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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91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학교 서열화 타파 목적 아닌 일본의 대입 개편



일본은 엄연한 학력사회다. 대학 진학률이 낮고 기능직의 사회·경제적 대우가 우수하다지만, ‘국립대학›사립학교’라는 서열이 존재한다. 진학률에 따라 고등학교도 ‘국·공립고›사립고›직업고’라는 순위가 공고하다.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은 초등학생 때부터 치열하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인상이다. 최근 예고한 대입 개편 역시 암기 중심의 교육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디까지나 선택에 맡기는 만큼 학교 서열이 노출된다고 해서 학생이나 사회인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기 때문일까. 새 입시 제도를 소개하려니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차이가 눈에 보인다.


교육 개혁 속도 조절 나선 일본
딸은 기존의 대학 입시 제도를 치르는 마지막 세대다. 알려졌다시피 일본은 2020년부터 대학 입시를 대대적으로 개혁한다.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좋을지 막연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정부는 속도를 조정할 모양새다. 일본의 교육 개혁은 크게 두 개의 트랙이다. 하나는 현재의 대학 입시 시험인 센터시험을 폐지하고,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를 도입하는 대입제도 개선이다. 나머지 하나는 학교에서의 수업과 평가를 바꾸는 소학교(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학습 지도 요령 개정이다. 일본 교육 당국은 당초 이 두 가지 트랙을 2020년 전면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학습 지도 요령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학교급별로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개정된 학습 지도 요령은 2024년이 돼야 고교 전 학년에 반영된다. 일본은 2020년부터 2023년을 선행 실시 기간으로 정했다. 일종의 시범 기간으로, 기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 부담을 낮추고, 교육 개혁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또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는 국어와 수학에서·논술형 문항이 출제되고, 영어는 듣기와 읽기 외에 쓰기와 말하기를 평가하는 것이 큰 변화로 꼽혔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도쿄대나 교토대 등 최상위 국립대학에서는 이미 대학개별 시험인 2차 시험에서 난도 높은 서·논술형 문제를 냈던 만큼 상위권 학생에겐 큰 변화가 아니다. 사립대학이나 중위권 이하 일반대학 입시에는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학생이 스스로 기록한 학교생활, 대입에 반영
반면 일반 전형에서 평가됐던 내신 성적과 운동계 부카츠(부활동, 한국의 동아리 활동) 성적 등은 그 기준과 방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제출하는 소논문과 보고서, 독서감상문, 에세이 등에서는 표현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드러났는지, 수학부 화학부 문예부 사회부 등의 문화계 부카츠에 열심히 참가했는지, 자유연구 학생회 봉사 대회 등의 여러 활동에서 성과와 관계없이 성실히 적극적으로 임했는지를 평가한다고 한다. 세부 평가 기준은 각 대학·학부가 독자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또 고교에서의 일반적인 활동도 평가된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 같은 조사서를 대학에 제출하는데, 일본 교육 당국은 대학·전공에 따라 달라진 양식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JAPAN e-portfolio’라는 프로그램을 구축 중이다. 학생 개인이 스스로 평소 수업 과제내용과 감상, 교외 활동 정보를 기록해나가는 온라인 기록 시스템인데, 가정용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입력 및 저장할 수 있고, 관리번호 입력만으로 원서 제출 시 희망하는 대학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전송할 수 있다. 교사가 기록하는 한국의 학생부와 달리 학생이 스스로 기입한 기록이 대입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1월에는 센터시험이, 2월에는 국·공립대학의 2차 시험(논술고사)이 이어진다. 최종 합격은 3월 10일 전후로 3월 초 고교 졸업 이후에나 결과를 알게 된다. 이마저도 탈락하면 3월 말 후기 2차 시험을 치러야 한다. 수시든 정시든 수능 이후에는 일단 학습 부담을 더는 한국 학생과 달리 일본 학생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은 고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까지 수험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치열한 경쟁과 숨막히는 대입은 일본도 결코 덜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 일본이 교육 개혁을 예고했다. 급격한 개혁 대신 숨고르기를 택한 일본 교육 당국의 선택이 학부모인 내게는 긍정적으로 비친다. 아이의 교육과 입시만큼은 안정적으로 치르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한국의 예전 교육 시스템에 대한 잔상이 짙고 딸아이를 통해 일본 최신 교육의 장점을 흡수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이미 일본 교육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딸아이가 그 대상이 되지 않았기에 조금은 냉정하게 개혁의 장단점을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1. 2019년 대학 센터시험 수험 안내서.
2. 일본의 대학 입시 개혁과 차기 학습 지도 요령 도입 관련 연도별 계획표.
3. 도쿄대와 함께 일본 최고 대학으로 손꼽히는 교토대의 낡은 기숙사.
과거 고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을 이뤄낸 장소라 지금도 옛날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4. 일본은 대학 합격자 명단을 학교 앞 게시판에 게시한다. 명단을 붙이고 있는 대학 직원들과 합격 여부를 확인하는 수험생과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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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1월 16일 8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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