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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34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현지 학교 입학과 적응 네덜란드어 벽을 넘어라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 다니기, 빛과 그림자


현지 학교 입학과 적응 네덜란드어 벽을 넘어라

한국 수험생들의 대입 스트레스가 고조 됐을 시기다. 여유롭지 않을까 싶은 네 덜란드 고3의 수험생활도 빡빡하다. 가을이 오가는지도 모르게 학교 수업과 숙제, 대입 설명회를 찾아다니느라 늦은 밤과 주말까지도 바쁘다. 최근 영어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학과가 늘면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학생들이 네덜란드 대학에 몰리고 있다 보니, 네덜란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학과 진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국제학교·현지 학교 모두 제 학년 편입 어려워

네덜란드는 미성년자가 부모님 없이 유학 오는 것을 금한다. 중·고교 과정을 밟고 싶다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현지에 거주해야 한다. 옆나라 독일이 법적 보호자가 있으면 청소년 유학을 허용하는 것과는 반대다. 조건을 충족한다면, 자녀는 크게 세 종류의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문턱이 낮은 건 국제학교다. 학비는 비싸지만 입학은 어렵지 않다. 학교에 이 메일을 보내고 관계자와 약속을 잡아 상담을 한 후, 레벨 테스트를 거쳐 입학 학년을 배정받으면 된다. 단, 학제를 유의해야 한다. 네덜란드 국제학교는 보통 중학 과정(MYP) 5년, 고교 과정(DP) 2년인데 영어권 국가 학생이 아니면 바로 DP에 입학하지 못한다. 한국 고2 학생이 유학을 온다면, 중학교 마지막 학년인 MYP 5 과정에 편입·수료해야 DP 로 진급한다. 네덜란드어는 따로 배우지 않아, 대학은 영어권 국가 혹은 네덜란드 내 영어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곳으로 진학한다.

현지 학교 입학을 원한다면, 네덜란드어를 익혀야 하니 브리지 스쿨을 활용 할 수 있다. 다만, 언어 습득에 1~2년 은 걸려 제 학년 편입이 어렵고, 언어 외 과목 학습은 맥이 끊긴다. 현지 학교 에서는 다른 학생과 나이 차가 크면 소통이나 적응을 이유로 규정보다 상급학년 입학을 권고하기도 하나, 교과 내용이 누락된 상태로 수업을 따라가야 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영어와 네덜란드어 두 언어 로 수업하는 이중 언어(bilingual) 학교 가 있다. 영어가 되는 학생이라면 제 또 래들과 공부할 길이 있는 셈. 다만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네덜란드어 비중이 늘어나고 졸업시험도 네덜란드어로 치러야 해 졸업하려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지 학교를 희망한다면 늦어도 초등학교 4학년 이전에 오는 것이 좋다.




아인트호벤 외곽에 있는 유학생들을 위한 임시 숙소.




두 언어로 수업을 제공하는 학교의 중2 수학 교과서.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네덜란드어로 수학을 배우지만, 네덜란드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해 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영어로 된 교과서도 제공한다.




아인트호벤에 있는 브리지 스쿨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유학 전 알아야 할 것

네덜란드 유학비는 저렴할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하다. 실제 현지 공립학교는 거의 무료, 대학 학비는 학교·학과마다 다르나 1년에 대략 8천~1만2천유로(1 천만~1천5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국제학교 학비는 상당히 비싸고, 네덜란드어나 특정 과목 과외를 받거나 예체능 분야에 취미를 둔다면 레슨비, 악기 대여 등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나간다. 무엇보다 거주비가 만만찮다. 최근 우리 집 인근에 컨테이너 집들이 생겼다. 유학생들을 위한 임시 숙소다.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대학이 있는 네덜란드 지역은 주택난도 심해졌다. 어떤 지역은 캠핑장에서 묵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

유학 전 배워올 것으로는 자전거를 추천한다. 학생 대부분은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한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이 떨어진 곳이 많고, 그 외에도 단체활동을 할 때면 십중팔구 자전거를 타고 이동 한다. 차량과 부딪히지 않도록, 자전거 교통 수칙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무엇 보다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길러야 네덜란드 학교에 안착할 수 있다. 학원이 없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숙제를 하고 시험 공부를 하며 성적을 관리해야 하는데, 익숙해지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시기마다 각기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1~2년은 언어를 익히느라 애를 먹었다. 아이들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며 친구들을 사귀어야 했다. 학부모 입장에선 다른 학부모·학교와 소통이 쉽지 않았다. 특히 교사와의 면담 때 짧은 네덜란드어 보다 영어를 쓰곤 했는데, 교사도 영어 상담이 편치 않아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낯설었던 언어도 문화도 익숙해졌지만, 아이들은 현지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점점 네덜란드식 사고방식을 갖게 돼 종종 한국 정서를 가진 부모와 의견 차이가 생긴다. 지난 10 월 딸은 만 18세 생일을 맞아 성인이 됐다.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하는 시기인데, 은행 계좌와 보험을 따로 분리해야 하고 부모도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만 18세를 넘겨 대학 입학 전까지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에겐 국가에서 보조금을 준다. 일종의 용돈인 셈. 네덜란드 부모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녀의 용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회가 지원 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인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다. 하지만 두 아이는 친구들의 영향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미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청소년기 유학은 습득력이 빠른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에 이처럼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의 세대 차이에 문화 차이까지 더해질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유학을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반드시 미리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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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순(네덜란드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2월 18일 9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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