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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24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자유-제약 오가는 학교 규칙 관용과 조화 배우는 학생들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이색 규칙

자유-제약 오가는 학교 규칙 관용과 조화 배우는 학생들

프랑스는 문화적, 종교적으로 다른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는 나라다. 유럽의 ‘멜팅팟’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다민족·다문화 특성은 학교
교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피부색, 옷차림부터 종교에 따른 식습관까지 제각각인 아이들이 섞여 있다.

학교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의 책임감을 중요하게 가르친다. 자유로우면서도 엄격해 알쏭달쏭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제각각 다른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를 이루는 ‘프랑스’ 사람을 만드는 근간이 아닐까싶다.


멀지만 따뜻한 ‘담임 쌤’

프랑스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을 크게 단속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 학부모에게는 참 생소하다.

특히 담임 교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프랑스도 고등학교까지 반마다 담임 교사가 있고, 학생들을 관리한다. 하지만 그 역할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한적이다.

지난해 딸의 담임 교사는 수학 선생님이었는데 수업 시간 외에는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 학생들이 상주하는 교실이 없어 생기는 일이다. 그러던 중 딸아이가 성적표를 받으러 학교에 와달라고 했다. 모든 학부모가 선생님과 만나 학생의 성적과 태도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눈다면서. 한 학년이 3학기라 성적표도 세 번 배부되는데 두 번은 부모가 직접 학교에 가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첫 면담, 단 5분이었지만 딸의 담임 교사와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세한 얘기를 나눴다. 특히 외국인 엄마인 내가 모르는 점이 많을 것 같았는지, 거듭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다. 문화와 학교 시스템이 다를 뿐 학생과 학부모에게 귀 기울이는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따뜻했다.


학내 규율 단속하는 ‘감독관’ 따로 있어

그렇다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를 대신해 학생들의 태도나 학내 질서에 개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바로 감독관이다.

한국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한 역할이지만, 프랑스 학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차후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을 찾을 경우 좋은 경험이 되기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한 번쯤 시도해보는 아르바이트 자리다.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인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자율학습 시간에 학생들의 행동 등을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질서를 바로 세운다. 등교 시간에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관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쉬는 시간에 학생끼리 다툼이 벌어지면 이들이 큰소리를 내며 개입하다 보니, 학생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한다. 딸아이가 지난 학기까지 다닌 중학교는 학생이 600여 명이었는데, 감독관이 약 10~15명 배치돼 있었다.

또 학생들의 학교 입출입이 다른 의미로 엄격하다. 일단 등교하면 하교 시간까지 학교 밖을 나설 수 없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점심시간에 외식이 가능하다. 단 교문 개폐 시간은 엄격히 준수한다. 학생마다 시간표가 달라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 등교하는 날도 있는데, 이때 5분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교문이 닫혀서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 감독관들이 정시에 문을 닫기에 지각생들을 밖에서 1시간 동안 대기할 수밖에 없다.


존중과 조화 사이, 균형을 추구

점심시간도 인상적인 학교 문화다. 프랑스 학교는 출신과 종교가 다양한 학생들이 섞여 있다. 학교 식당에서 한 종류의 식사를 같이 먹기 어려워 선택지가 비교적 넓다. 전통적으로 전채, 고기나 생선으로 구성된 본식, 그리고 치즈, 요거트나 과일 등의 디저트로 구성돼 있지만, 채식주의자 식단이나 무슬림을 위한 별도의 할랄 식단을 제공하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음식에 사용된 재료, 특히 고기 종류를 상세히 안내한다. 학생들의 문화, 종교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식사는 배려 받아도 학교에서 종교적 색채를 드러낼 수는 없다. 학내에서 모든 학생은 종교나 정치적 소속에 상관없이 평등하기에 신앙과 관계된 개인적 의사를 옷차림 등을 이용해 겉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무슬림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한 것을 두고 프랑스 사회가 들썩였는데, 현지법으로 학교는 종교의 중립성을 지켜야 하므로 학교의 규칙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좀 더 많다.


7월에 프랑스 남부를 떠나 북부로 이주하면서, 딸아이는 학교를 옮겼다. 9월에 전학을 온 학교는 이전과 소소하게 다른 점이 많다. 아이는 새 학년에 새 학교까지, 두 배로 긴장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다른 문화를 인정해주는 학교 문화 속에 적응해가며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 학교는 정말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너를 인정해줄 테니, 너도 수없이 많은 다른 문화들을 수용하는 프랑스의 학생으로 배우고 살아가라는 얘기를 학교 교육과 생활로 익히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딸아이가 새 학년부터 다니는 학교. 점심시간에는 자유롭게 외식할 수 있지만, 교문 폐쇄 시간을 어기면 감독관에게 잡혀 수업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딸이 다니는 중학교의 학교 식단. 전채, 본식, 유제품, 그리고 후식으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의 신문 르파리지앙에 게재된 기사. 2004년에 제정된 법에 의하면 무슬림 여학생은 공공장소에서의 히잡 착용에 대해 신중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금지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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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미란 프랑스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0월 02일 9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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