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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호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6 마라톤
이란 사람은 마라톤 안 해! 왜냐고?

화났거든, 2천400년 전 부터!

안녕? 나는 이란 소년 하산이야. 내 조국에서는 마라톤이 금지 종목이라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니?
지금껏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등 세계 대회에서 마라톤에 출전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지. 우리가 마라톤을 얼마나 싫어하냐면 1974년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을 아예 제외시켰었지. 대한민국은 마라톤의 의미가 남다르지? 손기정 선수가 일제 강점기 때 대한민국 전 국민을 울렸던 일화는 나도 알고 있어.
월계관을 쓴 채로 고개를 떨군 모습에 내 마음도 아리더라. 우리에게도 마라톤은 특별해. 그 이야기를 지금 들려줄게.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세계사를 보다> <그리스사>







이란의 영원한 고향, 대제국 페르시아
페르시아 제국에 대해 알고 있니? 슬프게도 많은 친구들이 모른단다. 페르시아는 고대와 중세에 한반도에 선진 문물을 전파했고 세계 최초로 대제국을 건설했을 뿐 아니라 유라시아 전역을 아우른 문화 대국이었지. 오늘날 페르시아 제국은 영광을 잃어버린 채 현재 이란 인근에 있던 제국들을 서양에서 통칭해 부르는 말이 됐어. 기원전 728년의 메디아제국·기원전 550년의 아케메니스 왕조 페르시아 제국·기원전 250년의 파르티아제국 등 다양한 국가들이 존재했음에도 서양의 역사가들은 이 모두를 뭉뚱그려 ‘페르시아’라고 부르지. 생각해봐. 만약 서양 학자들이 고조선·고구려·백제·신라를 개개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한국왕국이라고 부른다면 너희도 무척 기분이 나쁠 거야. 지금 내 기분처럼. 적어도 유라시아 대륙에서 영향을 주고받던 우리들은 서양사보다 페르시아의 역사를 좀더 많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




마라톤 전투, 페르시아에 치욕을 선사하다
페르시아 대륙 서쪽 끝에 그리스의 부유한 식민 도시 이오니아가 있었어. 기원전 521년 황제 다리우스 1세는 페르시아 영토에 붙어 있으면서 그리스의 지원을 받는 이오니아를 점령하려 했지. 그런데 이 작은 도시가 그리스를 등에 업고 페르시아를 먼저 공격한 거야. 화가 난 다리우스 1세는 이오니아를 진압하고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그리스를 손보기로 결심했지. 페르시아가 두려웠던 대부분의 도시들은 항복을 선언했어. 단 두 곳, 아테네와 스파르타만 빼고. 다리우스 1세는 수적으로 우세한 자신의 군대를 그리스 평원에서 싸우게 할 계획이었어. 마라톤 평원에서 일전을 벌일 준비를 했지. 페르시아가 쳐들어왔다는 소식에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급히 도움을 요청했지. 핸드폰이 없던 시대, 가장 빠른 연락 수단은 사람이었어. 말 타고 달리면 되지 않냐고? 그리스는 산지가 험해서 오히려 말이 사람보다 느렸어! 결국 아테네에서 가장 빠른 달리기 선수 페이디피데스가 240km나 되는 거리를 쉬지도 않고 달려 이틀 만에 스파르타에 도착했지. 그러나 스파르타의 대답은 노! 페이디피데스는 쉬지도 않고 이 슬픈 소식을 전하러 다시 뛰었고 비보를 들은 아테네는 조국과 가족을 지키고자 죽을힘을 다해 페르시아와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머쥐지.




◆ 페이디피데스, 당신 덕에 우리는 마라톤 출전 금지라오
왕복 480km를 달린 인류 최초의 마라토너 페이디피데스. 아직 그의 활약은 끝나지 않았어. 대제국 페르시아를 조그만 도시국가 아테네가 무너뜨리다니! 이 기적적인 소식을 또 전해야 할 거 아냐? 숨 돌릴 틈도 없이 승리를 전하러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로 40km를 달렸다고 해. 그리고 “우리가 이겼다!”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지. 에휴, 왜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인지 알겠지? 적군이었지만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고개가 숙여져.
페르시아 대제국의 후손인 이란에서 치욕을 안긴 마라톤을 금지한 이유이기도 해. 마라톤 경기의 거리는 페이디피데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실제로 그가 달린 거리로 정했어. 하지만 처음부터 마라톤 거리가 42.195km는 아니었어. 현재의 거리는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왕실 요청에 의해 정해진 거란다. 그 이유가 마라톤의 출발과 도착 장면을 왕궁에서 편하게 보고 싶어서였다니 황당하지 않니? 이란에서 마라톤 종목에 출전한 선수는 이제껏 단 한 명도 없어. 심지어 1974년 테헤란에서 개최된 아시안 게임에서도 마라톤을 제외시켰지. 2천400년 전 일 때문에 마라톤을 금지하다니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내 선조들의 아픔의 역사에 동참한다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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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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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ngko63 2019.05.15 12:21 더보기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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