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돌아왔다. 우리 가족이 사는 중국 이우의 기후는 중간이 없다. 어제까지 영상 32℃였다가 오늘은 11℃까지 뚝뚝 떨어진다. 에어컨을 켜다 갑자기 전기장판을 꺼내는 일이 당연하다. 날씨가 추워지니 코로나도 다시 기승을 부린다. 병원이나 학교에서 이우 외 지역으로 나갔다 왔는지 묻는 일이 다시 많아졌다.
한국은 이렇게 쌀쌀할 때 입시를 치르지만, 중국은 9월 학기제라 한여름에 더위보다 더 뜨거운 입시를 치른다. 더운 여름에 치열한 경쟁을 치른 뒤라 중국의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높아지는 교육열에, 더 경쟁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국의 입시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외국인 학생도 피할 수 없는 ‘입시’
중국 현지 학교에 진학하려면 외국인이라도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비자 문제가 크다. 이우에서 외국인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려면 부모에게 거류 비자가 있어야 한다.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남편이 중국에 입국해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나가 별 문제가 안됐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들의 입국 정책에 변수가 커 고교 진학에 영향을 미칠까 불안하다.
비자를 갖췄다고 쉽게 입학이 허가되지도 않는다. 현지 학생이 치르는 입학 시험을 똑같이 치러야 하기 때문. 3년 전까지 외국인 학생들은 중국의 고입 시험인 중카오를 보지 않고, 외국인 입학이 허가된 몇몇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책이 강화됐다. 부모 양쪽이 거류 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외국인 입학이 가능한 일반 국공립학교에서 중카오 성적을 내고, 학교 자체 시험을 치러 합격하면 진학할 수 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거류 비자가 없으면 사립학교로 가야 한다. 다만 학교의 중카오 성적 커트라인에 못 미치면 성적 100점당 1만 위안(한화 약 170만 원)정도의 비용을 기부금조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커트라인 500점인 사립학교에 300점을 받은 학생이 진학하려면 모자라는 200점을 2만 위안 정도의 기부금으로 벌충하는 식. 물론 학비는 별도다.
국공립 고등학교는 연 1만9천 위안(한화 약 323만 원)인 데 반해 사립학교는 연 5만~10만 위안(한화 약 850만~1천700만 원)을 내야 한다. 보통 중국 고등학교는 기숙사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각 지역에서 주관하는 입학 시험
외국인 입장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중카오가 경제적으로나 교육 환경 면에서 그 영향력이 매우 커진 셈이다. 응시도 필수가 됐는데, 한국의 수능과 같은 가오카오가 끝나고 바로 이어진다. 보통 6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시험을 치른다. 형태는 한국 학부모 세대의 연합고사와 비슷하다. 지필고사와 함께 체력 시험 점수도 합산된다.
시험은 어문, 수학, 영어, 과학, 사회, 체육 등 5개 영역이다. 영역별 배점이 다른데, 과학은 160점, 어문과 수학·영어는 각 120점, 사회는 80점, 체육은 30점 등 총 630점이다. 총점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영역별 비중은 큰 차이가 없다. 체육은 4월 중순에 미리 시험을 봐둔다. 제자리멀리뛰기, 공던지기, 줄넘기,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등이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대입도 수시나 정시 같은 것은 없고, 가오카오 ‘점수’로만 결정된다. 결국 한 번의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셈이다. 중국은 땅덩어리도 크고 인구도 많아서인지 중카오나 가오카오를 31개 성·직할시·자치구가 각각 진행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각 시·도가 입학 시험을 주관하는 식이다. 거주지에 제한을 받는 만큼, 시험도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다. 주소 소재지나 학생이 3년 이상 학교를 다닌 지역에서만 응시가능하다.
중국 내 교육열이 갈수록 높아져 인문계 고교와 대학 진학 수요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도 가중된다. 가오카오 점수를 잘받고, 유명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중학생 때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기 때문.
회사 동료의 아들은 중2인데, 자율학습이 끝나는 오후 10시에 하교하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숙제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점수가 하락하면 담임 교사가 집에서 관리를 해달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노력하는 아이를 본 학부모 입장에선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아들 반에는 각 과목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고, 따로 1:1 교습 학원에 다니며 중카오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 이전보다 중카오·가오카오 지원자가 많아지다 보니 경쟁률은 점점 더 올라가고 학교 커트라인도 동반 상승 중이다.
아들이 좋은 성적으로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라지만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저 시험때까지 건강을 유지해 탈없이 응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막 수능을 치른 한국 학생들이 부디 원하는 결과를 얻기를 먼 곳에서 기원한다.
1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 관련 기사. 올해 응시자는 전년에 비해 약 40만 명 증가한 1천71만 명으로, 200만 명이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2 올해 중카오는 6월 26~27일에 시행됐다. 이우 내 중카오 안내 기사. 응시 인원은 총 1만1천450명 작년에 비해 952명 증가했다. 인문계 고교 정원은 6천700명이다.
3 사교육이 발달했지만, 고입과 대입은 학원보다 1:1 과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국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고 싶은 학부모들은 오히려 한국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한다. 사진은 중국 학원 사이트. 사진 출처_ 바이두
중국 China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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