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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33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자유 누릴 자율성 없다면 미국 교육은 환상에 불과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다니기, 빛과 그림자

자유 누릴 자율성 없다면 미국 교육은 환상에 불과

한국 고등학생이 방학 동안 우리 집에 서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었다. 두 달 이지만 즐겁게 사립학교를 다녔다.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어가 서툴러서 힘들 것이 라고 예상했는데 미국 아이들은 축구 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반이 되자 스스럼없이 말을 붙이고 함께 운동을 했다. 아이는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했고, 아쉬워하며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 외국학교생활이다.


막대한 비용, 보호자 찾기 부담 커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학생들은 대체로 유학 비자로 입국해 사립학교에 다닌다. 지명도가 높은 일부 사립 학교는 유학생 입학 정원이 적거나 영어 시험을 봐야 하므로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도 어려운데, 가장 큰 부담은 따로 있다. 바로 비용. 학교 웹사이트에 는 입학금과 수업료가 공지돼 있다. 애틀랜타 사립학교는 연간 2만~2만4천 달러(한화 약 2천810만 원) 정도로 파악 된다. 생활비와 사교육비까지 더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따라서 유학을 결정했다면, 어디까지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1~2 년 경험을 쌓으라고 보낸다는 학부모도 있는데, 장단점이 분명하다. 1년이라도 이곳에서 지낸다면 8월부터 시작하는 가을학기제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자기 학년으로 복귀하기 어렵고, 공백이 있어 학업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미국 학교에 적응을 잘했다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대학까지 지원 하겠다는 생각 없이 보낸 맛보기식 단기 체류가 과연 필요한 일인지 깊게 고 민해보길 권한다.

아울러 가디언, 즉 보호자 선택의 중요 성을 알아둬야 한다. 가장 예민한 청소 년기에 학생만 보낸다면 학교 선택 이상으로 가디언 선택이 중요하다. 자녀와 가디언의 말이 다를 경우 가디언을 믿을 수 있는 관계까지 되어야 자녀를 맡길 수 있다. 단순히 집과 음식을 제공 하는 사람이 아닌,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어줄 수 있는 역랑이 있는지, 미국 교육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가정환경은 어떤지를 잘 살펴보길 권한다.


즐겁기만 할 수 없는 미국 학교생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미국에서 공부 하는 것이 쉽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라도 3시면 수업이 끝나고 운동이나 로보 틱스, 드라마, 토론 등 다양한 클럽 활 동을 하니, 밤늦게까지 공부만 해야 하 는 한국에 비해서 자유로운 것은 맞다. 처음 소개한 사례는 운동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한 경우지 만, 사실 그 반대도 많다.

중·고등학생 시기는 학년이 높아질수 록 또래 문화가 강하다. 겉으로는 친 절하지만, 이미 무리가 형성돼 있어 깊은 교우 관계를 맺기 어렵다. 어렵 게 결심하고 미국에 왔는데,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학교생활이 힘들 수 밖에 없다.

내용의 난도와 무관하게 학업을 따라가 기도 어렵다. 자료를 찾아 재구성해 발 표하거나 활동하는 수업이라 영어 활용력이 중요하기 때문.

유학을 온 후 내성적으로 변하거나 유혹에 빠지는 학생이 많은 이유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리더십을 발휘하고 즐겁고 쾌활하게 보낼 아이가 유학을 와서 소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한다면 오히려 손해다.

따라서 유학 이유와 학습 계획을 한국 에서부터 명확히 세워야 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그만큼 예측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정기고사가 없어 각 과목 교사가 재량을 발휘해 다양하게 시험을 치르게 하니, 각자 그에 맞춰 준비하고 공부해 야 한다. 화학에서 베이킹을 하거나 역 사 공부를 그림을 그려 하는 식이다.

한국이나 중국·인도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기도 전에 사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시키기도 하는데, 저학년 때는 효과를 보기도 하나 상급 학년이 될수록 목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 학생들을 따라 잡지 못한다. 게다가 아이비리그와 같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므로 학원 시스템에 의존하는 학습 방법으로 공부한 학 생들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뚜렷한 목표의식, 자기 주도적인 학습·활동을 해 나갈 수 있는지 유학 전 검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1 미국 사립학교는 학비 부담이 높다. 연간 비용은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다. 생활비와 사교육비까지 고려해 지원 범위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2 미국 학교는 클럽 등 다양한 활동을 권장하고 우대하는 분위기라, 적극적 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사진은 로보틱스 관련 동아리 활동.


3 미국 역사 관련 내용을 담은 스토리북.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므로, 스스로 목표의식을 갖고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나이의 유학생활은 보내는 부모도 떠나온 학생도 쉽지 않다. 부모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청소년 시기를 타국에서 보내기로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어렵게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무엇을 위해 이런 어려움을 겪나 싶어 안타깝다.

타국, 언어 장벽, 문화 차이, 경제적 부담 등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명확한 목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하나 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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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성 미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2월 04일 9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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