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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72호

EDUCATION 학부모통신원 | 이 나라가 학교를 바라보는 눈

사교육 활발하지만 학교 신뢰·존중하는 중국

중국은 한국과 가깝지만, 학교 문화는 꽤 많이 다르다. 체험이나 진로에 대한 교육보다는 ‘학습’ 위주로 형성돼 있다. 초등학생부터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10시간이 넘고, 과목별 숙제도 어마어마한 양이 주어진다.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의 학생은 학원에 간다.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자녀에게 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지면서 사교육 시장도 매우 커졌고,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모든 시험·교육의 중심에는 학교가 있다.


높은 교육열, 입시 경쟁도 치열

큰아이는 지난 9월 9학년(중3)이 됐다. 학교는 본격적인 고입 시험 ‘중카오’ 대비에 돌입했다. 이미 학기 시작과 함께 담임 교사를 제외한 모든 교과 교사가 바뀌었다. 중카오는 매해 6월 중순경 시행된다. 여러 교과목을 보지만 가장 배점이 높은 것은 과학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두고 중학교 분위기가 뜨거워지는 걸 보자니, 중국의 변화가 체감된다. 내가 막 중국에 왔던 2005년만 하더라도, 회사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았다. 13~16세 청소년이 성인의 호적을 사서 나이를 속이고 생산 라인에서 일한 것. 월 급여가 600~800위안, 한화로 7만5천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는데 이 급여를 받는 것이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은 다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한다. 부모들의 의식도 그때보다는 깨였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영향이다. 중국의 인재 우대 정책도 한몫하는 것 같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집을 살 때 1억3천만 원 정도를 보조해주는 등 정부가 거주지 구매나 임대 시 지원금을 제공한다. 소득도 일반 노동자에 비해 높은데,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더해져 교육열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높은 교육열은 사교육으로 이어진다. 불법이지만, 학교 선생님들에게 과목별로 과외 수업을 받는 경우가 공공연하다. 인터넷 강의 시장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한 지인은 눈높이에 맞는 학원이 없다며, 방학마다 항저우로 간다. 이우에서 차로 2시간가량 가야 하는 곳이다. 수업료가 5만 위안(한화 850만 원)인데 토플이나 IELT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을 때까지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 이동하기 힘드니 숙식은 호텔을 잡아서 해결한다. 상당한 비용을 쓰는 셈인데, 중국은 한 가정 한 자녀가 많아 아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다.


학교 선생님 영향력 높아

다만, 학교 교육을 매우 중시한다. 특히 어문(중국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의 비중이 크다. 과목에 상관없이 암기 중심으로 학습하며, 책을 통째로 외우는 숙제를 내준다. 중국 아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잘 외운다. 30분 정도만 주면 2장 분량의 본문을 달달 읊는다. 학습 태도나 숙제까지 성적에 반영되므로 암기 숙제도 신경 써서 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로와 충성도도 높다. 중국은 초·중·고 모두 1학년 때 반이 졸업 때까지 유지되며, 담임 교사도 그대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까지 함께해 학부모들은 선생님에게 매우 충성(?)한다.

담임 교사의 고충에 대한 이해도 깔려 있다. ‘극한 직업’이라 부를 만큼 업무가 많기 때문. 중국 중학생은 보통 오전 6시 50분에 등교해 오후 6시에 하교한다. 교사들은 이보다 더 빨리 와 늦게 갈 테니, 하루 공식적인 근무시간만 12시간이 넘는 셈. 여기에 교육국이나 시정부에서 요청한 조사 내용을 모두 위챗 단톡방에 올려 확인하고, 한 반 아이들을 한 명씩 점검해 문제가 있으면 단톡방에 공지하며,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고충도 개별 상담해준다.

참고로 큰아이 반 학생 수는 48명이다. 단톡방만 봐도 교사의 어마어마한 업무량이 눈에 보이니, 학부모들도 자연스럽게 담임 교사를 따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중국은 체벌이 가능한데 드물기는 하지만 학생을 학대 수준으로 폭행해 학부모가 선생님을 고발하는 사건이 종종 있다. 교사와의 갈등에 전학을 가는 아이도 있다.

중국 특유의 학교 문화 때문에 학부모들은 진학 시 교사의 수준이나 교육 방식을 매우 따진다. 1학년 담임 교사가 졸업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만큼, 학력이 높고 꼼꼼한 교사들이 많이 있는 곳을 좋은 학교라 여긴다.

그런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갈수록 많아지니 경쟁률이 높아지고 합격 점수도 올라간다.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 같은 공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과학 교과를 학교에서부터 비중있게 가르쳐온 결과가, (여러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래도) 지금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중국을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부작용도 많지만 사회 전반에 학교와 교사의 권위가 살아 있고,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하는 것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하루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신뢰하는 건, 학부모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이기 때문.

길었던 방학이 끝났다. 중국은 9월 신학기 체제라 두 아이는 새 학년을 맞았다. 내년 새 학교에서도 지금까지처럼 믿을 수 있는 선생님과 함께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1 중국의 영어 학원(출처: Baidu). 갈등을 빚고 있지만, 중국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
2 중국 학교는 본문 암기 숙제가 많다. 어문(중국 국어) 과목의 시인데, 아이가 암기를 하면 교사가 빨간펜으로 ‘외웠다(背)’는 표시를 해준다.
3 4 중국 학교의 담임 교사는 위챗의 학부모 단톡방에 다양한 알림을 전달한다. 첫 번째는 중국 학생들이 새 학기마다 봐야 하는 CCTV의 <개학 첫 수업> 프로그램 일시에 대한 공지, 두 번째는 평가 후 과목별 등급 컷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중국 China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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