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왔다면, 특히 19세기 후반 미술에 관심이 있는 자녀들을 뒀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권한다. 특히 자녀가 미술 전공을 꿈꾼다면 루앙의 보자르 미술관 을 추천한다. 모네, 피사로, 시슬리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들을 여럿 볼 수 있고, 들라크루아, 제리코, 모딜리아 니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손쉽게 감상하고 그들이 바라본 것과 같은 풍경을 눈에 담는 프랑스 학생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까지 든다.
유적과 동물로 과거와 미래 넘나들기
역사에 관심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루앙은 매력적인 방문지다. 유럽의 정복왕으로 불렸던 영국 윌리엄 1세가 사망한 곳이고, 영국-프랑스 왕가의 백년 전쟁 때 잔 다르크가 화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잔 다르크가 공개 화형을 당한 광장은 지금도 남아 있다. 잔혹한 사건을 품은 거리는 중세식 목재 골조로 지어진 건물과 레스토랑이 즐비해 묘한 느낌이지만, 이야기로만 들었던 실존 인물들의 마지막 발자취를 확인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승기를 잡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이곳에서 이뤄졌는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배경이 된 오마하 비치 등 연합군들이 발을 디뎠던 5개의 해변가를 찾아 전쟁 상황을 눈앞에 그려 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파리 한복 판에 있는 동물원 라 메나쥬리에 가보면 좋다. 파리 식물원의 부속 동물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중 하나인 이곳에는 크기가 작고 멸종 위기에 처한 180여 종의 동물이 있다. 동물원이 ‘동물 학대’의 온상으로 지적받지만, 이 곳은 보호의 역할이 강해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프랑스 남부의 대도시 툴루즈에 위치한 항공 우주 박물관 또한 인기가 높은데, 우주와 우주 비행선, 인류의 우주 탐험에 관한 지식을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롭게 알려준다. 남프랑스의 님에는 로마시대 유적인 원형경기장이 있고, 카르카손느에는 중세 고성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 남프랑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들이 지어놓은 벙커. 노르망디 해안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잔 다르크가 화형당한 장소에 지어진 교회.
루앙 보자르 미술관이 소장한 모네의 그림. 루앙의 전경을 특유의 화법으로 담아냈다.
프랑스하면 일반적으로 파리에서의 박물관 투어와 쇼핑, 칸의 영화제, 남프랑스에서의 휴식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곳곳에 이렇게 예술은 물론 역사 유적과 첨단 기술을 함께 접할수 있는 곳이 많아 아이와 함께 다니면 좋다.
그저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한 뼘씩 자란다. 딸아이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한동안 그 화가들의 화법을 시도해봤는데, 스스로 화가가 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둘째는 카르카손느 등을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레고를 가지고 중세시대의 성을 만드는 데 빠졌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부모에게 인상 깊었다고, 아이들까지 같은 감상을 느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두 아이는 도화지에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것을 그리기도 하는데, 내가 지나친 장소나 생각지도 못 한 내용을 담아 놀랄 때가 많다. 그 안에서 아이의 요즘 관심사나 고민, 색다른 시각 등 미처 몰랐던 것도 발견한다. 그럴 때면 공부 이상으로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는 일도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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