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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01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교과 선택 전 교사 상담 필수 미국 학생의 시간표 짜기




이달의 주제
새 학기의 설렘 혹은 불안



미국의 새 학기,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과목별 시간표를 짜는 일이다.
미국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처럼 과목별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담임 선생님이나 반 편성이 없다는 등 세세한 내용을 한국에서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과목 선택에 있어 교사의 역할이 크다는 점은 현지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됐다.
마냥 학생의 자유에 맡길 것 같은 미국 학생의 ‘시간표’ 는 알고 보면 학교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내 전문가가 철저히 계획하는 ‘교육’의 일부이다.


담임·반 없어 상담 교사 역할 커
미국의 새 학년은 9월에 시작된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8월, 미국 중·고교학생들은 새 학기 준비에 가장 중요한 과정에 임한다.
바로 학교 카운슬러(counselor)와의 협의다. 새 학기 시간표를 짜기 위해서다.
이곳은 새 학기 시작 전 소위 집중 상담 기간에 전문 상담 교사와의 면담이 필수다. 과목 수강을 비롯해 진로 상담 혹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성향과 진로, 학교의 과목 개설 현황을 고려해 수강 과목을 찾는다. 졸업이나 희망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꼭 배워야 하는 과목, 졸업에 필요한 이수 학점 등에 대한 조언을 반영해 배울 과목을 고르는 것. 마냥 자유롭게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만큼 상담 전문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이나 학습 등 학교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전문성을 신뢰받는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 즉 8학년 중간에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전학 온 딸아이도 고교 진학 전 상담 교사의 도움을 받았다.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AP 과목을 미리 이수하면 유리하다는 이야기에 온라인 수업을 들으려 계획을 짰는데, 진학하려던 고교에선 이 과목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담 교사를 통해 알게 됐다. 부랴부랴 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수업 시간표를 조정했다.
원래 들으려고 했던 과목은 빼고, 졸업 학점을 맞추기 위해 다른 수업을 채운 것.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Teaching As a Profession, Music Theory 등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우리 가족만 해도 이런데, 한국 유학생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다. 특히 고교생 단계에서 유학을 결정하면, 적게는 한 학년에서 많게는 세 학년을 낮춰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적 문제는 물론, 교과 수업 방식이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은 주에 따라 법이 크게 다르고, 학교에 적용되는 기준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전에 거주지와 학교의 위치, 학교의 요구 사항과 커리큘럼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친구 만나는 창구, 동아리
새 학기에 친구를 사귀는게 고민인 것은 어느 나라나 같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은 학생마다, 또 과목마다 학업 수준이나 지망 전공이 달라 특정 인물과 다수의 수업을 함께 듣기가 매우 어렵다. 그만큼 다양한 학생을 만날 수 있지만, 깊은 친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동아리 활동이 아쉬움을 달래는 창구가 된다.
미국 학생들은 수업을 같이 듣지 못하는 동아리 친구들과 교내 카페테리아에 모여 포스터나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하는 일이 흔하다. 클럽 활동이 학생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공동체 역량을 키워주는 데 좋아 입시에도 영향력 있는 요소로 자리잡았지만, 중·고교 시절 친구들과 학교에서 꾸준히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활동이라 학생들이 더 열심히 참여한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공부할 과목을 직접 선택하게 하고 고등학생에게 운전을 허용하는 등 미국학교가 학생을 마냥 자유롭게 풀어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 비슷한 학사 제도를 가진 유럽보다 학교 규율이나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자유롭고, 학생과 교사의 관계도 더 수평적이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전문 교사의 지도 후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이뤄지고, 도로 어디서든 스쿨버스를 마주하면 일반 차량은 무조건 멈춰서야 하는 규제가 있는 나라임을 알았다.
학제도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 5년, 중학교(middle school) 3년, 고등학교(high school) 4년으로, 고교 과정이 1년 더 긴 것 역시 대학에 진학하거나 곧바로 사회에 진출할 때 준비할 시간을 넉넉하게 주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한 경쟁의 사회에 나가기 전 청소년기에는 사회로부터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장받고, 선택의 기회는 주되 어른들이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책임을 나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듯 학생을 위한 작은 교육적 장치가 하나하나 모여, 공부나 활동에 대한 압박감보다 일단 도전을 시도하는 ‘자유로운 미국 학생’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







반이 따로 없고, 수업도 각자 듣는 미국 학생들은 클럽 활동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다. 포스터를 만들어 클럽을 홍보하고 있는 학생들.



수강 신청이나 진학은 물론 학교생활 전반에서 전문 상담 교사의 역할이 크다. 딸이 교내 카운슬러와 함께 찍은 사진.



미국 학교의 스쿨버스. 일반 차량은 스쿨버스를 마주치면 일단 정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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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미숙 (미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4월 03일 9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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