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 뭐든 하고 싶은 걸 찾아 주도적으로 해주기만 하면 걱정이 없겠다.” “교실 안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학생들과 마주할 때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자주 토로하는 한탄이다.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제시한 ‘OECD 2030 학습 나침반’도, 2022 개정 교육과정도 모두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각종 문서에서도 단골로 등장한다. 최근 학교 현장 사례를 토대로 <주도성>을 펴낸 교사들은 ‘학생 주도성’이라는 용어가 내포한 왜곡에 주목했다.
“여전히 학교와 교사의 자율권은 위축되어 있고, 강력한 블랙홀인 대학 입시는 공교육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주도성’이라는 단어는 악용되기에 좋은 핑곗거리였다. ‘네 스스로 해라’라는 말은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도 지라는 의미로 변했다. 여기에는 ‘교사는 아무 상관없다’는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우리도 모르게 학교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이는 ‘학생’으로 제한하게 한다. ‘주도성’에서 ‘학생’을 떼어내 학교를 구성하는 각 주체들의 주도성이 만나야 비로소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않는’ 학교 교육이 가능하다고 봤다.”
<주도성>을 기획한 아랑학교 김덕년 교장과 집필진으로 참여한 경기과학고 정윤리 교사의 문제 제기다.
취재 정애선 소장(내일교육 부설 교육정책연구소 헤리티지내일)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김덕년 아랑학교 교장(사진 왼쪽)은 전 경기 인창고 교장,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등을 역임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기록의 일체화, 학교 문화 등을 연구해왔다. 정윤리 경기과학고 교사(사진 오른쪽)는 혁신학교와 영재학교를 두루 경험하며 교육 혁신, 학교 자치, 교사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부천 동곡초 양세미 교사, 대구 북동중 최선경 교사, 창원 양덕중 정윤자 교사, 경기 도농고 위현진 교사, 경기 신일비즈니스고 김재희 교사, 경기 양평고 신윤기 수석교사, 경기 당동중 강민서 교사 등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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