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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42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SAT 없애고 내신·추천서 비중↑ ‘깜깜이’ 대입, 신뢰하는 이유는?

이달의 주제
이 나라의 교육 정책 핫 이슈

지난해 한국의 대입 관련 이슈를 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냥 남의 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집을 오가며 마음을 나눴던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곁에서 여러 번 지켜봤다. 아이가 중1, 2 정도면 돌아가지만, 고등학생이라면 대체로 엄마와 아이는 이곳에 남았다. 수학의 경우 이곳에서도 고2 때 미적분을 접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르면 중학생 때 진도를 마친다는 얘기에 선뜻 귀국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입이 마냥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에서 잇단 입시 비리가 불거지면서, 대입 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SAT 비중 낮추고 자율성 강화한 대학

미국의 대입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알려졌다시피 수능과 같은 역할을 하는 SAT, ACT를 봐야 하고, 내신 성적도 관리해야 하고,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등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도 있다. 부모들의 경제력이나 교육열에 따라서 사교육도 꽤 활발하게 진행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녀를 공립학교보다는 사립학교에 진학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그런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부모나 형제가 동문일 경우 특혜가 주어지고, 기부금 입학 등의 제도도 있어 기득권층이 명문대에 입학하기도 수월하다.

얼마 전 테니스 코치가 대학 관계자들을 매수해서 체육 특기생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는 내용의 대학 입시 비리가 터졌다. 입시 브로커를 통해 SAT 시험관을 매수해서 답까지 고치며, 8년간 700명이상을 유명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기사를 보며 SAT 만점, GPA 고득점과 좋은 스펙을 갖추고도 명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동양인 학생들이 떠올랐다. 사실 한국을 비롯해 성적이 뛰어난 인도·중국 유학생들의 대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다양한 인종의 대학 진학을 위해 만든 인종 쿼터제만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역차별로 작용한다. 평균 성적이 높다 보니 오히려 타국 학생들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1 미국 대학 입시는 SAT나 ACT 등의 시험 성적 비중을 낮추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2 노스웨스턴대 투어 때 아들과 남편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3 SAT 성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대학 리스트.


묻지 마 아니라 다양한 선발 기준

요즘 SAT 점수를 더 이상 대학 입시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대학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점도 아시아 학생에게는 불리하다. 대학은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 내신의 영향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한편, 서류 평가나 면접 등 대학 자체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미도 강하다. 대학이 학생 선발 시 더 자율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대학 입시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만점에 가까운 SAT 점수와 내신 성적을 받고 교내외에서 수많은 활동을 한 학생이 지원한 모든 대학에 떨어진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교사 추천서를 이유로 지목하는 이가 많았다. SAT 비중과 반 비례해 교사 추천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학업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성실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이 늘고 있다.

사실 지금도 미국 대학 입시 결과를 두고 누구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된다면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이 물음표 입시가 유지되는 이유는 사회 시스템에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대학의 선발 기준에 대한 신뢰가 사회적으로 높다. 대학 편입 문턱도 낮다. 고등학교 성적이 나빠 2년제 지역 전문대학에 진학했더라도 학업에 흥미가 생기면 4년제 대학에 쉽게 입학할 수 있다. 공부할 기회가 열려 있는 셈. 또 미국은 대학 성적이 중요하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명문대에서 평범한 생활을 한 학생보다 작은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아이비리그에 합격해도 장학금 혜택이 더 큰 주립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많다. 비싼 대학 등록금의 영향도 있지만, 여러 번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 미국 고등학생들이 한국보다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하는 듯하다.

내 기억 속의 대입은 단 한 번의 학력고사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시험 보는 날 벌벌 떨며 학교에 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살에 들어간 대학이 그 이후의 삶을 좌우하는 것도 경험해왔다. 그 사실을 알고 부모가 된 지금 아이들을 채근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의 불안을 해소해줄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우리 아이들도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통신원으로 글을 쓰며 미국에 살면서 그저 스쳐 지나갔을지 모를 교육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이방인이라 미국 사회나 교육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졌을 수 있을 것같다. 하지만 실제 이민자이자 학부모로 살면서 느낀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고자 노력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 통신원의 기회를 준 <내일교육>과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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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성(미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20년 02월 19일 9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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