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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프랑스 학교는 시험 기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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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교는 시험 기간이 없다?

프랑스 학교에는 시험 기간이 특별히 없다. 여기까지만 읽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시험 기간이 없는 이유는 평상시에 계속, 정말 계속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학교 시험이 너무 잦다는 불평이 거세다고 들었는데, 프랑스 학교야말로 학년 내내 시험이 줄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불만이나 불평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공부가 부담되지는 않기 때문. 대체로 학습한 내용을 바로 테스트하며, 학생이 터득한 문제 해결 방법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뿐 학기 내 학습량을 누적해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는 일은 없다.

세다가 지치는 학교 시험 횟수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처음으로 시험 얘기를 꺼낸 건 학년이 시작하고 2주 뒤였다. 뭘 얼마나 배웠다고 시험을 치르나 싶었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초등학교에서 학습한 기본적인 실력을 가늠 하려는 것 같아 걱정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다. 또 프랑스 학교는 시험 일정을 정해두지 않는다. 해당 과목 선생님이 언제 어떤 시험을 볼지 길면 2주, 짧으면 며칠 전에 통보해준다. 학업 평가는 과목 교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라고. 다만 평가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려줘 학생의 부담이 적다. 예를 들면 역사 과목은 고대 이집트 문화를 1~2주에 걸쳐 학습하고 평가한다. 한국으로 치면 한 단원 분량인데, 학생들은 학습의 내용과 목표가 무엇인지 인지하면서 공부할 수 있고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시험 문제는 보기가 있는 선택형이 아니라 지문이 딸려 있고 서·논술형으로 답을 쓰라고 요구한다. 답안지는 따로 주지 않는다. 자신의 공책을 쓴다. 무엇보다 시험의 빈도가 너무 잦아서 놀랐다. 1년, 3학기 동안 영어는 14차례, 체육은 11차례의 평가가 있었다. 어떤 때는 한 주 내내 여러 과목 시험을 줄줄이 봐야 했다. 하지만 많은 것을 학습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딸아이는 시험이 많다며 달력에 시험 과목과 날짜를 적어두고선, 정작 시험 공부에는 별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내내 공부만 해야 했던 한국에서의 내 학창 시절과 비교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등수 없는 온라인 성적표
평가 결과는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공지하기 때문. 실제 학년이 시작된 9월부터 여러 과목의 평가 점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하나씩 하나씩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다. 입학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장 선생님은 꼭 인터넷으로 자녀들의 성적을 점검하라고 당부했는데, 학교 시험이 워낙 잦고 날짜도 제각각이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성적을 점검해줘야 딸아이의 성적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온라인 성적표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시험 본 과목에서 학생이 받은 점수와 반의 평균 점수, 최하 점수, 최고 점수가 전부다. 학생들끼리 서로의 점수를 밝히며 누가 반에서 시험을 제일 잘 봤는지 알아낼 뿐, 학교에서는 성적표에 등수를 적지 않는다. 학기말이나 학년말에도 마찬가지다. 개별 학생의 성취도를 중시하기 때문인 듯하다. 자신의 성적을 알고, 평균 성적과 최고· 최하점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경쟁 없이도 목표를 잡을 수 있게 하는 장치 같다.

프랑스에서는 학생들 자신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시험의 역할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선생님들은 답안지에 채점을 하며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부족한지를 꼼꼼히 지적한 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준다. 딸아이의 역사·지리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지적받은 부분을 잘 생각해보고 다시 답을 써오면 1~3점을 더 주곤 했다. 한 번의 오답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식 되지 않는 것.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공부하는 방법, 이유를 스스로 찾아나간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스스로 공부해나가는 것이다. 며칠 후 시험이라 말하고선, 공부는 후딱 해치우고 마음 편히 있는 딸을 보면 서 시험 공부를 좀 진지하게 하라고 잔소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딸에게 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적에 학생들이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었던지를 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딸은 그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분량을 공부해야 하니, 학생들이 스트레스 를 많이 받겠다며 자기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철없는 말 같았지만 과거를 돌이키며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석차가 명확히 찍히는 성적표, 그래서 1점을 더 받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며 긴장하며 정작 대학 입학 외에는 공부의 이유도, 목표도 떠올리기 어려웠던 그때. 잦은 시험도 웃으며 준비하는 딸의 ‘마음 편한 모습’에 시험의 다른 얼굴을 본 것 같아 씁쓸하고 도 안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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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미란 프랑스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7월 24일 9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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