응원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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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닥토닥 Talk Zone [토·톡·존] (2024년 01월 31일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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