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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84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한국과 다른 문화충격

타향살이 쉽지 않은 꽌시의 나라

며칠 전 이우에 첫눈이 왔다. 이우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는 게 오랜만이라 간만에 마음이 설레었다. 첫 여름을 나면서 이렇게 더운 데서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진짜 적은 겨울이었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지 않았지만 난방 시설이 미비해 살이 에는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전기장판과 히터 등 온갖 온열기구를 다 켰다가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적도 있다. 옆 나라이지만 많은 것이 다르다는 점을 겨울이 올 때마다 온몸으로 체감한다.


어디에서나 지역민 우선주의

중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과 달랐다. 그중 같은 중국인인데도 지역민과 외지인에 대한 처우의 차이가 크다는 점은 여전히 놀랍다.
큰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동급생의 엄마에게 혹시 집 근처의 학교에 아이가 진학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물어봤다. 선호도와 상관없이, 집에서 가깝고 외국 아이도 받는 학교에 아는 사람을 통하면 좀 더 쉽게 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꽝시, 인맥이 매우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

그랬더니 외지인이 그 학교에 가려면 꽝시를 찾아서 어느 정도 홍빠오(빨간색 봉투, 돈봉투를 의미함)를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상당한 액수였는데, 외국인인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현지인들도 그렇게 한다고 해 놀랐다.

초등학교를 그렇게까지 해서 들어갈 필요가 있는지, 현지인들은 학교 인근에 사는데도 왜 그런 비공식적인 경로를 활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알고 보니 같은 나라 안에서도 해당 지역이 고향인 사람과 이주한 사람들을 차등하는 제도나 정책이 많았다. 이우는 절강성 내에서 무역·상업의 중심 도시라 일자리를 찾아온 외지인이 많다. 때문에 그런 차별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 집 차가 신호 대기로 서 있을 때 뒷차가 박는 바람에 앞차를 친 적이 있었다. 우리 앞차는 중국 외지인, 우리는 외국인, 사고를 낸 뒤차는 이우 사람이었다.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데 가해차 운전자의 친구가 여럿 와서 몰래 데려가고 한 명이 남아 뒤처리를 했다. 알고 보니 음주운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처벌 없이 보험사와 합의하라고 안내했다. 황당했는데, 우리 앞에 있다가 덩달아 치인 중국인은 가해차량 운전자가 이우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본지인과 외지인이 시비가 붙으면 대부분 본지인의 편을 들어줘서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밀이 없는 학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놀랄 일은 더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단톡방에 아이들의 학번과 이름. 성적을 교과별로 모두 공개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경악했다. 아는 정보이니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민망해하건 말건, 자기 아이 성적과 친구 성적을 스스럼없이 언급한다. 외국인인 우리 아이와 나만 입을 닫고 있을 정도.

뿐만 아니라 숙제 등 학교에서 해야 하는 걸 안 하는 경우 아이들을 교탁 앞으로 불러서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는 것도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주의를 줘도 괜찮을 법한데, 꼭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고 잘못한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고, 학부모에게 아이 관리 잘하라는 식으로 전체 메시지를 보낸다. 단톡으로 연락이 오니 아이에게 더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의 자존감을 저해하고 학부모에게 망신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크다.

한편 한국인으로 학교를 다니며 불편했던 수업은 기억에 없다. 일전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됐을 때,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한국인임을 알아채고 “중국을 배신하면 안 된다. 중국의 속국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느냐”고 한 적이 있었다. 영사관에서 안전을 이유로 대응하지 말라는 공지를 받아서 “한국은 한국, 중국은 중국 다른 나라이고, 나라 간의 문제를 지금 우리가 논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마무리했다.

혹시 중국인이 한국을 속국으로 보나, 학교 수업에 그런 내용이 있나 싶어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교과서 등에서는 6·25 전쟁이나 한강의 기적 등 근대사 중 경제 발전 위주로 나온다는 얘기만 들었다.

중국 학교에서는 강제로 1년에 한 번씩 보험을 들게 한다. 3년 전부터는 의료보험도 별도 가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비용은 많지 않지만 개인별로 다 들어야 해 번거롭고, 외국인인 우리가 필요한가 싶어 선생님께 문의했다. 처음에는 필요하지 않으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모든 학생이 다 가입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보험 영수증과 보험 카드(중국 의료보험 카드는 신분증처럼 카드로 되어 있고, 병원에서 진료 카드로 쓸 수 있다)를 사진으로 찍어 단톡방에 올리라며 일일이 점검했다.

얼마 전 큰아이가 선생님들도 여러 점수로 업무 평가를 받는데, 관련 실적 점수가 낮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정부나 학교의 사정으로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당장 인사고과 점수가 걸린 선생님들의 입장이 한편으론 마음이 쓰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중국에 왔으니 중국법을 따르고 문화에 맞춰서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 번씩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내겐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1 홍빠오. 용돈을 넣어주는 붉은 봉투인데, 꽌시를 맺기 위해 뇌물이나 촌지를 건넬 때도 쓰인다. 요즘엔 현금이 아니라 위챗으로 주고받는다.
2 아이들의 사회보험 카드. 은행 카드 겸용이나 만 16세 미만이면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사회보험 카드로만 쓰인다.
3 학교에서 받은 한파 주의 안내문. 11시 한파 황색경보가 떴으니 보온에 주의하라는 내용. 지난 16년간 이우에서 겪은 최저 온도가 영하 3℃였는데, 이때 영하 5℃까지 하락했다.


중국 China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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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21년 01월 13일 9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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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트 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