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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74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외국 학교의 장단점

끝까지 간다? ‘적당히’ 권하는 영국 학교

두 아이는 유아원부터 영국 학교를 쭉 다니고 있다. 외국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본 적이 없고, 내가 경험한 한국 학교는 지금 얘기하기엔 너무 지난 일이다.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놀라웠던 경험은 꽤 많다.


고3도 주 15시간만 공부하라?

외국인 학부모지만,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교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는 우리 가정의 특이 사항을 미리 인지하고 아이들을 살펴준다.

표현은 안 하지만 동양인 엄마이기에 아이 공부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는 선입견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조차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간혹 주변 한인들로부터 하소연을 들은 적은 있다. 인종차별 문제로 건의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는 사례, 영어가 불편하거나 영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 학교와의 의사소통 중 오해가 생기는 사례가 가끔 있다. 하지만 이는 학교의 문제라기보다, 이방인이 겪는 어쩔 수 없는 문화 충돌이 아닐까 한다.

내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따로 있다. 내게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오전 7시에 등교해 매일 밤 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의무적인 야간자율학습은 사라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에서는 학생들의 오랜 공부가 ‘당연하다’ ‘불가피하다’고 여겨지는 인상이다. 그런데 한국으로 치면 수능과 같은 A-레벨을 준비하는 큰아이에게 학교에서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졸업생의 20~30 %가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대에, 나머지도 그 외 러셀 그룹(영국의 대학연합체, 미국의 아이비리그처럼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24개 대학이 포진해 있다)에 진학한다. 학습에 대한 의지가 높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셈. A- 레벨 과목 수가 적다고 배울 것이 적은 것도 아니다. 대학 수준으로 깊게 배우고, A를 받기도 어렵다.

그런데 과목당 주 5시간이 적절하다고 권유한다. 세 과목을 공부하는 아이는 총 15시간이면 충분하는 얘기다. 실제 학교 수업 중간 중간 대학생처럼 공강 시간이 있다 보니 그 시간을 활용해 그날그날 공부량을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3 정도인 작은아이도 마찬가지다. 10과목을 공부하는 아이는 한 주에 과목당 1~2개의 숙제를 받는다. 한데, 과제 소요 시간은 개당 20분을 넘지 않도록 권유받았다. 큰아이의 경우 오후 수업이 없으면 점심시간에 하교할 때도 있다. 영국은 방과 후 사교육이 거의 없다. 남는 시간은 다양한 예체능 활동 혹은 클럽·봉사 활동에 매진하곤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곧장 귀가해 휴식에 집중한다.


국제부부의 ‘괜찮아 VS 지나쳐’

남편은 한국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교육관이 달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자란 배우자와 가정을 꾸린 국제커플이 자주 마주하는 갈등이다. 주 양육자는 엄마지만, 아빠도 교육에 많이 참여한다.

대개 부모들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진로나 사회 현상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문제는 입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는 것.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 시험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남편은 시험 없이 주변 학교에 진학해도 괜찮은데, 굳이 어린 아이에게 부담을 주면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학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 학생이 모여, 공부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의 장점을 들며 오래 설득해야 했다. 이후엔 공부량에 대해 마찰을 겪었다.

영국의 교육은 한국 학생에 비해 매우 적은 노력으로 진학이나 취업 면에서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흘려보내기 아까워 내 기준에선 소극적인 수준의 학습 기준을 세웠는데 남편은 아이들을 시험보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표현했다.

서로가 아이들을 가장 위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기에 다행히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가치관을 존중하며 해법을 찾다 보니 아이들도 아빠의 유연한 사고, 엄마의 성실함을 잘 배워가는 눈치다.

한국 엄마 눈으로 영국 학부모를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다. 조금만 아이를 이끌어주면 더 넓은 선택권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싶어서다. 이민 가정의 자녀는 대부분 입학 시험을 치르는 그래머 중등학교에 도전하지만, 영국 부모는 자녀가 특출나게 영리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계급 사회의 벽 때문이다. 수세기에 걸쳐 형성된 귀족, 엘리트들이 사회를 이끄는 정재계의 직업군을 독차지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다른 계층’으로의 진입을 애초에 불가능한, 다른 세상의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 집안에 대졸자가 없는 노동자 계급 출신들은 똑똑한 자녀에게도 대학 입학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학생에게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말라고 하는 영국, 누구든 일단 시도하고 최선을 다해 위로 올라가길 요구하는 한국, 무엇이 아이들의 지금을 행복하게 만들고 미래를 밝게 해줄지 답은 알 수 없다.


1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A-레벨 과목의 적절한 공부 시간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이 게시됐다. 주 5시간도 많다는 댓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2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전경.
3 영국 고등학생들은 대학 진학률이 낮다. 2019년 대학에 지원한 학생이 전체 고등학생의 40%라는 내용이 담긴 기사. (출처: www.bbc.co.uk)



영국 United Kingdom


정은미

잠깐 영어 공부를 하러 찾았던 영국 런던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두 딸아이는 영국 공립학교 9학년, 11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공립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소소한 영국 생활은 블로그(rubykor.blog.me)에서도 공유 중이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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