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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6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선생님께 상품권 선물 문제 없는 캐나다



캐나다의 연말연시도 한국 못지않게 바쁘다. 특히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선물 마련에 정신이 없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외에 학교 선생님과 직원들까지 선물할 대상에 포함된다. 학부모가 학교에 금전이나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불법인 한국과 달리, 이곳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직접 만든 디저트나 꽃다발, 혹은 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이 흔하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한식을 좋아한다던 선생님께 김치를 선물했을 때 받은 감사 카드로 고민을 내려놨다. 단골 식당이나 세탁소에 내 일을 덜어줘 고맙다며 선물을 건네는 이곳에서 한 해 동안 아이를 잘 봐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것은 서로 부담스러워할 일은 아님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세례, 선생님도 예외 아냐
연말연시 캐나다 사람들의 분주함은 크리스마스에서 비롯된다. 기독교 문화 기반이라 명절 같은 분위기다. 크리스마스 전까진 쇼핑을 비롯해 갖가지 준비에 여념없다. 당일엔 하루 종일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낸다. 차례는 지내지 않아도 특식을 준비하고, 직전까지 1년 중 가장 붐비던 상점도 당일엔 거의 문을 닫는다. 우리네 설 연휴 풍경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익숙해졌다지만,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는 여전히 쉽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전나무 트리와 수십 개의 선물상자는 이곳에선 현실이다. 장식용이라 빈 상자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지인에 따르면 한 사람당 20~50개 이상의 선물을 받는다. 가족 친척 친구는 물론 학교 선생님·직장 동료·등하교 때마다 건널목을 지켜준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와 이웃들까지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 때문.
단, 가격대는 높지 않다. 상대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주거나 와인이나 꽃, 상품권을 많이 전한다. 대신 마음을 담은 카드를 꼭 넣고, 정성스럽게 포장한다. 처음엔 이런 선물 문화에 많이 당황했다. 특히 학교 선생님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상담 때 했던 말을 기억해 직접 담근 김치나 사용법을 설명한 카드와 삼각김밥세트 등을 선물했더니 매우 기뻐하며 감동적인 답장까지 보내줘 선물에 대한 마음의 벽이 많이 낮아졌다.
아이가 커가면서 담임은 없고 교과 교사가 늘어 지금은 취향에 맞춰 20~25달러 정도의 상품권을 사고, 아이가 쓴 카드를 함께 전하고 있다. 물건 자체보다 감사 인사를 중시하다 보니 카드 없이 고급 초콜릿만 건넸다가 돌려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금액은 학교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며 현지 학부모들은 10달러 이하의 차 세트나 화분을 많이 선물한다.


행사 다니는 아이, 집 꾸미는 부모
한국에서는 이 시기가 겨울방학 전이라 여유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캐나다 학생들에겐 이때가 1년 중 손에 꼽을 만큼 분주하다. 학교에서는 가입한 클럽과 동호회가 주최하는 공연이 연이어 열리고, 학교 밖에서도 스포츠클럽 친선 경기나 동아리 연합 공연, 크리스마스 파티가 쉴새없이 진행된다. 가야금을 배운 딸아이도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시니어 센터(양로원)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때 아이들의 일정표는 행사를 다니는 아이돌도 아닌데 빈칸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부모도 할 일이 많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장식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는 쇼핑몰이나 고층 건물, 공원 등 공공 상업 건물에나 하는 화려한 전구 장식을 캐나다에선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단독 주택의 비율이 높고, 기독교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다양한 외벽 전등과 장식으로 집의 외관을 개성 있게 꾸미는 일이 보편화돼 있다. 이 외관 장식은 시에서 따로 평가하는데, 1등을 차지하면 1년 동안 전기요금을 면제받는다는 점도 시민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캐나다의 크리스마스 전후, 연말연시는 한국의 설과 같은 풍경이다. 이브까지는 선물과 먹을거리, 놀거리를 마련하느라 대규모 소비가 이뤄진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 도로와 상점가는 침묵에 휩싸인다. 가족끼리 아침식사를 하고, 저녁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밤이 되면 동네 공원을 찾아 개성 있는 전등이나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한다. 무엇보다 동네 주민이나 단골 상점, 아이의 학교에까지 고마움을 전하는 데 열심인 모습이 낯설면서도 따뜻하다. 한국보다 더 깐깐하게 대가성을 따질 것 같은 나라에서 교사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가 문제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가족과 함께할 생각에 들떠 하고, 마음을 나누느라 지갑을 비우는 캐나다 사람들을 보면 사람 사는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땅에서 한 해를 온기 가득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문화에 있지 않을까.






1. 크리스마스 시즌, 트리 밑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선물상자.
2. 감사의 마음을 담은 크리스마스카드. 캐나다 사람들은 선물 자체보다 카드를 중시한다.
3. 크리스마스를 맞아 설치된 조명.
4.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사용하는 Advent 캘린더. 25개의 칸에 선물이 담겨 있는데 날짜에 맞춰 하루에 하나씩 풀어보면 된다. 초콜릿 선물이 가장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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