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견뎌내며 꽃피운 베트남 문화 즐기기
10년 전 처음 호치민으로 왔을 때만 해도, 인천공항에서 호치민으로 오는 항 공편은 저녁시간 1회 뿐이었다. 요즘은 오전과 오후 시간대 중 선택이 가능하다. 그만큼 베트남을 오고가는 이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 대도시뿐 아니라, 나트랑 다낭 달랏 푸꾸옥 등 휴양지까지 한국인 들이 많이 찾는다.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하면서, 여행지로서 베트남을 선호하게 된 인상이다. 하지만 대체로 패키지 여행 또는 리조트 휴양을 목적으로 오다보니 진짜 베트남의 매력을 놓치기 쉽다. 베트남 유명 도시의 숨겨진 볼거 리들을 소개한다.
휴양지 다낭, 알고 보면 체험 명소?
깨끗하고 탁 트인 바닷가와 멋진 리조트들이 늘어선 다낭은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수영과 스노쿨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주변 해산물 식당에서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휴양을 목적으로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다낭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일단,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유럽 도시를 모델로 삼은 바나힐 테마파크가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케이블카까지 경험할 수 있다. 또 차로 30 분 거리에 있는 올드타운 호이안은 중국과 일본,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이국 적인 건물들이 줄지어있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얼마 전 8학년인 둘째아이는 학교에서 호이안 여행을 다녀왔다. 주변 여러 나라의 통치와 영향을 받은 베트남의 역사를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여서 아이도 즐거웠다고 한다. 6학년 때에는 무이네, 7학년 때에는 마다구이를 다녀 왔다. 무이네는 바닷가에서 요트와 카약, 베트남 전통배를 탈 수 있는 해상스포츠를 경험하고 바닷가 근처에 있는 사막을 보며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마다구이는 계곡과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 되어 있고 카약과 짚라인, 암벽등반 등 레저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었다.
베트남의 떠오르는 휴양지 무이네에는 두 개의 작은 사막이 있다. 그중 하나인 화이트 샌드에서 사륜구동을 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에는 예쁜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아 저녁 거리가 특히나 아름답다.
호치민 시내의 명소로 꼽히는 노트르담 성당.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이 성당은 파리의 성당과 같은 재료로 지어졌다고 한다.
생각거리 던져주는 호치민의 다양한 문화
한국에서 베트남은 휴양지로 명성이 높다. 가성비가 뛰어난 리조트와 아름다운 바다, 꼼꼼한 손재주로 만든 아름다운 수공예품,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맛있는 음식까지. 하지만 베트남의 매력을 단순히 휴양에만 두기엔 아깝다.
특히 수도인 호치민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일상과 함께 옛 프랑스 식민지 시절이 공존하고 있고 한국인에겐 사뭇 낯선 사회주의 국가의 일면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건축물들이 재미있다.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해 우체국, 오페 라하우스 등은 근대 유럽의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곳곳에 커다란 불교 사원이 있고,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유물과 흡사한 유교적 물건들이 박물관에 많다. 시내 중심부에는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전쟁 유적 박물관도 있다.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와 밀접하게 협력 하거나 갈등한 만큼, 다양한 문화가 섞였고 그가 건축물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 생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최근 인기가 높아진 베트남의 프랑스식 샌드위치 ‘반미’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바게트 빵에, 유럽식 아침 식사 재료인 달걀을 더한 뒤 베트남 식으로 요리한 고기, 채소를 듬뿍 넣은 길거리 음식이다. 베트남어를 고유문자가 아닌 로마자로 표기한 끄옥어 역시 프랑스 지배의 산물이다. 외국 문화에 베트남 특유의 정서와 뒤섞여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는 베트남 전역의 특징이지만, 특히 호치민에 문화적 다양성이 집대성돼 있다. 거리를 둘러보고, 음식을 먹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호치민에서라면 다른 문화의 영향을 찾아내고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를 찾게 되면 대체로 휴양에 목적을 둔다. 아름다운 자연과 깨끗하고 편리한 리조트를 오가다 보니, 오히려 현지를 알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이점이 아쉽다면, 메콩델타투어를 추천한다.
베트남의 작은 쪽배를 타고 수상가옥과 어촌마을을 구경하고, 전통음식을 맛 보고 가내수공업으로 코코넛캔디를 만 드는 곳을 방문하며 베트남의 옛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호치민에서 출발하는 당일 프로그램이다. 덥고 습한 지역인데다가 강을 따라 이동하다보니 힘은 들지만, 아이들과 베트남의 전통과 문화를 접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지를 알아가다보면, 아이들은 재미 너머의 무언가를 발견한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해 비행기로 1시간 안 팎이면 닿을 수 있는 태국이나 싱가폴,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 아권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뚜렷해 우리집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겨준다. 그 과정에서 문화의 차이가 주는 즐거움과 함께 가파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의 변화와 그 동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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