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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호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9
자전거 따르릉 따르릉 알고 타세요~

일상의 자전거, 그 특별한 역사

요즘 서울 거리 곳곳에서는 연두색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따사로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좋은 날, 서울시의 공공임대 자전거 ‘따릉이’는 시민들의 빠르고 편한 발이 돼준다. 타는 이들의 얼굴도 생기가 넘친다. 두 다리를 이용한 이 원초적 이동수단의 매력은 대단하다. 장보기부터 경주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며, 동호회도 넘쳐난다. 일상에서 듬뿍 사랑받는 자전거, 그러나 그 역사를 아는 이는 적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역사가들이 ‘자전거의 완성이야말로 19세기 최대 사건’이라고 결론 내린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전거가 미친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론일 테니까.”
- 19세기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 신문 일부

# 1817년, 빨리 걷는 기계가 탄생하다
외면받은 ‘천재의 발명품’
거기 너! 그래 좀 멈춰봐. 타고 있는 자전거에서 잠깐만 내려서 우리 이야기 좀 나눠보자. 네 자전거 되게 좋아 보인다~ ‘로드 자전거’ 중에서도 꽤 고가인 모델이라고? 오~ 그런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자전거를 발명한 사람쯤은 기본으로 알고 있겠군. 종이처럼 대단한 발명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왔으니, 자전거도 중국 왕 서방이 발명한 거 아니냐고? 우리 이젠 좀 알고 타자. 자전거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자전거를 발명해 ‘자전거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 남작. 외워둬. 그는 물리학·건축학·농학을 공부한 뛰어난 발명가였어. 1817년 드라이스 남작은 빨리 걷는 기계를 발명했단다. 작게 만든 마차 바퀴 두 개를 목재로 연결하고 그 위에 올라탄 뒤 발로 땅을 차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기계였지. 자전거 첫 조상이 탄생한 거야. 남작의 이름을 따 ‘드라이지네’라 불렀지. 드라이지네는 앞바퀴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핸들이 있어 나무와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기 좋았어. 속도도 제법 나서 시속 15~20km 로 달릴 수 있었다고 해.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 발명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 편리 한 말이 있는데 힘들게 두 발을 왜 굴러야 하느냐며 말이야.



# 1815년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 자전거를 살리다
3년간 유럽 하늘을 뒤덮은 화산재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자전거의 선조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잊힐 뻔했지. 그런데 웬걸, 드라이지네가 발명되기 2년 전인 1815년 4월 인도네시아에서 탐보라 화산이 대규 모로 폭발했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천 개와 맞먹을 정도였다니, 얼마나 큰 폭발이었는지 상상이 가니? 이 재앙이 자전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지진 후 쓰나미 같은 게 화산재거든. 유해물질이 많아 공기도 나빠지지만, 입자가 너무 작고 촘촘해서 햇빛을 막아. 그 아래 땅은 사람·동 물·식물이 숨을 쉬기도, 햇빛을 쐬기도 어렵게 되지. 지난봄, 우리 하늘을 뒤덮은 미세 먼지보다 몇 겹 더 두꺼운 재가 하늘에 있다고 생각해봐, 끔찍하지?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 후 하늘로 치솟은 화산재는 바람을 타고 미국과 유럽으로 퍼졌어. 1816년부터 화산재가 유럽 하늘을 슬슬 덮더니 1818년까지 3년간 햇빛을 가려 농사를 모두 망쳐버렸지. 사람도 먹을 게 없는데, 말이라고 별반 달랐겠니? 말의 먹이인 귀리가 걷히질 않아 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런 말들을 굶주린 사람들이 잡아먹는 아수라장이 펼쳐졌어. 말이 부족해지면서 대체할 교통수단이 절실해졌고. 이럴 때 주인공이 등장했지! 짜자잔~ 잊혔던 드라이지네가 화려하게 귀환했어. 이후 드라이지네는 발전을 거듭했고, 1860년대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가 자전거에 페달을 달면서 자전거의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쓰게 된단다. 자전거가 비로소 ‘스스로 굴러가는 기계’인 자전거(自轉車)가 된 거야.



# 사회 평등과 여성 해방의 상징이 되다
자전거, 너는 자유다
자전거는 저렴한 가격 덕에 당시 노동자들도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어. 부자든 가난한 이든 건강한 두 다리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갖게 된 거지. 이는 당시 사람들에게 평등의식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됐단다. 당시 여성들도 자전거를 ‘자유의 기계’라 부르며 해방감을 맛봤어.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은 드레스의 맵시를 돋보이려 입던 불편한 코르셋과 속치마를 벗어던지고 바지 형태의 블루머를 입었지. 수많은 남성들이 그런 여성들을 타락한 존재로 여기고 비난했지만 시작된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단다. 반면, 마차 제작자와 마부들이 실업자가 된 안타까움도 있 었지. 시대의 흐름을 탄 자전거는 더 빠르게, 안전하게, 가볍게 재질과 형태가 꾸준히 개량됐고 이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 어때, 흔하디흔한 일상 속 자전거에 이런 위대한 역사가 숨어 있는 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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