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1079호

AI 교육 도입 주장하는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

디지털 기술로 1:1 맞춤형 교육 구현 AI는 보조 도구, 주체는 ‘교사’

인류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시대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 ‘AI 보조교사’ 등 신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단은 에듀테크”라며 “기술을 활용해 교실 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고 개별 학생에게 최적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내년에 시범운영한 뒤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전환 등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상당하다. 이 부총리와 함께 을 쓴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을 만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통한 맞춤형 교육에 대해 들었다.

취재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사진 이의종


정제영 교수는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2004년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44회 행정고시에 합격, 10년간 교육부에서 근무했다. 2012년 서기관 시절 공직을 그만두고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여대에서 교육학과 학과장, 호크마교육대학장 등을 거쳐 현재 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교육부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학제 개편 등의 업무를 맡아 교육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공지능(AI) 교육, 디지털 융합 인재 양성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Q.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선생님에게 21세기의 아이들이 배운다는 말이 있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지금, 왜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해야 하나?

우선 교육을 혁신할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식 학교 교육이 모든 아이에게 맞진 않기에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무르익어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교육의 내용 측면에서는 미래 인재들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역량을 갖추려면 AI 교육이 필요하다. 코딩도 배워야 하고 AI 개념도 알아서 잘 쓸 수 있어야 한다.
AI는 교육의 방법 측면에서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AI 보조교사라든가 AI 튜터링 시스템 등은 교사들이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Q. AI 교육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돼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한 명의 교사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일방향 강의식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듣기만 하는 수업에서, 그 내용이 자신의 수준이나 속도에 맞지 않으면 소외되고, 학습 결손이 발생한다. 이는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이어진다. AI를 활용하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수준과 속도에 맞도록 AI 보조교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AI가 어떻게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우선 AI 교육을 총괄하는 이는 교사다. 수업은 단순히 지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동기를 자극하고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실험 실습이나 토론, 프로젝트를 하며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체득해야 하는데, 이런 활동은 여전히 교사들이 이끌어줘야 한다. AI는 이런 교사들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AI와 빅데이터 등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해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의 내용과 수준, 속도를 진단함으로써 디지털 기반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 수업에서 교사가 ‘AI 개인교사 시스템’을 활용해 학급 학생들 학습 수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수업 지도안을 마련하고, 교수-학습 방식을 선택해 시행하고, 형성평가를 통해 수업의 질을 관리하며 학생 개인별로 피드백하는 과정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Q. AI 시대에 양성하려는 인재상은?

인공지능 시대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의 인재상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디지털 시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삶을 위한 기본적 교육 내용을 3Rs(Reading, Writing&Arithmetic)라고 표현했는데 읽기 쓰기 셈하기를 의미한다. 이제 미래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의식이 기본 소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 길러내야 할 미래 인재의 역량을 요약하면 6C(1C+5C)로 제시할 수 있다. 6C는 핵심적인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 역량을 길러내는 것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5가지의 핵심 역량은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 역량(Convergence), 인성(Character)이다.


Q. 교육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전환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들려준다면?

교사가 없는 교실이 온다는 속설도 있다. 사실 AI는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이지 주체는 교사다.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가르치는 게 타당하다. AI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더라도 교사는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총괄 지휘자는 교사이고 AI는 도구일 뿐이다.

학교 현장의 혁신을 이룰 가장 중요한 주체는 교사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학교 혁신 정책이 시행돼왔는데 성공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정책은 자율적으로 동기화된 교사가 주체가 돼 참여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 주도로 추진되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 매우 공감하며 왜 교실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사들이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AI 개인교사 시스템’을 설계할 때도 교사가 필요로 하는 교육 혁신의 방향에 맞게 기능과 구조, 역할이 설계되고 현장의 시범 적용을 통해 피드백을 반영,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디지털 기반 교육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려면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거부한다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의 학습 동기와 더불어 교사의 교육 동기다. 교사들의 교육 효능감(efficacy)을 높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원하는 기능들은 다 쓰게 된다. ‘AI 개인교사 시스템’과 같은 교육 플랫폼은 간단한 연수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쉽게(user-friendly) 만들어야 한다.


Q. AI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혁신은?

그동안 학교가 비판을 받아왔던 점은 ‘잘하는 애들만 골라내는 구조’라는 것이었다.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평가 중심 기관이었다는 지적이다. AI 기술을 통한 개인별 맞춤형 교육으로 학교를 교육기관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 혁신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평균을 지향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모든 학생에게 학습에서 성공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제안하는 이유는 1:1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의 교육적 기능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간 학교 교육을 둘러싸고 변화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적절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정책적 수단이 없었던 거다. 지금도 학생 간 학력 격차 확대, 기초 학력 미달자 급증을 두고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닦달하지만, 실상 지금의 학교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교사에게는 그날 수업에서 나가야 할 진도가 정해져 있어 학업 성취 미달자, 기초학력 미달자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다른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 등으로 방과 후 따로 시간을 내 지도하기도 여의찮다. AI는 문제 상황에서 즉시 교사를 도와 학생의 개별 학습을 지원, 해결에 도움을 준다.

단, 개인별 맞춤형 학습 지원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교수 학습 플랫폼을 설계할 때 교사의 역할과 시스템 활용의 조화가 매우 중요함을 잊어선 안 된다. AI 개인교사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 및 AI 자동 채점 시스템이다. 데이터 중심의 학습 분석에 기반을 둔 개인형 맞춤 학습의 실현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AI가 제대로 역할하려면 컴퓨터가 학습하는 데이터에서 편향성이나 왜곡이 없어야 한다. 디지털 시민교육을 전 사회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시민의식의 핵심 가치는 ‘안전’ ‘공감’ ‘참여’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인식과 행동이 현실 사회에서의 인식이나 행동과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개인의 안전성이 보장되면서 착한 AI가 개발되고 활용되려면 학생과 함께 모든 사회 구성원이 올바른 디지털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AI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기에 사람이 만든 데이터가 선해야 선한 AI가 나온다. 학생들도 선한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가치 교육, 인공지능 세상에서의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에서 경쟁력 있는 특정 업체의 서비스 독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어느 산업 분야에서나 소비자의 선택이 이뤄지고 이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나는 과정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에듀테크 기업과 기술은 학교와 교사들이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특정 업체의 서비스 독점은 서비스의 질 저하,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 ISSUE INTERVIEW (2023년 02월 08일 1079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