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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92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대입, 진학률≠경쟁률 중학교 때부터 내신 준비해야



스페인도 대학가기는 어렵다. 특히 고교 내신 성적을 60%나 반영해 체류 기간이 짧은 외국인에게 눈높이에 맞는 현지 대학의 문턱은 높다. 학업을 이어갈 수준의 스페인어 실력을 갖추기 어렵고, 현지인에게도 좁은 취업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불안도 크다. 그래서인지 상당수 한국인들은 스페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선 대학은 다시 한국의 특례입학을 찾아본다. 다만, 외국 거주 학생이 특례입학 조건을 갖추기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서류 준비도 쉽지 않다. 또 외국 문화에 동화된 아이들이 다시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봐야 할 문제다.


하나의 유럽, 대입 진학 까다로워져
유럽은 아시아권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현저히 낮다고 알려졌다. 사회 구조상 취업에 있어 대학 졸업이 필수가 아니고, 학위가 없더라도 전문적인 기술직이 사무직보다 취업문도 넓고 보수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일반고가 아닌 직업학교를 선택하거나, 일반고 졸업 후 바로 사회로 진출하는 아이들이 많다. 대다수 고등학교가 대입을 좇는 한국과 달리 스페인은 고교 공부의 목표가 대학 진학이 아닌 셈이다.
다만, 대학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다. 일단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대학은 일반고를 진학한 학생들의 상위 10%만이 입학 가능하다. 대학 입시 반영 비율이 높은 내신 시험도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치열하다. 교과서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된다. 2년 동안의 고교 교육(스페인은 중학교 4년, 고교 2년 학제)에서 암기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한 결과다. 이를 해결하려면 중학교 4학년 때부터 희망 전공과 연관 있는 전문 서적을 탐독하고, 인터넷을 통해 최신 정보를 다양하게 찾아봐야 한다.
내신 성적을 확보했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유럽에 있다는 위치적 요인의 영향이다. 유럽연합(EU) 내에선 고교 성적표가 공유된다. 외국 대학에 가려면 낯선 입시를 치르는 것은 물론 까다로운 서류 준비와 체류 수속을 밟아야 하는 것과 달리 입학이 수월하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대학 학점을 공유하고, 하나의 거주카드를 발급받으면 따로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대학 공부를 하면서 견문도 넓히고, 새로운 기회도 찾을 수 있어 이웃나라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각국의 학생들이 몰려드니 선호도가 높은 대학의 입학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참고로 EU의 특성을 활용하는 것은 대입에서만이 아니다. 이곳 학부모들은 자녀가 중·고등학생 때 구체적인 진로를 설계하면, 긴 방학 동안이나 학기 중에 몇 달을 쉬면서 다른 나라로 어학연수나 홈스테이를 보내고, 혹은 부모와 함께 타국 체험을 하기도 한다.
어릴 때 견문을 넓히고 타국의 문화와 언어를 받아들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회인의 배움에는 열려 있는 스페인
직업 현장에서 배움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사회인들을 위한 문호는 넓다. 공부에 취미가 없거나 이른 취업을 원해 직업학교(특화고)에 진학한 후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학문을 배워야 할 경우,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도록 나이 제한 없는 입시제도나 교육 시설이 잘 구축돼 있다. 현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일과 연관된 학과로만 진학해야 하지만, 연령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배움에 열려 있다는 것은 학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여주고 국가나 지역에서 학교에 지원해주는 비용도 상당하다. 여기에 학점을 따면 딸수록 학비를 삭감해준다. 인종도 연령도 상관없이 배움의 문을 활짝 열어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스페인 교육을 들여다보면 열린 태도, 특히 다양한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 든다. 이민자들의 현지화를 크게 원하지 않고, 타국의 문화를 존중해주며, 두 가지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의 상담 교사만 하더라도 매번 나와 교사 사이의 언어를 동시통역해주는 아들을 칭찬하고,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공부와 직업을 가지라며 진심을 담아 격려한다.
그래서인지 몇 십 년을 스페인에서 지낸 교민 1세대의 자녀들은 한국 문화와 정서를 배우기 위해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국에서 조금의 교육과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온 가정의 자녀라면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가 갖춰져 있기에 굳이 한국이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렸으면 한다.






1. 1학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중3 학생들.
2. 영어 스페인어 수학 화학 과학을 개인 과외한다는 전단지. 스페인 부모들에게는 선행학습이라는 개념이 없다. 아마도 공부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3. 케이팝을 좋아하는 스페인 학생(방탄소년단 가방을 멨다.)
4. 직업학교 지망생을 위해 매해 발부하는 안내서. 학교와 수업 내용에 대한 설명은 물론 취업 상태, 학비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필요하다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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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1월 23일 8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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