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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35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수준 높은 영어 교육 좋지만 되돌아갈 한국 수업 부담 커


베트남에 온지 만으로 10년이 넘었다.

2~3년 정도 계획하고 왔지만, 어쩌다 보니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생활 하게 될 것 같다. 우리 가족과 달리, 회사 주재원들은 3~5년가량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아이들이 이곳 학교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한국으로 되돌아갔을 때의 학교생활을 미리 걱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익히고, 귀국 후를 대비해 한국 교과목 공부까지 이어가야 하다 보니, 대부분 아이들은 베트남에 살고는 있지만 진짜 베트남 문화와 교육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진짜 베트남을 보기 어려운 국제학교

베트남에 오는 한국 부모들은 대개 국제학교를 선택한다. 영어 중심의 커리큘 럼을 현지 교육과정보다 선호하기 때문.

국제적인 수준의 수업을 받을 수 있지 만, 그만큼 학비가 매우 높다. 둘째 아이가 다니는 호치민에 있는 미국계 국제 학교인 SSIS는 6~8학년이 한국의 중학 과정인데 연간 학비가 6억1천700만 VND으로, 한화로 3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이는 베트남의 물가를 생각해보았을 때, 현지인에게는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천563달러 (한화 약 300만 원)이며, 베트남 일반 학교 교사의 연봉이 한화로 220만 원 정도라고 알려졌으니, 현지 직장인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국제학교 재학생은 회사에서 자녀 학비를 지원해주는 외국계 기업 주재원이나 사업차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학생들도 꽤 많이 재학 중인데 거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현지 대기업 혹은 자산가의 자녀들이다.

문제는 아이가 이들을 통해서 베트남 문화를 접하다보니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 방학 때마다 각국을 여행하고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평범한 수준인 우리집 아이들이 베트남의 평범한 삶을 접하기란 사실 어렵다.

베트남의 진짜 평범한 삶의 가치 기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국제학교라고 해서 베트남의 생활과 문화를 배우는 경험을 아예 등한시하진 않는다. 수학여행과 유사한 WWW(Week Without Walls)가 있는데,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 단계인 5~8학년 때 베트남의 소도시로 일주일간 여행을 가 현지 문화를 체험한다. 둘째 아이는 올해 호이안에 다녀왔는데, 시장과 농장을 체험했다. 작년에는 맹인 장애우들을 만나 봉사활동을 했고, 불우 이웃을 위한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되돌아갈 한국 학교 부담에 사교육 병행 흔해

처음 말했듯, 베트남에 온 한국 아이들중 상당수는 다시 한국의 학교로 돌아 간다. 부모 입장에선 그렇게 돌아갔을때 학업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한국인이 많이 사는 호치민 푸미흥 지역에는 한국형 사설 교육기관과 과외가 성행한다. 국제학교를 다니며 외국 커리큘럼을 따르는 교육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돌아 갈지 모르는 한국의 교육과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따로 공부하는 것.

이해가 가는 것이 초등학교까지 이곳에서 다니다 중학교 즈음 한국으로 돌아 갔을 때 수학이나 국어, 사회 등의 과목을 따라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아예 적응을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꽤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베트남에 장기간 머무르는 가정에서는 한국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한다. 우리 집은 한국으로 치면 중2인 둘째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 책을 읽고 글짓기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춘기가 되면서 휴대폰과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져 책을 통 읽지 않는 아이에게 조금이 라도 독서를 시키기 위함이지만, 집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 이상의 한국어를 읽고 쓰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나름의 묘수다.

외국에서 자라는 아이는 우리말을 하고 읽고 쓸 수는 있어도, 그 깊이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현지 학습을 쫓아가다 보면, 한글로 된 책을 가까이할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 실제 “엄마, 영어로 ○○○ 를 우리말로 뭐라고 표현하지?”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로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아이 스스로 답답해할 때가 늘고 있다.

아이가 국제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나라의 사람을 만나고, 자유로운 교육 시스템 덕에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내 아이는 한국 사람인데 정작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지 염려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어로 된 책을 읽히고, 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함께 찾아서 보곤 한다.

그와 동시에, 이곳에 사는 동안 베트남의 삶과 문화에 대해 많이 체험하고, 베트남 사람들과 긍정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그들을 이해하면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 수학여행인 WWW에서 베트남 농민 의상을 입고 농장 체험을 하는 아이들.


미국계 국제학교지만 베트남의 문화나 전통을 경험해볼수 있는 행사를 많이 연다. 설연휴 전 Dragon Dance팀이 학교에 방문해 현란한 용춤을 선보였다.


둘째아이 학교의 홈페이지에 공지된 이번 학년 등록금. 중학 과정은 한화로 3천만 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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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나영(베트남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2월 25일 9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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