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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12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예체능 강국의 방과 후 활동 “쓸모를 왜 찾아?”


프랑스에서는 학생의 학교 밖 교과 외 활동이 활발하다. 어느 도시에나 다양한 스포츠클럽과 음악·미술 아틀리에를 찾는 학생이 즐비하다. 유치원 때부터 수영 무용 축구 악기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는데, 일단 시작하면 오랜 기간 깊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나 음악 분야에서 한두 가지의 오랜 취미를 가진 프랑스인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런 경향이 꼭 실력과 이어지지는 않는다. 본인의 흥미가 선택 1순위다 보니, 소질에 없는 분야를 오래 즐기는 사례도 많다. 일부 특기를 발견해 진로와 연계하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물다. 입시나 진로와 같은 목적 의식이 없어, 한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쓸모없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일상에 녹아있는 스포츠 활동
프랑스 학생들은 대체로 수요일에 학교 밖 활동을 한다. 오전 수업만 있어, 학교 밖 활동을 하기가 수월하기 때문. 부모의 의견이 반영되는 유·초등생 때는 학생의 성격을 고려해 활동을 선택한다. 수줍음이 많거나 내성적인 아이라면 유도나 태권도, 쿵푸와 같은 동양 무술이나 연극 혹은 무용처럼 관객 앞에서는 활동을,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면 팀워크를 강조하는 스포츠를 권하는 등 취약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활동을 하게 하는 식. 수줍음이 많은 딸아이는 5년 전부터 일본 공수도를 배워왔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학교 밖 활동은 단연 스포츠다. 체력은 물론 인성에서도 성장기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회적으로 권장한다. 기회도 많다. 매년 9월, 학년초에 ‘데카틀롱’이라는 스포츠용품 전문 체인점은 도시 내 다양한 스포츠클럽이 참여해 체험을 제공하는 일종의 박람회를 진행한다.
행사 기간에 클럽 운영진이나 회원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활동 내용을 설명해주고, 방문객들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흥미가 생긴다면 1년간 활동할 스포츠클럽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많다.
단, 자신의 개인 기록이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목표일 뿐, 객관적인 성적에는 별 관심이 없다. 프랑스 학생들은 운동을 시작할 때 소질이나 신체적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더 중시한다. 발이 느려도 럭비에, 박자 감각이 없어도 발레에 도전하며 그 선택을 존중한다. 또 운동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진다. 주위의 프랑스 학부모들을 돌아보면 탁구, 수영, 암벽 타기 등 다양한 운동을 취미로 갖고 있다.
물론 재능이 발견되면 프로 선수의 진로를 찾을 수도 있다. 프랑스의 여러 중학교와 600여 개 고교에서 이런 학생을 위해 ‘스포츠와 학업(Sport- etude)’이라는 교육과정을 따로 운영한다. 다만 흔한 사례는 아니다.

미술 활동, 중학생은 돼야 가능
미술 활동은 연령대에 따라 기회가 제한된다. 우리나라의 미술 학원과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아틀리에는 대부분 중학생은 돼야 입학을 허가한다. 그렇다 보니 스포츠에 비해 자신의 진로나 흥미가 뚜렷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한다.
딸의 친구 수잔은 승마를 했지만, 아틀리에 입학 조건인 중학교에 입학한 후 바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매주 한두 번 데생이나 회화 수업을 듣는데, 실내 디자이너라는 꿈을 위해 본인이 택한 활동이라고 말한다.
학교 밖 활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많지 않다. 대체로 일주일에 한 번 참여하며, 수강료는 보통 1년에 200유로(한화 약 23만 원) 정도다. 방학에는 운영하지 않아 활동 기간은 연 36주다. 소득에 따라 지자체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해 경제적 부담은 매우 낮은 편이다.
프랑스에서 청소년의 학교 밖 활동은 어디까지나 학생의 선택에 따른다. 수상이나 자기계발보다 인간관계를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굳이 활동을 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엄마인 나로서는 아이의 성향을 보완하고, 진로에 도움이 될만한 활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실제 딸의 자신감과 체력을 기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몇 년째 공수도 수련을 계속 시키고 있다. 여러 차례 딸은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그때마다 흘려 들었다.
한데, 어느 날 “엄마는 내 생각을 존중해 주지 않아! 내 친구들도 엄마가 그렇다는 걸 다 알고 있어”라는 딸아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너를 위한 일”이라며 아이를 설득했지만, 약간의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안 한 구석, 먼지 쌓인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들여놨지만, 또래 아이들의 수려한 연주 동영상을 보여줘도 “와 잘한다”라는 감탄에서 그칠 뿐 본인들이 치고 싶어 하진 않았던 그 피아노. 자신들의 ‘선택의 자유’ 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치는 프랑스 사회에서 커갈 아이들이니, 한국 엄마인 나이지만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관심이 없는 일을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시키려는 욕심을 이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딸아이의 공수도 연습.

프랑스 사이클링 클럽의 홍보물. 자전기를 타면서 주의해야 할 안전 사항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왜 좋으며 클럽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딸의 친구 수잔이 다니고 있는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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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6월 26일 9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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