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이곳에서도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최근 프랑스 교육 정책가들은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크게 우려한다. 국제적인 수학 대회에서 계속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5위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프랑스의 성적은 30위 안팎에 머물렀다. 유럽 내에서도 기초과학 강국으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결과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의 중요성이 더 대두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제시했는데, 싱가포르의 수학 교육 방법을 본뜬 느낌이다. 실제 프랑스 교사들의 수학 과목 연수 시간을 확대한 근거로 싱가포르 교사들의 연수 시간을 내세웠다. 세부적으로는 실험과 반복을 통해 개념을 정확히 이해시킨다는 것인데, 공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바뀐 바칼로레아 내용을 안내하는 프랑스 교육부 사이트. 개혁 이유를 설명하는데. 새로운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도입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미래의 진로에 적합한 수업을 강화해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2018년에 시작된 바칼로레아 개혁안에 따라 어떤 진로 선택·시험 방식들이 도입되는지 설명해주는 표.
초등학교 저학년인 둘째의 수학 수업 자료. 전학한 학교에서는 종전의 수학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교사들이 이 같은 학습 자료를 가지고 학습시킨다. 그림과 색채를 이용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끌게하고 수의 개념 못지않게 언어 이해 능력도 강조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명소, 루앙 대성당 전경.
계열 없애고, 내신 반영 높인 바칼로레아
작년부터 고등학생 자녀를 둔 프랑스 학부모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 개혁안(La reforme du bac)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제도는 프랑스에서 고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학 등록생 중 석사 과정을 마치는 학생이 40%도 안 된다는 통계가 충격을 안겼기 때문.
이전까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2학년으로 진급하면서 문학(L), 사회/경 제(ES), 과학(S) 세 계열 중 하나를 선택 해야 했다. 2018년에 고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계열 없이, 성적과 진로 계획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전공 과목을 선택한다. 이 학생들이 치르는 2021년 고교 졸업 시험도 달라졌다. 바칼로레아 결과에 내신 성적이 40%, 필기와 구술 시험이 60%를 차지한다. 며칠간의 바칼로레아 시험만으로 학생의 장래가 결정된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분분했고, 꾸준히 공부하는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 내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는 새 시험에 대한 부담이 커 부정적으로 보고, 교사들도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자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의 적성을 살리고 학교생활을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중요시하는 데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진로를 찾을 수 있게 차별 없이 대해주고 심리적 지지도 아끼지 않는다. 다만, 부모 입장에선 아이 장래가 평탄하길 바라는데, 프랑스 학교 교육은 이를 만족시키기엔 미흡한 면이 많다. 게다가 엘리트주의가 완전히 정착돼 있다는 점은 한국인인 내게 위화감을 느끼게 할 때가 많다. ‘누구든 공부를 열심히하면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사회에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야 균형 잡힌 사회가 된다’는 통념이 강하다. 이런 사회에서 교육을 국가 시스템에 맡기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아이가 클수록 커진다. 넉넉한 여유 시간은 학생이 소질을 찾거나 취미생활을 즐기기에 좋지만, 마냥 손 놓고 있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에 아이도 부모도 생각지도 않던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지난 1년간 해외통신원으로 글을 전하면서 프랑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인식했다. 하지만 학생을 중심에 두는 이 나라의 교육을 자녀의 자아실현을 희망하는 한 학부모로서 높이 평가한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을 읽어준, <내일교육>의 한국 학부모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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