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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62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나라별 교내·외 활동

자기소개서 쓸 활동 ‘꾸준함’이 중요!

이른 아침부터 야자까지,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냈다. 그 시간들은 대체로 ‘수업’이었다. 영국에 자리 잡고 두 아이를 현지 학교에 보내는 지금 실제 체감하고 있다. 학습 이외에 폭넓은 선택권이 주어지는 영국 학생의 교내외 활동을 소개한다.


폭넓은 활동, 진로·대입에 영향

영국의 중·고등학생들은 학습 이외에 다양한 교내외 활동에 참여한다. 교내 활동은 주로 한국의 고2~3으로 볼 수 있는 A-레벨 학생을 주축으로 한다. 되도록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과 방과 후 1시간 정도 진행하는데,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그 안에는 대입 관련 활동이 꽤 많다. 대학 입시에서 학업 성적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지만, 자기소개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특색이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입을 중시하지 않는 학생·학부모들도 활동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생들의 재능을 찾는 기회로 보기 때문.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자신의 흥미나 적성을 찾고, 키워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협업 역량을 키우는 징검다리로서의 역할도 높게 평가한다. 본인의 한계점을 뛰어넘는 도전적인 시도를 여러 가지 해보고, 그로 인해 본인의 성격을 형성하여 독립된 자아를 키우고 리더십을 키우는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아이들 학교의 활동 목록을 보면 스포츠와 음악 관련 동아리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 외의 것들은 영국의 수능 시험인 A Level(혹은 IB)과 중등 학력평가 시험인 GCSE 과목과 연관된 ‘학습’ 활동으로 보면 된다.

영국의 평가나 대입 관련 활동을 아이들의 학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GCSE와 연관해서는 11학년(고1) 대상의 Intervention(일종의 보충학습) 활동이 여럿이다.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매년 전교생의 95%가량이 A나 A-를 받다 보니, 성적이 이보다 낮을 것 같은 학생들에게는 교사들이 개별 보충학습을 제공해 성적을 끌어올린다.

큰아이의 경우 모의고사에서 스페인어 말하기 점수가 낮게 나오자 담당 과목 교사가 직접 말하기 연습을 시켜준 적도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실력을 높이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대입에서 특정 분야 전공 진학을 목적으로 A레벨에서 해당 과목을 공부하는 동아리도 있다. 아이들 학교는 의대, 법대, 경제학, 심리학, 고전, 과학 계통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편이다. 이들 전공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동아리는 눈에 띄게 구분된다.

의대 지망생은 수학을 주제로 한 동아리나 Medical Forum, 법대 지망생은 Law Society·토론·국제관계법과 정치·모의 유엔에서, 심리학 지망생은 Psychology Society, 경제학 지망생은 경제 클럽이나 직접 물건을 팔아보는 Young Enterprise, 과학 계통은 약학 클럽과 생화학 클럽에서 활동한다.


장기간 단체 활동 높이 평가

음악은 전공에 상관없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당연히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교내외 활동이다. 악기 한 가지 이상은 최고 수준인 ABRSM(영국 왕립학교 두 곳에서 합동으로 시행하는 공인음악시험) 그레이드 8 실력을 갖춰야 하고, 구·시·도 혹은 전국 단위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실력을 길러왔으며 오케스트라 등 단체 활동을 하며 팀워크 경험까지 쌓은 ‘강한 인물’로 평가할 근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스포츠 활동도 중요하게 여긴다. 학교 대항, 시·도 혹은 전국 단위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으면 어떤 전공이든 진학에 도움이 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공을 주워 나르는 볼보이·볼걸은 영국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활동이다. 평균 10: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1년여 간의 훈련을 거쳐 발탁되는데, 대입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믿는 이가 많다. 이외에도 스카우트나 지역 사회 봉사, 극기훈련 등의 복합적인 활동을 일정 기간 동안 한 후 받게 되는 상들도 자기소개서에 넣는다.

다양한 활동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입 자기소개서에 1년 안팎으로 쓸 수 있는 교내외 활동이 많지 않다. 이는 영국 교육의 가치관, 즉 꾸준함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학교 성적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성취한 마지막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서로 다른 시작을 인정하고 거기서 얼마큼 발전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이다. 그렇기에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배우고 성장해 자신감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아쉽다.

7월 4일 봉쇄령이 해제됐지만, 개학은 여전히 요원하다. 각종 대회도 모두 취소됐고 대부분의 교내외 활동도 중단됐다. 개인이 할 수 있거나 그룹 영상통화가 가능한 활동은 진행 중이지만, 또래 아이들과 같은 활동을 하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중·고등학생들에겐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영국 United Kingdom


정은미 | 영국통신원

잠깐 영어 공부를 하러 찾았던 영국 런던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두 딸아이는 영국 공립학교 9학년, 11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공립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소소한 영국 생활은 블로그(rubykor.blog.me)에서도 공유 중이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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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20년 07월 22일 9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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