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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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호

대한민국 대표 대학의 상징?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③ 대학로고
서울대 로고의 기원을 찾아서

대한민국 학부모의 영원한 로망, 서울대. 서울대 로고를 새긴 점퍼를 입은 학생은 다 예뻐 보이고, 동네에 새로 생긴 병원 간판에 서울대 로고가 그려져 있으면 진료도 받기 전에 믿음직스럽고 안심이 된다. 그 눈부신 로고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오랜 시간 선망의 대상이었을 뿐, 분석의 대상이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로고를 본 외국인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로고가 한국의 대표 대학을 상징한다고?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미술, 세상을 바꾸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어 좋아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캬~ 저의 B급 감수성이 통한 걸까요? 제 TMI 코너를 사랑하는 독자 분들이 전화와 이메일로 응원해주시지 뭡니까~
너무 재미있다고, 챙겨 보고 싶은 코너라고 말이죠. 아마도 집중을 요하는 교육기사 속에서 아이와 잠시 쉬어가는 쉼터 같았나 봅니다. 마치 제 수다방을 방문하신 손님이 흡족해하는 모습에 기뻐하는 주인장이 된 느낌입니다. 큰일입니다. <내일교육>리포터로서 멋진 교육 기사를 쓰겠노라 다짐했는데, 매주 TMI 기사로 뭘 쓸까만 고민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좀비와 스타벅스로 인사받기, 쉽지 않죠.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제가!
김한나 리포터







수양버들 아닌 월계수잎?
서울대 로고를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가슴이 뛴다고요? 네, 그럴 만합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누구나 가고 싶은 대학! 그런데 잠시 자부심을 접어두고, 로고의 디자인에 집중해볼까요?
월계수잎을 엮어 만든 월계관이 보입니다. 월계관은 지금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의 제전 경기가 한창 성대하게 치러질 무렵, 우승자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씌워준 관이에요. 그리스 신화 속 태양신 아폴론의 신목(神木)인 월계수의 잎으로 만들어졌지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한 손기정 선수와 56년 뒤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종목에서 월계관을 쓰고 국민들에게 감격의 순간을 선물했지요. 월계관은 명예를 상징해요. 이렇듯 월계수는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의미를 부여받은 식물이에요. 그게 어떠냐고요? 그다음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방패와 책 그리고 라틴어
월계관으로 둘러싸인 방패와 펼쳐진 책이 보입니다. 책에는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라는 뜻의 라틴어가 쓰여 있지요. 책 위쪽 방패 안에는 서울대라는 학교 초성을 본떠 만든 글자가, 그 뒤로 횃불과 깃털 펜이 교차돼 그려져 있습니다.
그럼 미국의 명문 하버대와 예일대의 로고를 살펴봅시다. 두 대학의 로고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그 안에 서울대와 같은 구성의 책과 방패 그리고 라틴어 ‘VERITAS’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월계수 잎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공통점도 그 익숙함을 더해주지요. 우리에게 라틴어는 친숙한 언어가 아닙니다. 로마제국의 번영과 함께 유럽 대륙에 퍼져나가 유럽을 지배한 언어지만,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영국와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아시아권에서는 영어가 득세했죠. 우리에겐 낯설디 낯선 라틴어가 우리나라 최고로 불리는 대학의 로고에 쓰인 이유가 뭘까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이나 우리 땅에서 오랫동안 쓰인 한자(漢字)를 쓰는 게 전통이나 상식에 걸맞지 않을까요?


옥스퍼드대에 뿌리를 둔 현대 대학의 로고들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영국 전통의 명문대학 옥스퍼드. 오늘날의 옥스퍼드대 로고는 1400년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1993년 현재의 로고로 지정됐죠. 로고 중앙의 책은 ‘지식의 보물창고’를 뜻하며 책 위에 쓰여진 글자 ‘DOMI MINA NVS TIO ILLV MEA’는 ‘주는 나의 빛’이란 뜻의 라틴어예요. 로고 속 3개의 왕관은 영국의 위대한 3인의 왕, 즉 예수 그리스도와 순교자 에드먼드, 원탁의 기사로 유명한 아서 왕을 뜻하죠. 이렇듯 유럽이나 미국 대학의 로고는 그들의 전통과 관련 있고 그들로부터 시작된 종교인 기독교와 깊은 관계가 있죠. 사실 옥스퍼드와 하버드, 예일 세 대학은 모두 신학교에서 출발했답니다.


주변 국가 국립대 로고들
중국과 일본의 명문 대학들의 로고는 어떨까요? 우리보다 먼저 미국 문화를 수용한 일본 도쿄대의 로고를 보세요, 노란색과 파란색 은행잎과 한자로 ‘동경대학(東京大學)’이라 쓰인 글자가 들어오네요.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 로고를 본뜬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개화기 시대 ‘탈아입구(脫亞入歐)’ 즉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이 돼야 함을 주장한 일본. 아시아에서 가장 서구를 동경하고 그들의 일원이 되고자 했던 나라에서, 자국 대학 로고를 서양식으로 모방하지 않았다니 좀 의아하지 않나요? 도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토대의 로고도 마찬가지예요. 유럽을 따른 흔적 없이 담백한 디자인입니다.
중국 최고의 두 명문, 칭화대와 베이징대의 로고도 살펴봅시다. 칭화대는 새끼줄로 짠 듯한 둥근 원안에 한자로 ‘청화대학(淸華大學)’이라 쓰인 로고를 사용하고 있어요. 서양의 느낌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베이징대도 마찬가지죠. 베이징대의 줄임말 ‘북대(北大)’를 디자인에 넣어 본연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서울대의 설립 취지
서울대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요. 1946년 8월 22일 쓰인 서울대의 설립 취지를 보면 “민족 교육의 기치 아래 민족 최고 지성의 전당이며, 민족 문화창달과 세계문화 창조를 위한 학문적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국내 최초의 국립종합대로 설립한다”며 ‘민족’을 3번이나 쓰며 강조했어요. 하지만 서울대 로고 어디에도 민족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로고를 꿈꾸며
서울대 로고는 해방 후에 제작됐어요. 한국전쟁 등 혼란기에 서둘러 만들다 보니 미국식의 로고가 탄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서울대는 자타공인 최고의 명문대입니다. 서울대 동문들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거리의 병원 간판마다 서울대 로고가 넘쳐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다른 대학이나 심지어 중·고교까지도 서울대의 로고를 따라 월계수잎과 방패가 등장하는 서양식 로고를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연세대의 로고를 보세요. 그리고 미국의 프린스턴대 로고를 살펴보면 참으로 닮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지요. 상당수의 외국 유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의 로고를 보며 유럽이나 미국 대학을 떠올린다고 해요.
자, 어떤가요? 서울대 로고의 이국적인 면이 여전히 멋있게 느껴지나요, 아니면 우리만의 색이 담뿍 담긴 대학 로고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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