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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외국 학교의 장단점

학부모도 숙제? ‘중국’을 만드는 중국 학교

중국에 온 지도 벌써 16년이다. 큰아이는 16살이 됐고, 내 학부모 경력도 9년에 이른다. 해외생활은 만만찮지만, 다행히 여느 외국인 학부모에 비해 강점이 있다. 바로 언어.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만큼, 언어에 비교적 능숙하고 문화도 덜 낯설었다. 현지 기업에서 일하는 워킹맘, 현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에서 흔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중국의 일상에 밀착할 수 있고, 그래서 중국 교육도 가깝게 확인하고 있다. 한국과 워낙 다르고 학부모로서 한국 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만큼, 장단점보다 한국과 다른 중국학교의 문화를 이야기하려 한다.


암기 중심의 학교 수업

중국은 가깝지만 꽤 다른 나라다. 공산주의라는 이념부터, 문화적·언어적 차이에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다행히 나는 중국살이에 금방 적응한 측면이 있다.

앞서 말했듯 중국어 전공자라 처음 중국에 발 디뎠을 때 언어에 대한 장벽이 그리 높지 않았다. 언어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역사, 문화, 풍습, 사람에 대해 이해한 것들이 있었기에 현지 생활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찌됐건 ‘중국어 하나는 제대로 배워가겠구나’라는 긍정적 생각이 더 컸다.

실제 중국 학교를 보내보니, 적응 속도와 관계없이 ‘외국’이라는 점을 느낀다. 학교생활, 문화, 학습, 입시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 일례로 학교생활이 길고,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학습과 과제에만 집중한다는 것도 눈에 띈다.

한국에선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많이 짧아졌다고 알고 있다. 특정 지역에선 고등학생들도 9시까지 등교해 6시 전에 하교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한데 중국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초등학생은 오전 7시 40분 등교해 하절기엔 오후 5시 30분, 동절기에는 4시 50분까지, 중학생은 오전 6시 50분에 등교해 오후 6시까지, 고등학생들은 오전 6시 30분 등교해 야자까지 포함하면 오후 9시까지가 수업 시간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서 2~3시간을 보낸다.

길고 긴 학교생활은 학업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특히 수업과 과제는 ‘암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 학창 시절에도 ‘주입식 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었는데, 2020년 중국 학교의 수업은 교사의 일방향 강의, 암기 중심이 수업이 일반적이다. 언어는 어느 정도 외우는 게 좋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보내며 외운 분량을 다 합치면 조금 과장을 보태 백과사전 정도의 부피가 될 테니 말이다.


‘중국’이 느껴지는 학부모 숙제

수업은 받다 보면 익숙해진다. 하지만 생각의 차이가 발견될 때는 불편해지기도 한다. 체벌 문화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교사들의 학생 체벌이 가능하다. 드물지만, 가끔 아이도 체벌을 당했다.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엄마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교사에게 항의할 수는 없다. 중국에선 당연한 일인데, 외국인 시각으로 반발했다가 아이가 되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자녀이기에 학교생활에서 편의를 봐주거나 배제받는 일을 불편해하지만, 체벌만큼은 속이 상한다.

또 하나 중국은 학부모도 숙제를 해야 한다.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학부모 단톡방에 과제가 올라온다. 안전교육이라고 해서 익사사고나 약물중독 방지 등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많고, 이따금 중국 시책에 관한 교육 문제도 나온다.

원래는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해야 하는 숙제다.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이런 종류의 숙제는 보여주지 않는 편이다. 국가 체제에 대한 사상 교육이나 선전 내용이 섞여 시책 관련 선전 동영상 보기 과제나 공산당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문제가 나오기 때문.

최근에도 ‘일국양제’ ‘시진핑 주석의 빈곤 탈출 노력’ 등의 내용이 담긴 숙제가 나왔다. 어찌 보면 답이 정해진, 정책과 체제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며 학습시키는 것인데, 다른 체제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시각에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 있다.

그렇다고 거부하는 것은 어렵다. 담임 교사가 이런 숙제들을 다 했는지 통계를 내 상부에 보고하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절충안으로 내가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임을 체감하는 순간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외국에서 현지 학교를 보낼 때 가장 큰 장점은 국제학교에 비해 경제적인 학비, 그리고 언어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외국어 교육 환경이 없다. 동시에 모국어인 한국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언어는 정체성과 결부되다 보니, 두 아이들은 집에서는 한국어로 생활하게 한다.

한국 아이라도 아침과 저녁,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모나 이따금 들르는 한국학교가 아니면 우리말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두 아이에게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우리말과 그 안의 여러 문화들을 접하게 하고 있다.

두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자랐다. 갑작스럽게 환경을 바꾸면 학교생활 적응이나 입시 준비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익숙한 중국에서 최대한 교육을 받고 한국 대학에 진학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더 좋은 선택은 무엇일까 고민 중이다.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다시 보려 한다.


1 작은아이의 하절기 수업 시간표. 초등학생인데 오전 8시 1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매일 6과목을 공부한다.
2 아이들이 즐겨 보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3 지난 10월 16일 단톡방에 올라온 학부모 과제. ‘일국양제’에 관한 과제인데, 홍콩과는 두 개의 체제로 가기로 했지만 그보다 일국 즉 하나의 나라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의 숙제가 종종 올라온다.


중국 China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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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트 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