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883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예쁜 교복이 부러워요” 한국 동경하는 일본 10대



이민이나 유학 중인 사람들의 SNS를 보고 ‘재미있겠다’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은 일부다. 이방인이라는 외로움이 늘 따라다니고,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지 문화에 좌충우돌하는 사례도 잦다. 시간이 답이 아닐 때도 많다. 향수병에 걸려 호되게 앓는 일이 흔하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나라다. 살아보면 여행이나 미디어에서 만난 일본과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재밌는 점은 세대에 따라 한국과 일본,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 10대들은 K-POP의 인기와 IT·미용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일본에서 초·중·고 교육을 받은 딸아이도 한국을 동경한다.


란도셀, 멋지거나 무겁거나
일본에 온 초기, 학부모들은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옷은 물론 넥타이나 스타킹 색까지 신경 쓰는 일본 문화에 놀라기도 했다. 부모뿐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교복 외에 암묵적인 복장 규정까지 지켜야 한다. 소학생(초등학생)의 란도셀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각형의 무거운 가죽 책가방인데, 6년간 사용한다. 통가죽을 사용해 매우 고가다. 교복을 입는 사립학교의 경우 란도셀의 모양이나 종류도 따로 규정한다. 대개 조부모나 친척들이 선물해주는데 한국 부모인 나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딸아이는 사립소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6년간 무거운 란도셀을 메고 학교를 다녔다. 여기에 음악 가방, 체육복(부 활동) 가방, 급식 가방 등 함께 들고 가야 할 보조 가방이 많았다. 무거운 란도셀 가방이 불편하고, 아이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통을 고집하는 곳이 많다. 초등학교부터는 부모가 차로 등교시켜주는 것을 금지하는 학교가 다수라 갓 7살이 된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을 이고 진 상태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
재밌는 점은 이 란도셀이 일부이지만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것. 정작 란도셀을 6년간 쓴 딸아이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또래 아이들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가벼운 책가방을 보며 부러워했다. ‘외국 문화, 외국상품’의 인기는 결국 낯섦이 주는 특별함 때문 아닐까 싶다.


능력 있는 아이돌의 비결은 ‘야자’?
잘 알려졌듯, 일본에서는 한국 아이돌이 인기다. BTS(방탄소년단)의 광팬인 딸아이는 한국 아이돌은 일본 아이돌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재능 있고 멋지다며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다. 이따금 찾는 한국에서, 인터넷 속도에 감탄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자라, 일본이 더 익숙한 아이에게 모국은 ‘쿨하고 멋진’ 동경하는 나라다.
한 번은 아이가 한국처럼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의 친구들이나 유튜브를 통해 딸은 한국 학생들이 자정을 넘겨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다. 일본 학교는 진학 학교일지라도 부활동을 하는 시간 이외에는 하교 시간이 정해져 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다 보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일본 방송에선 한국의 수능 날 경찰 순찰차와 바이크로 시험장까지 수험생들을 실어나르는거나 듣기 시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조정하는 모습을 해마다 다룬다. 한국의 대입 문화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딸은 “한국의 교육 수준이나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높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하고, 대입 경쟁도 심해 보일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국에서 자랐으면 지금보다 더 똑똑했을 거라고 매번 덧붙인다. 치열한 입시 문화에 부정적인 인상이 컸던 나로서는 딸의 시각이 신선했다.


일본에 대해 40대 이상의 한국인, 그러니까 부모 세대가 갖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역사 문제에는 분노했지만 높은 경제력은 선망했다. 밉지만 배워야 할 나라로 여겼다. 그 밑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한국 사회에 대한 아쉬움이 짙었다. 하지만 지금 딸아이에게는 한국은 내세우고 싶은 ‘내 나라’다.
몸의 곡선을 드러내는, 화려한 색깔의 교복을 보고 세련됐다며 부러워한다.
재능 있는 연예인에 대한 호응에서 출발해 발달한 기술과 다양한 문화 산업까지, 한국을 ‘멋있다’고 표현한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도 한류 붐으로 한국문화에 흥미를 갖고, 한국어나 미용 기술·연예 산업을 배우기 위해 한국 유학을 꿈꾸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더 많은 선택과 기회를 위해 일본으로의 유학과 이민을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이런 일본의 변화를 알아두고, 현지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한다면 좀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일본에서 자란 딸은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즐긴다. 한국을 찾았을 때 캐릭터 숍에 들러 기뻐하는 모습.
2. 일본 CD·음반 매장에는 한국 전용 부스가 따로 마련돼 있다. BTS·트와이스는 일본에서도 톱아이돌로 불릴 정도로 K-POP의 인기가 높다.
3. 일본 전국에 있는 요도바시 쇼핑몰의 한국 음식점. 인기가 높아 전 지점에 입점돼 있다. 일본 중·고생들에게 한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나름 사치라고 한다.
4. 란도셀을 멘 이웃집 아이. 일본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친척이나 가족이 란도셀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11월 14일 883호)

댓글 0

댓글쓰기
251208_가천대 조기취업형계약학과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