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중등

896호

아이티 출신 괴물의 성공신화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① 좀비
좀비, 한국을 넘어 월드스타 되다

한국 좀비 전성시대다. 시작은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부산행>.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좀비와의 치열한 사투.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고, 온몸을 꺾으며 춤을 추는 듯 움직이는 좀비의 모습은 느릿느릿한 서구 영화 속 좀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금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의 <킹덤>이 세계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류의 주역으로 우뚝 선 좀비, 우리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제 좀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때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나는 좀비를 만났다>







#1 좀비의 고향, 식민지 아이티



대항해 시대, 스페인 점령군은 아이티를 식민지로 삼고 원주민을 대량 학살합니다. 전염병까지 돌아 원주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죠. 노동 인력 수급에 곤란을 겪게 된 스페인은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 끌고 옵니다. 뒤를 이어 프랑스가 아이티의 지배자가 된 뒤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어요.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인들의 토속 종교와 유럽의 기독교가 만나 아이티 섬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부두교’라는 종교가 탄생합니다. 부두교에서는 죄를 짓고 재판으로 잘못이 입증되면 범죄의 정도에 따라 벌을 줍니다. 가장 무서운 형벌은 복어의 독으로 유명한 테트로도톡신을 사용하는 것이었죠. 테트로도톡신은 급격하게 신진대사를 저하시켜, 의식은 있으나 몸은 움직일 수 없는 가사 상태에 빠지도록 만듭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죄인을 묘지에 묻고, 시간 차를 두고 다시 파냈어요. 마치 죽음과 부활 같죠. 이렇게 좀비가 탄생합니다. 부활한 죄인에게 주어지는 해독제는 몸을 움직이는 대신 의식을 흐리게 했어요. 몽롱한 상태지만 노동은 가능해 노예로 썼죠. 아이티 사람들은 좀비가 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는데, 사형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답니다. 이렇듯 좀비는 부두교의 주술사들이 만들어낸 ‘시체 같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2 노예였던 좀비, 영화로 스타 되다



주술사가 살아 있는 사람을 영혼이 없는 노예처럼 만들 수 있다거나 완전히 죽은 시체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는 괴담은 아이티의 부두교가 낳은 대중문화로 그 지역을 떠돌게 돼요. 그러다가 1915년 아이티를 점령한 미국인들에게도 좀비의 전설이 퍼지죠.
괴담처럼 떠돌던 좀비는 할리우드에서 <화이트 좀비>(1932)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 등의 공포영화에 인간성과 의식이 박탈된 시체 같은 존재로 등장해요. 조지 A 로메로의 ‘좀비 3부작’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 <시체들의 새벽>(1978) <죽음의 날>(1985)을 거쳐 우리에게 익숙한 좀비의 형상이 만들어졌고, 이후 <레지던트 이블><웜 바디스><나는 전설이다>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죠.
좀비가 공포영화의 스타가 된 데는 이유가 있어요. 막강한 힘이 아니라 끊임없이 숫자를 늘려가는 습성, 여기에 어떤 대화도 불가능한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는 점이 공포를 극대화하기 때문이죠. 십자가로 퇴치할 수도, 제물을 바쳐 달랠 수도 없는 무적의 상대라니, 공포영화의 주역으로 손색이 없죠?



#3 K좀비, 한류의 주역으로 우뚝 서다
최근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등장한 좀비, 즉 K좀비의 활약이 대단해요. 세계인들이 K좀비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에 있어요. 외국의 좀비물이 좀비와 주인공들과의 사투·전쟁 등에 초점을 맞춘 반면, 국내 좀비물은 좀비가 발생하게 된 근원과 배경부터 좀비의 등장으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변화까지 다뤄 호소력을 더한답니다.
특히 K좀비는 기존의 ‘좀비는 느리다’는 공식을 뒤집고 달리기에 일가견 있는 좀비들을 내세워 신선한 충격을 안겼죠. <부산행>의 그 현란했던 좀비들이 준 충격, 대단했죠? 여기에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좀비물로, 서구에서 익숙한 소재인 좀비를 전쟁과 기근이 만연했던 역사적 시대상과 절묘하게 결합해 호평을 이끌어냈어요.




영상물로 본 외국 좀비 VS 한국 좀비
✽장르의 특성상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작품이 많으니 학부모 지도는 필수.



거북이보다 느린 외국 좀비
□ 움직임이 느리다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좀비는 시체와 같다. 사후경직으로 움직임이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현실에 입각해 좀비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 생동감 없는 표정
등장하는 좀비들은 의욕이 없고 표정이 없다. 죽은 이의 표정이 다양하거나 생동감을 표현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소수가 즐기는 마니아 장르
서양의 좀비물은 공포와 액션 장르에서만 만날 수 있다. 또한 좀비물은 B급 영화로 통할 만큼 주류에 들지 못한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




KTX 따라잡는 한국 좀비
□ 움직임이 빠르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한국에서 친숙하지 않은 좀비를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영화를 빠른 흐름의 액션물로 만들었다.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도 어느 정도 투영됐다.

□ 좀비가 된 ‘이야기’ 강조
서양의 좀비가 폭력과 기괴함을 기초로 해 공포심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은 좀비에게 ‘인간성’을 부여하고 단순히 퇴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좀비와 인간의 관계, 스토리에 방점을 둔다.

□ 다양한 소재로 빠른 대중화
대중문화를 통해 좀비와 친숙해지면서 다양한 소재의 좀비물이 등장하고 있다. 채식주의 좀비를 그린 코미디영화 <기묘한 가족>, 좀비가 된 딸을 데리고 시골에 숨어 사는 아버지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린 웹툰 <좀비딸>도 인기가 높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924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