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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식민지배·전쟁 경험한 베트남에서 프랑스·미국 교육 받기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역사 교육

식민지배·전쟁 경험한 베트남에서 프랑스·미국 교육 받기

호치민 시내의 동커이(Dong Khoi) 거리 에는 관광 명소로 유명한 노트르담 성당이 있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시절, 베트남에 있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본떠 세워진 성당 이다. 1884년부터 1945년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은, 곳곳에 프랑 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학생 들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프랑스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이나 저항을 했던 이야기들을 중요하게 배운다고 한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한데 프랑스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동안 이 나라에 뿌리내린 유럽식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프랑스인 이름 딴 학교 많아

베트남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다. 그런데 딸아이가 다니는 호치민 프랑스 학교의 이름은 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 Marguerite Duras(LFIDURAS)이고, 북부 수도인 하노이에 있는 프랑스 학교의 이름은 Lycée Français Alexandre Yersin(LFAY)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Marguerite Duras)는 베트남을 배경 으로 한 <연인>을 쓴 작가로 호치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이곳에서 성장했다. 알렉상드르 예르생(Alexandre Yersin) 은 하노이 의과대학의 수장이었던 의사 이자 세균학자로 베트남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본인 유명인의 이름을 딴 국제학교가 있는 셈이니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만, 전혀 그렇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인물을 학교 이름으로 삼았고, 프랑스인은 물론 그들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의미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국제학교라 모교가 있는 나라의 역사를 가르친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미국계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중학생이 되고서 프랑스 학교로 옮긴 큰아이는 역사 수업의 어려움을 자주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 스사는 유럽사와 관계가 깊고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두고 지배했었기에 배울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 지난밤에도 시험을 앞두고 늦게까지 공부했다. 미국계 국제학교 8학년(한국의 중2 )인 둘째아 이는 요즘 사회(Social Study) 시간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대해 배우는 중인데, 수업 방식에 눈길이 간다. 반 아이들이 콜럼버스, 여왕, 콜럼버스의 부하, 원주민 등으로 팀을 나누어 각각의 입장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한 다음, 모의 법정을 열어 각각의 입장에서 잘못이 없음을 증명하는 열띤 토론을 했단다. 교과서를 읽고 외우는 역사수 업이 아니고, 자신이 맡은 역할의 입장 에서 증거자료를 조사하며 신대륙 발견 이라는 주제를 여러 가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 같다.


여러 언어 노출되는 국제학교


호치민 노트르담 성당.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둘째아이가 사회 시간에 배우고 있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관한 토론 자료.


호치민 프랑스 학교는 호치민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쓰고 있다.

프랑스 학교는 기본적인 수업은 프랑스 어로 진행되지만 영어도 필수로, 베트남어와 스페인어, 라틴어 등은 선택해서 배운다. 큰아이는 영어와 프랑스어의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들어갈 수 있는 SI(Section Internationale)를 신청해서 공부 중이다. 이 과정의 학생들은 역사를 프랑스어 수업과 영어 수업 두 가지로 나누어 듣고, 일반 과정의 프랑스 어와 영어 수업 이외에 문학(Literature) 수업을 추가로 더 들어야 해서 공부해야 하는 교과목이 많아진다.

대신 많은 수업을 받은 만큼, 중학교 졸 업시험인 브흐베(Brevet)와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에서 SI를 이수했다는 내용이 명시된 학위증을 받고, 대입에서도 유리한 편이라고 알려졌다.

둘째아이가 다니는 미국계 국제학교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와 스페인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스페 인어를 배우는 중인데, 수업 방식이 재밌다. 7학년 수업의 마지막 과제로 스페인 요리를 만드는 동영상을 찍어야 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스페인어로 요리 과정을 설명하느라 여러 번 NG가 나서 웃기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고 재미 있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스페인어를 말하게 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와 역사는 그 나라 교육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과목이다. 우리 아이 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베트남에 와서 살면서, 각각 프랑스 학교와 미국 국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여러 나라의 문화와 교육을 다채롭게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와 프랑스어로 학교 수업을 듣고, 집에서는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식 문화 안에서 성장했다. 토요일마다 호치민 한국 국제학교에서 운영하는 토요한글학교에 다니며 국어와 국사를 배우기도 했다.

매일 베트남 호치민 거리를 오고가는 아이들은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베트남에 살면서 경험하게 된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와 세계관을 조화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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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나영 베트남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1월 20일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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