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83년, ‘빙산 타고 내려온’ 아기 공룡 한 마리가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마음을 접수한 사건이 벌어졌어. 까칠한 길동이 아저씨에게 자신을 강제 위탁한 요 발칙한 아기 공룡은 이내 오갈 데 없는(?) 친구들까지 불러 모으더니 매일같이 좌충우돌 시트콤을 찍으며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이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지. 그 뒤 20년이 지난 2003년, 고글과 헬멧을 장착한 채 ‘노는 게 젤 좋아’라고 외치며 펭귄 한 마리가 혜성처럼 나타났어. 진심 하는 거라곤 친구들과 온종일 노는 것뿐인 이 펭귄은 국내를 넘어 이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이르렀고 콧대 높은 미국 디즈니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단박에 거절할 정도로 ‘우주 대스타’로 자리매김했지. 그럼 지금부터 엄마 아빠의 꼬꼬마 시절 베프 둘리와 꼬맹이였던 너희를 행복하게 해준 뽀로로의 이야길 들려줄게.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사물의 민낯> 사진 위키백과
말대꾸와 막말의 아이콘, 둘리
안녕! 나는 실제 나이 1억+α살, But!
액면 나이 8살의 아기 공룡 둘리라고 해. 국내 캐릭터 중 최고령이지, 아마? 또 어마어마하게 굴곡진 팔자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평화로운 공룡 마을에서 사랑하는 엄마와 행복하게 지내던 시절, 갑자기 외계인들이 나타나 날 납치해 실험도구로 삼았어. 그러곤 지구는 안전한 곳이라고 판단했다나? 이들의 목적은 다른 별의 생명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보는 거였는데 내 지능이 형편없이 낮아서 지구는 ‘절대, 완전 안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거야. 조사에 응해준 보답으로 외계인들은 내 뇌에 초능력을 심어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줬어. 근
데 하필이면 지구가 빙하기일 때였지 뭐니. 도착하자마자 남극 대륙 빙하에 파묻히게 된 난 (초능력 덕분인지) 멀쩡히 살아서 빙하가 떨어져 나온 빙산에 갇힌 채로 떠내려오다 한강에 도착하게 돼. 엄마 없는 하늘 아래 홀로 살아가야 하는 난 고길동 아찌네서 장기투숙을 하게 됐어. 나만 보면 나가라고 소리치는 아찌에게 ‘내보내고 싶으면 이 집과 1억 원을 내놓으라’고 받아치다 경찰서에 가기도 했지.
어른들에게 말대꾸와 막말을 일삼는 내게 수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덕분에 난 국내 캐릭터 시장 점유율 25%, 로열티 수입만 1년에 2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스타 중의 스타’로 거듭났어.
그렇게 ‘만인의 별’로 20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요상하게 차려입은 펭귄이 나타나더니 내 인기를 넘어서기 시작하더군. 가뜩이나 슬픈 내게 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어. 세상에~ 알고 보니 내가 ‘입양’된 거래. 난 육식공룡인 ‘케라토사우르스’인데 울 엄만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라나?
우주 대스타, 뽀롱뽀롱 뽀로로
우는 아이, 땡깡 부리는 아이, 짜증내는 아이… 이 모두를 한 방에 고요하게 만드는 법! <뽀롱뽀롱 뽀로로>를 보여주는 순간 ‘게임 끝’이지.
‘국내 스타’이자 대선배인 둘리 형은 지금까지 총 매출 2천486억 원에 브랜드 총 이익 497억 원이라는 기록을 세웠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캐릭터로 꼽히는 일본의 키티 누나는 총 매출 9천10억 원에 총 이익 1천802억 원, 미국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우 형은 매출 8천29억 원에 1천606억 원의 이익을 남겼지.
금액을 보고 우와~ 할지 모르지만 둘리 형 외에 두 어르신은 모두 세상에 나온 지 30년 이상 됐다는 점을 감안해야만 해. 그리고 놀라지 마라. 난 단 7년 만에 이 형, 누나를 넘어섰다~ 총 매출 8천519억 원에 총 이익 1천704억 원이라는 대기록으로! 연도별 매출로 비교한다면 전 세계 어떤 캐릭터도 나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씀! 이런 ‘우주 대스타’ 같으니라고~
나와 절친들의 귀욤뽀짝 일상을 담아낸 <뽀롱뽀롱 뽀로로>는 EBS에서 5%라는 소박한 시청률로 시작해 전 세계 100여개 국 수출의 위엄을 달성했어. (프랑스에선 평균 시청률이 57%가 나왔다지, 대애박!) 이후 기록적인 성장과 인기 덕에 난 ‘뽀통령’이란 애칭을 얻었어. (불법 복제물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ㅠㅠ)
한 예로 유럽에서 동양인이라고 놀림받던 친구가 ‘뽀로로의 나라에서 왔다’고 했더니 갑자기 애들이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더라나? 또 세 번째 시리즈에서 나랑 친구들이 옷을 입고 등장해 놀랐었지? 애들이 나를 따라서 옷을 안 입는다고 부모님들이 하도 하소연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크흑! 안 입던 거 걸치고 연기하느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내가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니? 많이들 모르더라고. 하긴, 내가 대한민국 토종 캐릭터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도 있더라. 난 처음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했어. 또한 손이 많이 가는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적은 북한과 협력해 빠른 시간 내에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완성했지. (왠지 통일이 되면 내가 ‘화합의 아이콘’이 될 것 같다는 이 느낌적인 느낌.)
음료수, 장난감, 신발, 연고… 나와 관련된 상품은 무려 2만 개가 넘어. 하지만 ‘어린이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무리 거금을 준다 해도 내 이름을 허락하지 않아. 이렇게 어린이 안전에 ‘엄격한’ 관리를 하는 덕분에 전 세계 부모님들은 내가 선택한 상품을 믿음으로 구매하고 있지. 내 자랑이 너무 길었나? 그런데 뭐? 요즘 대세는 ‘펭수’ 아니냐고? 이봐, 그 꼬마는 ‘어른이’한테 사랑받는 거지 어린이 쪽은 날 따라오려면 멀었어~ 멀… 었겠지? 에잇, 둘리 형! 기분도 꿀꿀한데 우유나 한잔하러 가시죠!
‘지금까지 이런 TMI(too much information)는 없었다!’로 시작한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독자 분들의 요청에 다시 시작합니다. TMI 시즌 2는 “재밌게 읽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까지 됐다”는 말에 ‘어쩌면 쓸모 있을’을 타이틀로 삼았습니다. 과학,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세기의 라이벌들로 재밌게 풀어볼 예정입니다. 그저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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