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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96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자율성 시험받는 프랑스 중학교



지난해 딸이 특별한 새 학년을 맞았다.
바로 중학교에 입학한 것. 학교는 입학식에 함께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장과의 만남, 당부가 인상 깊었다. 자녀의 중학교 생활에는 부모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수차례 강조한 것. 자녀가 숙제할 때 도와주기, 책가방 싸는 것도 봐주기 등등 사례도 구체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 프랑스 부모는 충고를 듣는구나, 자유로운 프랑스에서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부모의 개입을 요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율성, 즉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갖추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지 시험받는 곳이 프랑스의 중학교라는 생각이다. 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프랑스 교육의 진짜 얼굴이었다.


매일 등하교 시간이 달라 ‘일탈 주의’
지난해 9월 딸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학제가 조금 다르다.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제다. 한국으로 치면 얼마 전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딸은, 프랑스라 또래보다 6개월 먼저 중1이 됐다.
프랑스에서 중학교 진학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시험받는 시기로 여기기 때문. 단, 자율적인 생활에 익숙해지기까지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한 자율을 학습하는 일을 중시한다는 인상이다.
우리나라처럼 프랑스의 중학교 생활도 크게 변화한다. 일단 교실이 사라진다.
반은 배정받지만 반 교실은 따로 없다.
프랑스는 중학교 때부터 시간표에 따라 각 교과 교사의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는다. 입학 초, 복도에서 길을 잃거나 수업에 제때 못 들어갈까봐 학부모까지 긴장하는 이유다.
시간표도 다르다. 프랑스 중학교는 반별 시간표에 따라 요일마다 등하교 시간이 바뀐다. 딸아이는 5일 중 3일은 아침 8시에 수업을 시작하고, 이틀은 각각 8시 30분, 9시에 첫 수업이 있다. 하교 시간도 요일마다 제각각이고, 수업 사이에 30분이나 1시간 정도 비는 시간이 있는 날도 있다. 살짝 자유로워진 시간표는 아이들을 유혹한다. 매 쉬는 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보니 수업을 불참하거나 늦게 등교, 또는 일찍 하교하는 일이 생기기 쉽다.


훈육은 학교 아닌 가정의 몫
단, 프랑스에서는 이런 상황을 학교가 징계하지 않고 부모에게 통보한다. 학생의 행동을 바로잡는 것은 부모의 일로 여기기 때문.
교사들은 지식은 전달하는 전문가로,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문제점은 부모에게 전달해 가정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창구가 되는 것이 프랑스 중학교 학생이라면 소지해야 하는 학생수첩(Carnet de correspondance)이다. 이 수첩에는 학생의 출석 상황과 수업 태도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 칭찬, 지적, 경고 등이 빼곡히 적힌다. 결석이나 지각을 한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부모의 서명을 받아야 해, 현실적으로 무단결석은 불가능하다.
사교육도 한국과 다른 교육관을 보여준다. 사교육이 존재하나 학교 교육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 자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그리고 성적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 때문이다.
실례로 이웃에 사는 학생, 셀린은 수학에 취약했다. 수차례 수학 과외를 받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셀린의 어머니는 “셀린, 너는 산수를 할 줄 알고 세일 상품의 할인 가격을 계산할 줄도 아니까 살면서 문제없을거야”라고 했다. 유머러스한 말이지만, 보통 프랑스 학부모의 생각이 담긴 말이다. 개개인이 각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삶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식 엄마예요? 프랑스식 엄마예요?”라는 말을 듣는다. 한국식으로 아이의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느냐 아니면 프랑스식으로 아이 공부는 학교에 맡기냐라는 질문이다. 이는 엄마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여러 길을 열어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한국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이 너무 태평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몸은 프랑스에 있어도 한국식 교육을 받은, 한국 엄마의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
자기에게 맞는 진로 찾기는 기나긴 여정임을 안다. 두 아이 스스로 원하는 미래를 찾아가고, 필요한 것을 알아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다. 프랑스 학교는 이 시간의 동반자가 돼준다. 꾸준히 부모와 고민을 나누고 학생의 성적과 성향을 검토해나가며 중학생 때부터 진로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제 중1이 된 딸, 그 엄마인 내겐 미지의 세계다. 어떤 방식일까 하는 호기심, 내 아이의 앞날에 학교가 너무 간섭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이 공존한다. 내 아이의 미래를 아이와 함께 설계해주고 싶은 한국 엄마의 마음과 프랑스 학교를 신뢰하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뒤섞인 탓 같다. 한국식 엄마 혹은 프랑스식 엄마냐는 물음에 내린 내 결론은 ‘둘 다 아닌, 그 중간 어딘가’다.





1. 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
수학과 역사/지리 과목만 교재를 쓰며, 학교에서 1년간 학생에게 무료로 대여해준다. 만약 학생들이 교재에 손상을 입히면 새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2. 딸이 다니는 중학교 전경.



3. 프랑스 중학교는 반별로 시간표가 다르고, 등하교 시간도 매일 바뀐다. 딸아이의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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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미란(프랑스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2월 27일 8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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