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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4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아이는 편하고 부모는 번거로운 스페인 학교생활



스페인 학교는 여유롭다. 미리 배우지도 않고, 늦어도 기다려준다. 외국인 학생에겐 학습은 물론 언어나 생활면까지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 제공해준다. 개별적인 노력은 필요하지만, 아이에겐 이보다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부모에겐 다르다. 입학부터 전학·진학까지, 정제된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 개별 학교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여기에 매번 다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아무래도 생활에 안정성을 느낄 수 없다. 아이의 행복한 학교생활 뒤, 안정적인 외국생활을 위해 발로 뛰고 불안을 감수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보다 몇 배 까다로운 전학
10월 첫 주, 아들이 학교를 옮겼다. 전학 이유는 하나였다. 이전 학교에선 고등학교 정보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공부나 생활에 불만은 전혀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다닌 만큼,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았고 공부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고등학교가 없는 반사립학교라는 점이었다. 스페인 학교는 유·초·중·고 과정을 한 학교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교에 따라 유·초등 과정이 없거나, 고교 과정이 없는 경우가 있다. 만약 고교 과정이 없을 경우 중학교 4학년(스페인 중등 교육은 중학교 4년, 고등학교 2년이다.)을 마치고 성적에 따라 다른 고교에 원서를 제출해 진학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대부분의 학교가 위와 같은 진학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선호도가 높은 고교는 고1 결원이 없거나 있더라도 3~4명 정도라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공립학교는 아예 지원할 수 없어 사립, 반사립으로 선택이 제한된다. 게다가 스페인 교육 문화의 특성상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어려워 제대로 된 진학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각 학교의 입학 정보나 특징을 정리해둔 책도 없고, 대학도 학과에 따라 선호도가 갈려 진학률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학부모들끼리도 학교 정보는 쉬쉬하는 경향이 짙어 내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역사가 있는 유명한 재단의 고교까지 딸린 사립이나 반사립을 찾아 유치원부터 입학시키려는 이가 많다. 이때 원서 접수는 전쟁과 같다.
발렌시아는 특히 고교 과정을 운영하는 사립·반사립이 몇 개 없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 때문에 중3이 되기 전, 매년 전학 가고 싶은 학교를 직접 찾아 결원을 확인해야 한다. 중학교 4학년부터는 문과, 이과, 직업 학과로 진로가 정해지므로, 전학이 어렵고 받아주는 학교도 거의 없다. 고교에서 전학은 12·3·5월에만 가능하고, 결원 발생 여부를 떠나 학교가 정한 성적을 갖춰야 해 인기 학교로 가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중3 때 전학해야 한다. 이렇게 고등학교가 있는 중학교로 옮기면, 고교 진학 때 다른 학교에 원서를 썼다 떨어지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아이에게 보험 하나를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는 학교 정보를 구하고, 전학을 위해 해마다 발품을 판다.


‘이민’ 불가능한 유럽
비자는 부모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다. 유럽은 이민 제도가 없다. 교환교수나 대기업 파견근무를 오는 경우가 아닌 이상 3년 등 일정 기간 학생 비자로 지내고, 이후 취업을 해서 노동 비자를 발급받아야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학생 비자를 발급받으면 어학교에 다니면서 정해진 수업 시간을 채워야 하고, 노동을 할 수 없다. 법적으로 이민청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지만 기준이 까다롭고, 그렇다고 허가를 받지 않고 일하자니 고용주가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해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사실상 3년은 모아둔 돈을 쓰는 수밖에 없는 셈. 이를 모르고 가족 모두 스페인에 온 우리 부부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장기 체류 비자를 받았다고 마음을 놓을 수도 없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비자법이 다르다. 1년에 수차례 변경되는데, 공고는 하지 않아 이민청에 헛걸음을 하거나, 정확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서류 불충분으로 비자 연장을 거절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비싼 변호 비용을 지불하며 다시 비자 신청을 해야 하니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배로 늘고, 심적 부담도 크다. 또 가디언 비자(보호자 비자)는 자녀가 만 18세까지만 허용되는데, 이 시기를 모르고 지나쳐 우왕좌왕하는 이들도 많다. 외국에서 비자는 매우 중요한 만큼, 거주 전에 철저히 알아보고, 거주 후의 생활 계획까지 면밀히 세워야 한다.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끝없는 장애물 달리기와 같다. 한국에서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고 와도, 현지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와보지 않으면, 겪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특히 학교 정보 교류에 인색한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서, 교육 환경, 수업의 질이 높으면서 내 아이의 성향에 맞는 교육을 하는 학교를 찾기란 사막에서 금모래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거주 자체를 위협하는 비자 문제에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결국 어디에서나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하는 부모의 길은 막막하고 힘든 것 같다.







1. 스페인에도 학원이 있긴 하다. 단, 성적이 학교 평균 아래인 학생들이 다니며, 학교 교과서로 공부한다.
2. 아들이 이번에 전학한 학교는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아이패드를 이용한다. 7개의 출판사에서 내용을 모아 교사들이 직접 만든 교과앱으로 수업한다.
3. 아들이 전학한 학교 건물 일부. 수녀원 소속 학교답게 학교 안 성당이 매우 크며 매주 미사를 볼 수 있다.
4. 유럽은 이민 제도가 없어 비자가 중요한데, 체류 목적으로는 발급과 연장이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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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11월 21일 8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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