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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같은 듯 다른 시험

중학생도 매달 모의고사 시험 천국 중국 학교

무더운 여름이 돌아왔다. 이우의 여름 기온은 보통 40℃ 안팎이다. 전에 차 트렁크에 크레파스를 넣어둔 채 잊어버리고 며칠을 그냥 뒀더니 모두 녹아 있었다. 이우는 이처럼 여름이 너무 더워 여름방학도 매우 긴 편이다. 평소 같았으면 6월 중순쯤에 기말고사를 보고 방학을 했을 텐데,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겨울방학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짧아졌다. 단, 시기는 바뀌었지만 시험 방식은 큰 변화가 없다.


중학생도 월 1회 모의고사 봐

개학이 늦어져 학사 일정이 줄줄이 뒤로 밀렸다. 여름방학이 7월 중순에나 시작될 거라는 말에 시험도 그쯤이겠거니 했는데, 다행히 아이들의 학교는 기말고사를 7월 3~4일 이틀에 걸쳐 봤다.

이우의 학교는 기말고사를 치르면 곧 여름방학이다. 재미있는 게 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방학은 아니지만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쉬다가 그 주 주말에 등교해 방학식을 하고 성적표와 방학 숙제를 받아들고 방학을 맞이한다.

우리집 두 아이들은 시험을 참 많이 본다. 중국 학교의 시험 과목은 기본 어문(중국의 국어), 수학, 과학, 영어인데 한 단원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원 시험을 보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치른다. 여기에 중학교 학생은 웨카오(月考)라고 해서 매달 한 번씩 시 단위로 실시되는 모의고사도 본다.

이번 학기 중간고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치렀다. 담임 교사가 지정된 곳에 시험지를 가져다주면 부모가 이를 수령해 아이들은 집에서 시험을 봤다. 중학생의 시험 과목은 어문, 수학, 과학, 영어 등 4개의 기본 과목에 역사와 사회, 도덕과 법치 등이 더해져 총 6과목이다. 역사와 사회, 도덕과 법치는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책을 펼쳐서 찾아가며 볼 수 있다. 일종의 오픈북 테스트인데, 큰아이 말로는 문제에 맞춰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하니, 책을 본다고 다 성적이 좋게 나오지는 않는단다.

성적은 중간·기말고사 점수를 더하고, 평소 학습 태도와 참여도, 과제물 등을 합산해서 나온다. 점수 아래에는 “수업 시간에 틀려도 좋으니, 자신있게 의견을 말해보렴”과 같은 담임 교사의 의견도 적혀 있다.

과목별 만점 기준이 제각각인 것도 한국과 다르다. 어문·수학·영어는 120점, 과학은 150점이 만점이다. 과학 점수가 가장 높은데,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중국의 국가 정책이 반영된 것 같다. 웨카오는 내신에 반영되지 않지만, 지역 내에서 학생의 객관적인 위치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다. 학교 시험과 마찬가지로 과목마다 문항 수와 만점이 다르며, 어문과 영어는 작문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로 2주 1시험 중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지면서 아이들의 시험은 제때 실시되지 못했다. 그동안 못 본 시험을 미뤄서 보는 중이다. 6월만 해도 월초에 웨카오를 한 번 봤는데 17일에 또다시 웨카오를 봤다. 7월 3일에는 기말고사가 있으니 2주에 한 번씩 시험을 보는 셈이다.

또 하나 미열이나 설사 같은 증상이 있으면 등교가 금지돼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얼마 전 아이들 반에 장염이 돌아 7~8명씩 결석을 한 적이 있다. 두 아이도 약간의 배탈 증상을 보여 등교를 못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사 후 의사의 진단서와 결과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큰아이 말로는 미열 증상으로 등교를 못하면, 열이 내린 후 2일은 집에서 경과를 보고 학교에 올 수 있단다. 같은 학급의 한 아이는 이 때문에 17일에 시행된 웨카오에 응시하지 못해 결국 아이의 엄마가 시험지를 학교에서 받아가 집에서 시험을 치렀다.

첫째 아이는 중2라 고등학교 입시도 걱정이다. 중국에서는 중학생이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중카오라는 입학 시험을 따로 봐야 한다. 평소에는 6월 11~12일에 봤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이 미뤄져서 6월 26~27일에 실시했다. 이 시험은 원래 학교 체육 시험 점수가 최종 성적에 반영된다. 중2 때 20점, 중3 때 10점으로 총 30점 만점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외됐는데, 내년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중2인 아이는 올해 체육 수업을 거의 하지 못해 벌써부터 걱정이다.

학교 시험은 아이들 이상으로 학부모에게도 부담이다.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더하다.

특히 내년이면 큰아이는 고등학생, 작은아이는 중학생이 된다. 매번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고생이 많았는데, 두 아이가 같이 진학을 하게 되니 걱정이 앞선다. 입학할 때 보는 외국 학생 전용 학업 평가 시험, 새 학교에서의 적응.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비자 제도도 걱정이다.

한켠으로는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들고 있음을 매일 체감하면서, 시험보다 건강관리가 더 신경 쓰이기도 한다. 성적이 잘 나오길 원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아예 학교에 등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지금, 아이들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래본다.



중국 China


주현주 |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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