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923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놀이든 공부든 방학은 한국으로 리턴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여름방학

놀이든 공부든 방학은 한국으로 리턴

10만여 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는 호치민은 6~8월 거리가 한산하다. 방학 기간이라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이 많기 때문. 한국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맞아 베트남을 찾는 때, 교민들은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방학 땐 고국으로 GO!

국제학교는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 교육 선진국의 커리큘럼이 그대로 진행돼 다양한 교과 수업과 클럽 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 교외 활동 역시 같은 국제학교 혹은 여러 나라의 같은 모교를 둔 학교,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 등과 함께하는 기회가 많다. 이런 폭넓은 경험과 교육은 학기중에 주어진다.

다시 말해 학교를 벗어나는 방학 때는 가정이나 학생 스스로 경험과 학습을 해야 한다. 아쉽게도 베트남은 아직 한창 경제 성장 중인 나라라 국제학교의 경험치를 이어갈 만한 활동이나 학습을 제공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국제학교 재학생은 긴 방학, 베트남을 떠나 모국으로 간다. 우리 가족도 방학 때마다 한국을 찾아, 미술 전시나 연극·뮤지컬 공연 등 베트남에선 못다 한 문화 체험에 나선다.

특히 역사 투어를 빼놓지 않는다. 베트남에 간 첫해,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국립중앙박물관, 경복궁, 덕수궁을 돌아보고 경주도 찾았다. 한국에서 자라지 않는 두 아이에게 고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만 3살에 베트남으로 온 둘째는 7살이 되어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방학 동안 한국에서 지낸 뒤에 갑작스레 한글을 깨우친 걸 보면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다.

더 많은 공부를 하려고 한국에 오는 이도 없지 않다. 특히 중3 이상 고학년 학생들은 한국 학원을 다니며 부족한 학업을 다지기도 한다. 국제학교 재학생을 위한 방학 특강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입소문난 토익·토플·SAT 학원을 다니는 것. 한국 대학의 특례입학만 대비하는 학원을 다니기 위해 인근에 숙소를 잡고 방학 동안 머무르기도 한다.


현지 거주자는 OUT, 외국인은 IN

두 아이의 학교 친구도 방학이면 모국을 방문하거나, 미국이나 유럽 등지를 여행한다고 한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의 상류층 자녀들은 중학생 즈음부터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의 기숙학교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잦아 방학 동안 현지 학교 투어를 겸해 여행을 많이 떠난다. 주재원이 많은 지역적 특성도 있지만, 교육 문제로 베트남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학생도 많아 고학년이 될수록 개학 후 빈자리가 늘어난다.

이처럼 현지인은 베트남을 떠나는데, 베트남을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베트남 거주민들의 정보 공유 카페에는 한국 방학 기간을 이용해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 현지에 머물면서 국제학교의 여름 캠프를 이용하려는 것인데,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고, 한국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환경에 다양한 국제학교의 영어 수업을 경험할 수 있다 보니 자녀의 영어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 소문이 난 듯하다. 이런 수요 때문인지 단기 임대가 가능한 아파트와 숙소가 여럿 등장했고, 몇몇 국제학교는 한국 학생들을 유치하려 여름 캠프를 적극 홍보한다.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 유행하던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베트남으로 옮겨온 것 같다. 막상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나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러 서울로 가고, 한국 학생들은 베트남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 호치민으로 온다는 점이 조금 신기하고 재미있는 변화다.


긴 여름방학이 끝나면 우리 집 두 아이는 각각 8학년, 10학년이 된다. 입시가 가까워지지만, 여전히 방학 활동은 ‘쉼’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학교가 조금 멀어 학기중에는 일찍 일어나는 첫째는 방학이 되면 밤늦게까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마음껏 늦잠을 자고 싶어하고, 한국의 쇼핑몰이나 서점 방문을 고대한다. 둘째는 할머니의 손맛 가득한 음식을 먹고 고모부와 야구장에 가서 프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별다른 과제 없이 방학 동안 읽으면 좋은 책 목록과 전자 책 사이트들을 알려준다. 여름방학이 부족한 학업을 채우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많은 경험을 하고 책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교육 문화가 녹아 있는 모습이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도 방학 동안 한 뼘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쌓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여름방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한국에 와서 신라시대의 왕과 왕비 복장을 입어본 두 아이. 방학 동안 한국에서, 한국 문화와 역사를 직접 경험해보게 하는건 해외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베트남은 아직 문화 체험 기회가 적어, 여름방학 동안 여행을 통해 미술 전시나 공연을 많이 경험하게 해주려고 한다.


호치민의 국제학교 중 한 곳인 AIS에서 홍보하는 여름 캠프. 최근 영어 교육을 위해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이나영 (베트남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9월 25일 923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