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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호

토닥토닥 Talk Zone 토·톡·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고3 입시는 온 식구가 함께 치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아이가 안쓰럽다가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화가 치밀어 오르기를 반복했던 1년.
체감상 3년은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나요.
입시를 치러보니 옛날 기억들도 새록새록. 다른 엄마들도 다 그렇겠지요?

취재·사진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수험생 히스테리, 이제 끝!




D-200, D-100, D-50…. 언젠가부터 아이의 수능 날을 나의 해방일이라 여겨왔어요. 고3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법한 혼잣말. ‘수능만 끝나봐라!’

대입을 앞둔 아이가 짠하고 안쓰럽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뿜어댈 때면 이 수험생 히스테리를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지, 입시라는 큰 관문 앞에서 아이의 인성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저도 풀 곳이 필요했어요.

아이 때문에 속이 끓어 오를 때마다 재봉틀을 꺼내 가방, 앞치마, 넥타이를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고 11월이 되자 가게를 차려도 될 정도로 수십 개가 쌓였지요. 드디어 수능 날!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더군요. 주책없이 눈물 흘린 사람이 저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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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예쁜 말 교실 수강?




수능이 끝나고 며칠 뒤, 평소와 다름없이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느낌이 싸~하더군요. 돌아보니 아들이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어요.

“왜? 뭐 필요해?” “엄마~ 앞으로 화장실은 내가 청소할게.”

뜬금없는 소리에 처음에는 ‘뭐 사고 싶은 게 있나?’ 싶었죠. 그 뒤로 재활용 쓰레기장을 물어보는가 하면(이사 온 지 4년 만에 첫 질문) 밥상에 수저도 놓아주더라고요. 동생한테 건네는 말투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습니다.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르기 시작했거든요.

덕분에 동생의 말투도 나긋나긋해졌고요. 자연스레 집안이 평온해졌어요. 한때는 아들이 저 모르게 ‘말 밉게 하는 학원’을 다니나 싶었는데요. ‘입시 스트레스’를 털어낸 아이는 마법처럼 말랑말랑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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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감동의 도시락(두 번은 없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그날’이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고3 동안 종종 차로 등교를 시켜 주셨는데 당시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교복이 꽉 끼었죠. 제가 벌인 일(?)이었지만 괜히 엄마에게 투덜댔고요. 그날도 등굣길에 수험생 유세를 떨었나 봅니다. 1년도 못 입을 새 조끼를 사달라고 졸랐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 엄마가 차를 세우시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한마디 하셨어요. “내려.” ‘날도 추운데 설마’ 싶어 안 내리고 버텼으나 엄마는 꼼짝도 안 하셨어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내렸죠. 그 뒤로 고3 유세가 뭡니까, ‘순한 양’버전 시~작! 아들이 저를 힘들게 할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난 수능 당일 새벽, 아들의 도시락을 싸는데 25년 전 수능 때 먹었던 엄마의 도시락이 떠올랐어요. 국어 시험을 망친 여파가 수학까지 이어졌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도시락을 열었는데 엄마가 싸준 불고기 냄새가 확 올라오면서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덕분에 수능을 완주할 수 있었어요.

아들이 좋아하는 불고기, 달걀말이, 볶음김치를 싸며 혹시나 긴장해서 도시락을 못 먹을까 봐 걱정되어 쪽지에다가 ‘꼭꼭 먹어 돼지야! 후반전도 파이팅~’이라고 적어 넣었어요. 그날 저녁 아들이 저에게 놀라운(?) 말을 하더군요. “국어, 수학 때 멘탈 털렸는데 엄마 쪽지 보고 그래도 입맛이 확~ 나더라! 근데… 양이 많이 적더라~ 담(?)엔 팍팍 넣어줘!”





토닥토닥 Talk Zone(토·톡·존)’은 학부모님들의 공간입니다. 입시 고민에 소소한 푸념, 깨알같은 일상 꿀팁까지 학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내일교육> 학부모님들의 보호구역! 토·톡·존이 언제나 응원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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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 토닥토닥 Talk Zone [토·톡·존] (2024년 01월 10일 1122호)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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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it66 2024.01.15 20:27 더보기

    힘든 한 해 보낸 아드님과 엄마의 멋진 인생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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