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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66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각국의 여름방학 풍경

학력 보완보다 ‘쉴 권리’가 중요해!

올여름, 영국 학교의 방학은 6주다. 한국과 달리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영국은 여름방학이 긴 편이다. 여느 때와 같은 여름방학이지만, 사실 이번 방학에 앞서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영국은 3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셧다운 상태였다. 당연히 등교 수업도 중지됐던 만큼, 방학을 줄여 학습을 보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집에 갇혀 지낸 아이들에게서 여름방학까지 뺏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학습보다 ‘삶의 질’에 관심 커

결국 영국 학생들은 평소와 같은 긴 여름방학을 보내게 됐다. 한국인 시각에서 보자면 생경한 선택일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그리 색다른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학생들의 학습 자체보다 학생들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은 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 연령대가 청소년과 20대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보살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정책 방향을 결정한 결과다. 방학이 ‘쉬는’ 기간이고, 잘 그리고 제대로 쉬는 것이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이는 학기말 성적 문화에도 녹아 있다. 성적표는 방학 1~2주 전에 학교 포털사이트에 올라온다. 학습 태도, 수업 준비, 숙제 현황과 시험 결과를 합산해 산출한 각 과목의 성적과 교사의 평가가 담긴다. 성적표를 토대로 부모 면담을 진행하는데, 자녀와 10명에 가까운 각 과목 교사의 개별 면담을 옆에서 지켜보는 정도다. 부모는 질문이 있는 경우에만 교사와 직접 소통하는데, 교과 교사는 GCSE(중등 졸업시험)과 A Level(대입 수능) 과목 선택에 관해 조언하고, 전반적인 진로 상담은 담당 교사와 따로 약속을 잡아야 한다.

성적이 다소 실망스럽게 나왔더라도, 방학 중 공부에 대해 교사나 부모 등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방학은 쉬기 위한 기간!

지금까지 두 아이들의 방학을 토대로 돌아보면, 영국 학생의 방학은 별다른 일 없이 푹 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방법은 꽤나 다양해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대부분의 영국 가족은 전통적으로 휴가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처럼, 영국 가족도 여름에 장기간 휴가를 떠난다. 이 휴가와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는 ‘서머 스쿨’ 시간을 잘 조정해야 한다.

서머 스쿨은 긴 여름방학에 아이들이 활동하는 일종의 학교 밖 수업인데, 그 영역은 무한대다. 캠핑과 야외 스포츠 등 자연을 즐기는 것과 연기 영화 수업 등의 예체능 관련 활동이 대부분이지만,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캠프도 있다. 주로 저학년 학생들이 캠핑을 하며, 고학년 학생들은 해양과학 연구 등 관심 분야를 심화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나 오케스트라 콘서트 투어, 스포츠 훈련 등 해외에서 활동하며 시야를 넓히기도 한다.

가족끼리 장기간의 해외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영국 가족의 여름휴가는 보통 스페인 등의 남부 유럽에서 2주 정도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 아닌 휴양의 성격이 강해, 관광보다 도시 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수영이나 산책 등의 고요한 일상으로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은 이때 가족과의 시간을 충분히 갖거나 휴가지에서 친구를 사귀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쉼을 즐긴다.

우리 가족도 여름방학에 한 달간 가족여행을 떠난다. 보통 한 나라에서 한 달을 보낸다. 절반은 현지인 가족과 생활하며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나머지 반은 바닷가나 관광지를 방문해 즐기는 편이다. 한 해는 멕시코에서 현지인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친인척과 어울리며 문화를 체우는 한편, 고대 유적지와 지방색 가득한 도시들, 그리고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과 세노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 7개국 9개 도시를 돌거나, 모로코를 방문해 현지인 가정과 어울리기도 했고, 뉴질랜드와 호주를 찾아 아름다운 대자연을 즐기며 피요르드와 세계 최대 산호군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방문한 적도 있다.

새 학년을 맞을 준비는 개학 1~2주 전에 하는데, 방학 전에 받은 권장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을 읽는 것이 보통이다. 숙제도 따로 없어, 방학 때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시험 대비반이나 보습학원도 있지만, 이민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학생들의 방학 기간은 여전하지만, 방학 풍경은 꽤 바뀌었다. 학생들과 달리 어른들의 휴가 기간은 짧아져, 학생들의 방학도 영향을 받고 있다. 셧다운이 해제됐지만,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재확산되고 있어 국내에서의 도시 간 이동조차 조심스럽다. 마찬가지로 각종 캠프도 규모가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등의 제한이 많아져 ‘할 거리’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잘 쉬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으로도 이를 도우려 한다. 학생이기에 공부해야 한다는 발상이 아니라, 청소년기를 즐길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줄이는 것은 폭력일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한다.

예년보다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는 한국은 영국 학생들의 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영국 United Kingdom



정은미 영국 통신원

잠깐 영어 공부를 하러 찾았던 영국 런던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두 딸아이는 영국 공립학교 9학년, 11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공립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소소한 영국 생활은 블로그(rubykor.blog.me)에서도 공유 중이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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