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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27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하지 마 앞서 하면 안 되는 이유 배우는 국제학교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이색 규율

하지 마 앞서 하면 안 되는 이유 배우는 국제학교

집 앞에는 베트남 사립 중·고등학교가 있다. 월요일 아침이면 유난히 소란스럽다. 아침 일찍부터 이런저런 알림음과 함께 마이크로 이야기하는 나이든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마도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조회 시간’ 같은 행사가 아닐까 싶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단정한 자세로 듣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직도 베트남의 공립학교에서는 매 수업 시간 선생님이 들어오면 전 학생들이 일어서서 선생님을 맞이한다고 한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문화가 남아 있고, 교칙도 꽤 엄한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름 날씨에 적합한 시원하고 편안한 교복

학교 문화의 차이를 외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교복이다. 베트남 학생들은 주로 반팔 셔츠에 긴 바지를 교복으로 입는다. 남쪽 지방에는 아오자이를 교복으로 삼은 학교가 많다고 들었는데, 호치민에서는 보기 어렵다. 어찌됐건 교복 착용이 필수인 현지 학교와 달리 국제학교는 모교가 있는 나라에 따라, 또 학교에 따라 교복 착용이 제각각이다. 둘째가 다니는 호치민에 있는 미국계 국제학교인 SSIS는 교복을 입는 쪽이다. 면으로 된 하늘색 반팔 폴로티셔츠에 남색 반바지가 기본인데, 동남아시아의 더운 날씨에 적합한 실용적인 차림이다.

특히 체육 과목인 PE 수업이 있는 날에는 라운드넥 티셔츠에 고무줄 반바지를 입고 반드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규칙이 자유로운 미국계 학교지만, PE 수업이 있는 날의 복장, 그리고 수영 수업이 있는 날 수영복과 수영모, 물안경 등을 챙기는 것은 성적에도 반영된다.

또 학생이 약간 감기 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도 학교에 등교할 정도의 컨디션이라면 수영 수업만 빠지거나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일단 등교한 후 몸을 움직이는 수업은 참관하거나 양호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이 많았는데, 아이의 학교는 의사의 지시가 담긴 사유서가 없다면 등교 이후 모든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ID 카드도 색다른 학교 문화다. 학생증과 체크카드가 결합한 카드로 볼 수 있는데, 두 아이의 학교에서는 교문 출입은 물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때도 필수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학부모조차 ID 카드를 발급받아야 학교 출입과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다. 등하교 시간과 대출 목록은 인터넷에서 조회할 수 있다. 일정 금액을 충전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ID 카드를 잃어버리면 이래저래 귀찮은 상황이 많아진다. 그래서 이곳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ID 카드를 회사원들의 사원증같이 목에 걸고 다닌다.


환경운동에 동참하게 하는 규칙들

미국·프랑스계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한국처럼 학생들의 생활적인 부분에 대한 규칙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휴대폰 만큼은 학부모들에게도 ‘관리’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둘째 아이의 새 학년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학생들의 휴대폰이나 태블릿PC, 아이팟과 같은 개인 전자기기 소지와 관련해 거듭 주의사항을 들었다. 되도록 학교에 가져오지 말고, 가져왔을 때에는 등교하자마자 개인 사물함에 넣어두고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까지는 꺼내지 말아야 한다며, 자녀들에게도 한 번 더 숙지시켜주라고 당부했다.

또 하나, 최근 몇 년 동안 학교에서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인상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일회용 물병은 학교에 들고 갈 수 없고,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집에서 준비해가는 간식이나 도시락도 일회용 용기에 담지 않도록 교육시킨다. 학교에서부터 이런 환경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난 일상생활에서도 플라스틱 제품이나 빨대 사용을 부끄럽게 여기고 주의를 기울인다. “엄마~ 카페에 개인 텀블러를 가져가세요”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북극곰과 거북이들이 죽어간대요”라며 내게도 참여를 권한다.

단순히 하지 말라고 억지로 학생들을 제약하기보다, 하면 안 되는 이유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며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셈이다. 학교가 정한 작은 규칙을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까지 가져오는 모습을 보면서 ‘하지 말라’는 말보다 그 이유를 알려주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의 규칙은 그렇게 까다롭거나 어려운 것은 없다. 복장이나 머리모양 등 개성에 대한 제한도 없다. 그렇다고 무한정의 자유가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학급이나 학교, 또는 사회 전체의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행동은 단호하게 미리 선을 긋는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에서 개인의 자율적인 성장을 존중받으면서도, 사회 전체의 질서와 균형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호치민의 더운 날씨 탓에 학교 교복은 편안한 반팔과 반바지. 아이들의 유·초등 과정 때와 요즘 청소년들의 교복 차림.


학교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ID 카드. 학교 출입은 물론 도서관, 식당과 카페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아이가 사용하는 개인 물병. 환경보호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학교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안내하고, 학생들도 일상에서 잘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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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나영 (베트남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0월 23일 9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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