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여기, 본인의 이름을 그냥도 아닌, ‘보통명사’로 제대로 남긴 인물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샌드위치, 샌드위치 백작이다. 또 이름의 뜻을 생각하면 경악을 금치 못할 ‘핫도그’가 있다. 뜨거운 개를 먹다니! 한국인이 “I love dogs”라고 하면 짓궂은 외국인들은 “How?”라고 묻는다. 보신탕을 먹는 한국인을 조롱하는 것. 그런 이들을 만나면 얘기해주자.우린 ‘뜨거운 개’라는 야만적인 음식명은 쓰지 않는 교양 있는 국민이라고. 물론 외국어 실력이 뒷받침돼야겠지만 말이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세계 음식명 백과><발명 상식 사전>
□ 지도에도 ‘샌드위치’가 있다고?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는 사이, 출출함이 밀려올 때 어떤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리나요? 간편식의 대명사인 샌드위치죠. 바쁜 현대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샌드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도박 중독과 게으름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본 식품이에요.
18세기 후반 영국 샌드위치 가문의 4대 백작인 존 몬테규 샌드위치 백작은 미국 독립전쟁 때 활약한 영국 해군 장군이었는데, 평판이 매우 나빴답니다. 공직을 이용해 뇌물을 받고 일자리를 팔았다는 혐의로 자주 도마에 올랐죠. 그의 부정이 영국 해군을 약화시켜 미국의 독립이 가능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예요. 그러나 행정 능력만큼은 뛰어났다고 전해요. 특히 해양 문제에 관심이 많아 탐험을 적극 장려했대요. 혹시 ‘샌드위치 제도’를 들어본 적 있나요? 맞아요, 바로 ‘하와이’를 가리키는 명칭이에요. 샌드위치 백작은 탐험가인 제임스 쿡을 후원했고 쿡 선장은 감사의 뜻으로 1778년 그가 새로 발견한 섬의 이름을 샌드위치 제도라고 이름 지었죠.
□ 샌드위치와 같은 걸로 주시오!
하지만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뭐니뭐니 해도 샌드위치의 발명입니다. 그는 트럼프 카드 놀이에 푹 빠져 지냈는데. 식사 시간도 아까워하며 매일 밤을 지새웠어요. 그만큼 하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해요. 백작의 건강이 날로 쇠약해졌거든요. 샌드위치 백작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배도 고프고 힘들었겠죠. 하지만 카드 놀이를 즐기면서 식사를 하자니. 당시 귀족의 식사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고민을 거듭하던 샌드위치 백작. 어느 날, 친구들과 카드 게임에 열중하느라 또 식사 시간을 놓쳤고, 더 이상 허기를 참을 수 없자 하인을 시켜 로스트비프와 빵을 가져오게 합니다. 그러고는 얇게 썬 빵 두 쪽 사이에 차가운 쇠고기를 끼우라고 주문하죠. 백작은 이를 받아 한입 꿀꺽 삼켰는데, 어라? 그 맛이 매우 놀라운 겁니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르고 매우 훌륭한 맛이었거든요. 또한 이 빵은 카드 놀이를 하면서 먹기에도 좋았어요. 식사를 거르지 않고 카드 놀이에 열중할 수 있게 됐죠. 같이 카드 놀이를 하던 사람들 또한 샌드위치 백작의 식사를 보고 따라 하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음식을 주문할 때 “샌드위치와 같은 걸로 주시오”라고 하게 됐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 맛있고 간편한 ‘이 음식’은 ‘샌드위치’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아마 백작의 이름이 샌드위치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샌드위치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겠지요?
□ 가장 오래된 가공식품, 소시지
소시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가공식품 중 하나예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한 기록이 없죠. 인간이 소금을 이용해 먹고 남은 고기를 보존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이후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돼요.
소시지는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유럽 남부에서 애용되다가 십자군전쟁을 통해 전 유럽에 전해졌어요. 전쟁터에 나갔던 병사들이 유럽으로 귀국하면서 소시지를 들여온 것이죠. 그 후, 소시지는 독일에서 크게 발달했어요. 독일은 작은 마을이라도 자신들 고유의 전통적 소시지가 있다니, 독일인의 소시지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알 만하죠?
1600년대 말 독일 코부르그에 사는 요한 게오르게너라는 인물이 닥스훈트(몸통이 길고 사지가 짧은 독일 개)를 닮은 모양으로 소시지를 만들었어요. 그는 이 특이한 모양의 소시지를 프랑크푸르트시로 가져가 홍보했죠. 그 뒤로 닥스훈트 모양의 소시지를 ‘프랑크푸르터’ 혹은 ‘프랑크’라 부르게 됐다고 해요. 우리가 자주 먹는 길죽한 모양의 ‘프랑크 소시지’가 탄생한 거죠.
□ ‘뜨거운 개’ 사세요~
놀이동산에 가면 빠질 수 없는 간식! 프랑크 소시지가 미국에서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1901년 4월의 어느 추운 날, 뉴욕의 폴로 경기장(4명씩 구성된 2팀이 각각 말을 타고 스틱을 사용해 공을 쳐서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에서 장사꾼들이 뜨거운 물에 익힌 프랑크 소시지를 빵에 끼워 팔며 “따끈따끈한 소시지, 따끈한 닥스훈트 소시지 사세요!”라고 외쳤다고 해요. 이 장면을 본 <뉴욕 저널>의 스포츠 만화가 태드 돌건은 닥스훈트 소시지라는 표현이 재미있어 그걸 그림으로 표현해요. 빵사이에 소시지 대신 진짜 닥스훈트가 짖는 그림을 그려 신문에 실은 거죠. 그런데 이 만화가가 세상에!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닥스훈트의 철자가 생각나지 않는 거예요. 급한 대로 이 소시지를 ‘핫도그(hot dog)’라고 씁니다. 이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때부터 빵에 끼운 따뜻한 소시지가 핫도그로 불리게 됐답니다. 닥스훈트 입장에서도 그렇고 프랑크 소시지 입장에서도 썩 바람직한 호칭은 아닌 듯하지만 말이죠.
여기서 잠깐, 도대체 어떤 천재가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어 팔 생각을 했을까요? 소시지를 끼워 먹는 긴 빵, 핫도그 번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루이지애나 엑스포에서 매점을 경영하던 독일계 상인 안톤 퍼이크트바그너가 개발했다고 해요. 뜨거운 소시지를 편히 들고 먹을 수 있도록 흰 장갑을 빌려줬으나 장갑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빵업자였던 그의 처남과 함께 소시지를 끼워 넣기 좋도록 핫도그 번을 고안해냈죠. 지금 우리가 먹는 핫도그는 여러 나라의 사람을 거쳐 이렇게 탄생했답니다.
정정 공지 900호 ‘EDU CULTURE_ 서울대 로고의 기원을 찾아서’ 기사에서 하버드대 로고로 일베에서 조작한 로고가 삽입됐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내일교육> 홈페이지(www.naeiledu.co.kr)에서 바로잡은 기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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