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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88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나라별 의·식 문화

교복도 간식도 간편한 게 최고!

추운 겨울 날씨가 한풀 꺾였다. 우리 가족이 사는 중국 이우는 남쪽에 위치해 비교적 포근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에 영향을 미쳤던 북극 한파가 이곳에도 덮쳐 한동안 강추위가 이어졌다. 그래서 학교는 이례적으로 사복 착용을 허용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중국 10대의 교복, 그리고 간식 문화를 소개한다.


체육복 아니라 교복!

중국 10대의 기본 복장은 교복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복이 있다. 단 초등학교는 기념일에만 착용하고, 중학교 입학 후에는 매일 입는다는 차이가 있다. 한데 이번에 갑작스런 추위가 찾아오면서 학교는 이례적으로 기온이 낮은 날에 니트나 패딩, 두꺼운 바지 등 사복 착용을 허용했다.

중국 교복도 한국처럼 춘추복, 하복, 동복이 있다. 다만 남녀 구분 없이 모두 바지로 구성된다. 차림새도 조금 다르다. 여름에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봄·가을은 추리닝과 가벼운 재킷, 겨울은 외투와 방한용 바지로 간소한 차림새다. 가격도 저렴하다. 블라우스, 조끼, 재킷 등 양복을 약식화한 구성과 알록달록한 색이 반영된 한국의 교복과 비교하면 체육복 같은 느낌이긴 하다. 해마다 군사 훈련을 받고, 입시에서 체력 시험을 보는 중국 특유의 교육 문화가 반영돼 실용성을 우선해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앞서 몇 번 말했듯 중국 학생들은 일찍 등교해 늦게 하교한다. 하교 후 학원을 갔다 귀가하니, 일상에서 사복을 입는 건 주말이나 방학 정도다. 그렇다고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낮지는 않다. 유명 브랜드를 꿰고 있고 선호하는 등, 중국 10대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일례로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 첫 학부모 회의 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메이커 제품을 선호하는데, 굳이 비싼 제품을 사주지 말라. 사행성을 조장해 교육에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 우리 집의 경우 두 아이들 모두 어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 그냥 듣고 넘겼는데, 어느 날 큰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이 옷이 ○○○제품이야? 애들이 되게 비싸대”라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이 브랜드를 알아보고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재밌고, 한편으로는 이제 옷에 관심을 둘 때인가 싶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간이 누구는 엄마랑 신발 ◇◇◇ 사달라고 싸웠다, 누구는 이번에 시험 잘 보면 엄마가 □□□를 사주기로 협상했다는 등의 얘기를 해주는데, 재미있으면서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이가 말한 브랜드 제품들은 중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 기준으론 매우 비싸다. 이우가 상업도시이고 경제력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많긴 해도,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혹시 그 아이들이 위축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은 빈부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그나마 교복이 이런 문제를 완화시켜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미식 천국 중국, 아침은 외식

내가 본 중국 학생들의 식문화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침식사와 하굣길 간식이다. 등교하는 아들을 배웅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비닐로 싸인 음식을 먹으며 걷는 모습을 많이 봤다. 중국 사람들은 주로 자오찬덴이라고 부르는 아침식사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대개 빵이나 만두 같은 것을 얇은 비닐봉투에 넣어준다.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데다, 출근도 등교도 빠르다 보니 아침식사는 간편한 외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

한국 학생들이 하굣길에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사 먹듯 중국 학생들도 간식을 사 먹는다. 주로 노점상들이 하교 시간에 맞춰 나와 작은 수레 위에서 음식을 조리해 파는데 로자모(밀가루 빵 안에 고기와 상추를 볶아서 넣어 먹는 음식)나 쇼우좌빙(계란, 햄, 상추 등을 넣고 소스를 뿌린 밀가루 전병), 꼬치류를 판매한다. 부모 입장에선 위생이 걱정돼 먹지 말라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11시 반에 점심 급식을 먹고 5시 반에 하교하는 배고픈 아이들은 배를 채우고 또래 친구와 맛있는 간식을 나눠 먹는 즐거움에 부모의 당부를 쉽게 잊는다.
어느 나라나 10대의 삶은 비슷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많고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개인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산아제한 정책이 있을 때 태어난 외동이 대다수인 데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옷이나 음식에 대한 관심·소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워낙 커 대부분의 가정에선 브랜드 제품을 아이들에게 선뜻 사주기가 어렵고, 눈앞에 학업이라는 산이 있다 보니 옷이나 음식에서 10대만의 뚜렷한 취향이나 문화가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아울러 아들의 당부를 덧붙인다. 모든 중국인들이 벌레나 혐오 식품을 먹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번데기를 먹지는 않듯, 야시장에 전갈꼬치 등이 진열돼 있지만 대중적인 간식은 아니라는 것. 한국인들에게 오해받는 것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사실 나 역시 중국 식당의 위생이나 생소한 재료에 꽤 놀랐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중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그런 문화나 음식에 대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그 덕분에 나도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우고 생각하게 됐다.


1 9학년, 한국의 중3 과정에 재학 중인 큰아이의 춘추 교복. 여름을 제외하고 겉옷 안에 상의는 티셔츠나 스웨트 등 사복을 입는다.
2 아이들이 하굣길에 많이 사 먹는 쇼우좌빙. (출처_ 바이두)
3 중국인들은 보통 아침식사를 사 먹는다. 이른 아침 노점에서 도우쟝(콩물), 흰죽, 만두를 많이 판다. (출처_ 바이두)




중국 China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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