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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7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축제 같은 연말연시 입시 앞둔 수험생만 딴 세계



일본인에게 연말연시는 아주 특별한 시기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연하장을 쓰며 학교는 물론 회사들에게도 긴 휴식을 갖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고향을 찾는다. 1월 1일 전후의 짧은 방학과 휴가를 한국이나 중국의 설 문화처럼 즐긴다. 전 국민들이 들뜨는 시기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겐 고난의 시기이기도 하다. 1월에 고입과 대입 시험이 있어 공부의 고삐를 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 다 쉴 때 입시 학원은 불야성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은 축제 분위기다. 축제라면 질 수 없는 일본도 마찬가지. 하지만 대입과 고입을 앞둔 수험생들과 가족들은 흥겨운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11월에 수능이 있고, 12월이면 기말고사까지 마쳐 새해 전후로 수험이나 시험에서 해방되는 한국 학생들과는 달리 일본은 1월에 고입 시험과 대입 시험(센터 시험)을 치른다.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때인 셈. 그렇다 보니 유명 입시 학원들도 이때 가장 분주하다. 학교나 공공기관 등이 겨울방학과 휴가로 대부분 문을 닫는 것과 달리 입시 학원인 쥬쿠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휴가 중인 학교 선생님 대신 쥬쿠의 담임 선생님에게 기대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추천 전형으로 이름 있는 국·공립대에 1차 합격한 학생 또한 센터 시험에서 학교가 제시한 기준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해 수험 준비에 소홀할 수 없다. 수시 전형에서 합격해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춰야 최종 합격하는 것과 유사한데, 요구하는 점수가 꽤 높고 이를 충족해도 2차 시험을 또 치러야 한다. 일부 학교는 최종 합격 여부를 고교 졸업 후에 발표한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물론 가족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
앞서 말했듯 쥬쿠에 의지하는 입시 문화라 일본에서 손꼽히는 도쿄대·교토대 의학부나 법학부를 희망하는 학생은 고1 때부터 연말연시 특강을 듣는다. 합격선이 높은 대학을 희망하는 일본 학생에게 연말연시는 달콤한 휴가와 거리가 멀다.


비슷하면서 다른 일본의 새해 문화
일본 초·중·고교는 겨울방학이 짧다. 겨울이 긴 북해도와 동북 지방 외에는 12월 마지막 주부터 1월 첫 주까지 2주 정도다. 연말연시에 걸치는 셈. 대학, 공기관, 사기업도 이때 휴식을 갖는다. 음력설을 쇠지 않아 이때를 설 연휴처럼 가족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하게 다른 문화가 보여 재밌다.
예를 들어 연말은 송년회, 새회는 신년회 등의 모임으로 가득한 연말연시 일정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떡국 같은 오조니(おぞうに)도 이때 먹는다. 하지만 12월 31일은 오미소카(大晦日)라 하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섣달그믐에 먹는 메밀국수)를 즐기는 건 다르다. 1월 1일, 오쇼우가츠(お正月)엔 친척들과 만나고 조부모에게 오토시다마(お年玉)
라고 불리는 세뱃돈을 받는건 익숙하지만, 온 가족과 친지가 신사를 찾아 기원과 축하를 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점은 다르다. 차례상과 비슷해 보이는 오세치(おせち) 요리는 번영과 행운, 건강 등을 의미하는 식재료로 만든다. 수십 장의 연하장이 오가는 것도 일본의 독특한 문화다.
처음엔 떡국을 즐기던 우리 가족은 입시 끝에 일본소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현지 문화를 좀 더 빨리 이해하도록 12월 31일 저녁엔 도시코시소바를, 1월 1일엔 떡국과 오세치 요리를 함께 만들어 먹고 있다. 양국의 문화를 함께 접해서인지 딸아이는 일본의 오쇼우가츠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습득했다. 그러면서도 오세치 요리보다 떡국을 좋아하며, 우리의 명절 문화 또한 잘 이해하는 모습이 기특할 따름이다.


일본의 연말은 5월 골든위크에 버금갈 정도로 전국민이 휴식을 즐기는 시기다. 하지만 학생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누구나 부카츠(동아리) 활동에 매진했던 골든위크와 달리, 연말연시는 수험을 택한 학생들은 입시 시험 전 막판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시기다. 단, 앞서 말했듯이는 선택 중 하나다. 같은 대입을 치러도 전문학교에 가는 학생이나 사립대학에 추천 입학으로 합격이 결정된 아이들은 수험생활에서 자유롭다. 취업을 택한 학생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사회 전체가 고3 수험생을 응원하며 고교생 대부분이 대입에 목표를 두고 ‘열공’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대학과 입시는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내년에 고3이 되는 딸아이는 대학 진학을 결심한 만큼, 벌써부터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안쓰럽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과정 또한 아이의 장래에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긴 일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 부부도 입시에 정성을 쏟는 한국인 학부모인것 같다는 생각이다.






1. 연말연시에 일본 가정은 대문과 집안에 흉을 쫓고 복을 부르는 장식을 한다. 우리 집 대문의 시메나와 장식.
2. 한국의 떡국과 일본 사람들이 1월 1일 먹는 오세치 요리를 함께 차린 밥상. 현지 문화는 물론 우리 정월 문화도 딸아이에게 전하고 있다.
3. 회사의 입구나 가정집 현관에 장식하는 가도마쯔. 새해를 축하하며 신을 초대한다는 의미다.
4. 교토 시내 신쿄고쿠 거리의 연말연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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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12월 19일 8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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