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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내 용돈은 내가 번다!" 알바 달인 네덜란드 10대




이달의 주제
이 나라 청소년의 핫이슈



네덜란드는 청소년이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10대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나라다. 가족 중심의 환경에서 성장해 왔기에 사춘기때에도 부모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진다.
어려서부터 매일같이 자전거로 통학을 해온 탓에 자전거 타는 실력이 묘기에 가까운 네덜란드 10대들은 지금 어디에 눈과 귀를 두고 있을까? 또래끼리 어울려 놀 만한 공간도 마땅히 없어 보이는 이 나라에서 청소년들은 공부하는 시간이외에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까?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십대들
네덜란드 학생들은 한참 학업에 열중해야 할 고교생 때 짬짬이 시간을 내 아르바이트를 한다. 네덜란드 부모들 또한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정말 낯설었다. 실제 국가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만 15세 이상 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2013년에 40%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비시터나 신문·전단지 배포, 마트 상품 진열이 가장 흔한 일자리이고, 만 16세 이상의 학생들은 식당 서빙이나 계산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시급이 비교적 낮아서인지 고용주들도 나이 어린 학생들을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제한 연령이 낮은 전단지 배포나 상품 진열 아르바이트는 중·고등학생들이 도맡아 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가정 형편 때문만은 아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만 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떠나 독립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이 맥락에서 학생들도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일을 한다. 실제 대부분 학생들이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자신이 쓸 용돈은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 친구들도 식당이나 마트에서 일을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할 양이 상당한데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 딸아이가 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힘들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는데, 부모님께 계속해서 손을 벌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벌어 쓰는 게 좋다고 했단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가 일반화돼 있다 보니, 서로 경험담을 공유하거나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일도 흔하다.


네덜란드 십대 마음을 연 K-POP
K-POP도 최근 네덜란드 10대의 주요 관심사다. 1~2년 사이에 한국과 한류, 특히 K-POP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청소년이 급증했다.
청소년 신문에 K-POP 기사가 실리고,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주기적으로 K-POP콘서트가 열리며,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현지 학생들이 있다. 원래 가격보다 열 배 가까이 부풀려진 암표도 오간다니 그 인기를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올해 초 네덜란드 곳곳에서 BTS(방탄소년단)의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 영화가 상영됐는데, 꽤 흥행했다.
K-POP에 대한 흥미는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게 옮겨오고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레이던대학의 한국학과는 입학 신청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가을, 레이던대의 학교 설명회에 다녀왔는데, 한국학과를 찾아온 네덜란드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아 일부는 뒤에 서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또 지난해 연말 딸아이는 한국인 친구들과 아인트호벤 시내에 나갔다가,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혹시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아이는 연신 반가워하며 네덜란드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했단다. 8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지만, 그간 단 한 번도 우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한 번에 맞춘 경우는 없었다. 딸아이의 경험은 한류의 영향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던 셈.
두 아이는 같은 반 친구들의 노트북 화면에 한국 아이돌의 무대가 재생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거나, BTS 멤버 이름이 새겨진 후드를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을 보기도 하고, 주말이면 K-POP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 댄스타임을 가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요사이 한국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국처럼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고, 타인의 시선에 그다지 신경을 쓰며 살아가지 않는다. 남이야 어떻든 본인의 관심 분야에 몰두해 자기만의 개성 있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점이 네덜란드인들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네덜란드 10대의 삶 또한 네덜란드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있다. 제각기 살아가면서도 하나 공통점이 있다. 일찍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계획하며 실제적인 그림을 그리고 독립을 준비한다는 점이다. 공부에 바쁜 일상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적 독립을 연습하고, K-POP 같은 취미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살아가는 네덜란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는 생각이다.






주중이나 주말을 가릴 것 없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0대 청소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해 가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한 장면. 이후에도 꾸준히 K-POP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든 대학교 학교설명회에 참석했을 당시. 한국학과에 관심을 가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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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교육
  • 최인순 (네덜란드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5월 15일 9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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