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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3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유학생 천국? 부작용 시달리는 네덜란드 학교



이달의 주제 이 나라의 교육 정책 핫 이슈
유학생 천국? 부작용 시달리는 네덜란드 학교


고3인 딸아이는 2월 현재, 대학별 고사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다. 인기 학과가 많아지면서 따로 자체 시험을 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과(numerus fixus)가 늘었다. 대학별 고사 시험 범위는 시험 10일 전쯤 주어진다. 자칫 고교 시험 기간과 겹쳐서 학교 시험 준비를 소홀하면, 고등학교 디플로마(일종의 학점)를 따지 못해 졸업을 못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고교 교사들은 numerus fixus 학과는 1~2개 정도만 지원하라고 권한다. 첫 아이의 대입을 치르며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달라진 네덜란드 교육 정책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급증하는 유학생, 어려워진 대입

우선 네덜란드 대학 교육의 상황을 말하자면, 네덜란드어만 사용하는 석사 과정은 전체의 30%도 채 되지 않는다. 학사 과정도 영어를 주 언어로 쓰는 비율이 증기하는 추세다. 영어권 나라가 아닌데도 고등 교육은 영어가 중심인 셈. 국제화의 이점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대학, 학생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국내 경제나 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런 변화를 유학생들은 반긴다. 영어만 어느 정도 할 줄 알면 수준 높은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네덜란드 대학 내 유학생들은 매년 늘고 있다.

한데, 예상 외의 부작용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유학생 수는 4배 가까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인 데 반해, 네덜란드 현지 학생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학에서 쓰는 주 언어가 영어가 되면서 네덜란드 학생들이 모국어를 덜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최근 교육부 장관 인터뷰에 따르면 유학생 입학 규모를 제한하고, EU 외 국가 학생들에 한해 등록금을 인상하며, 대학이 타당한 이유 없이 네덜란드어 외 언어를 주 언어로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단다. 현지 고등학교에 다닌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는 영어가 주가 되는 학과 지원은 꺼려진다. 초·중·고 전부 네덜란드어로 공부했는데 대학에서 영어로 공부하는 것은 꽤 부담스럽다. 실제 영어로 공부하는 네덜란드 대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모국어로 공부하는 학생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임금과 처우 문제로 네덜란드는 교사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아인트호벤 지역의 한 초등학교


네덜란드 교육부가 유학생과 관련한 여러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진 기사(출처 ANP.)


지난 1년간 학부모 통신원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가족들


신입생에 한해 대학 등록금 반으로 낮춰

네덜란드 대학 등록금은 상당히 낮게 책정된 편이다. 현지 학생들을 기준으로 2천100유로, 한화로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대학 진학을 독려하기 위해 신입생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여줬다. 2018년 9월부터 도입 됐는데, 대학 입학 기록이 없는, 대학교 1학년에 한해 시행한다. 외국 학생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지만, 현지 고교생에게는 희소식이다.

덧붙이자면 이 정책은 교대에 한해 대학 2학년까지도 해당이 된다. 네덜란드 내 교사 부족 현상이 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사 부족은 특히 수도 암스테르담과 그 인근의 로테르담 유트레히트 헤이그 스키폴 등 도시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란트슈타트(Randstad)’에서 큰 문제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 교사가 모자라 반을 통합하거나,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교대 학생에게 반을 맡기거나, 심지어 학생들이 주에 1 ~2일은 수업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내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도 고3 화학을 담당한 교사가 질병으로 2개월간 학교에 나오지 못했는데, 대체 인력을 찾지 못해 학생들은 그동안 수업을 듣지 못했다. 비인기 과목은 가르칠 이가 없어 존속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매년 처우 개선 시위를 하는 초등학교 교사를 다룬 기사를 보면, 교육의 질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실제 급여 때문에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으로 교사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유학생이 급증하며 주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고, 영어로 수업을 실시하는 학과가 늘어나면서 네덜란드 학생들에게 좀 더 깊이 있는 강의를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크고 작은 문제에도 학부모로서 크게 동요되거나 흔들리진 않는다. 큰 흐름, 즉 학생들은 타인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대신에 자신만의 속도로, 원하는 방향에 맞춰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이 점이 국가 교육 정책을 신뢰하게 만드는 기반 같다. 고3 학부모로 아이가 단번에 원하는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설령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해도 큰 걱정은 없다. 재수 학원도 없는 이곳에서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결국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지난 1년 동안 네덜란드의 다앙한 모습들을 학부모 통신원으로서 공유할 수 있어 즐거웠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공부하고 정보를 찾으면서 두 아이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경험과 도움에 바탕을 둔 글이 많아, 자녀의 학교생활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내일교육>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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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순(네덜란드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20년 02월 26일 9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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