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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9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가까워도 외국 사전 현지답사 필수



유학처로 꾸준히 인기가 높은 일본이지만, 최근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데다 전문대학부터 대학원까지 학교 선택의 폭이 넓고 취업률도 개선되면서 한국 청년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유학을 택하는 연령대도 낮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워도, 일본은 외국이다. 특히 학교 교육과 입시가 구분돼 있고, 상위권일수록 부모의 지원이 필수이다. 막연한 기대로 아이만 타지에 남겨졌을 때의 위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증인' 없으면 아이 홀로 유학 쉽지 않아
12년 전, 가족 모두가 일본으로 이주했다. 딸아이가 한국 나이로 6살이었다. 남편은 이미 일본에서 사업 중이었고 영주권자였다. 그래서 아이의 학교 선택이나 일본 정착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현지인들과 같이 사립 유치원을 다니고 입시를 치르는 소학교(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면서 정착보다는 현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어려웠다.
이처럼 일본은 이주 가정 자녀가 적응하기 어렵지 않은 나라다. 공립학교는 외국인 학생이 일본어를 습득할 때까지 방과 후에 무료로 개인 수업을 제공한다. 학교생활과 현지 문화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행정적인 프로그램도 셀수 없이 많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 학비 부담도 없다.
그러나 아이 혼자만 유학을 온다면, 상황이 다르다. 일상 회화가 가능한 수준의 언어 능력이 있어야 입학을 허가하며, 무엇보다 보증인이 필요한데 조건이 까다롭다. 정부가 정해둔 일정액의 연 수입과 아이와 같이 거주할 수 있는 거주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일본에 보증인의 조건을 갖춘 친척이나 지인이 없다면 유학의 첫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요즘은 유학원을 통해 사립 중고일관고로 중학교부터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다. 기숙사가 있고 대학까지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할 수 있어서다. 한국보다 덜 어렵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취업 전망도 상대적으로 밝다는 기대감이 크다.


가까우니 더 부모 눈으로 확인해야
일본은 대학 간 서열이 한국보다 더 정형화돼 있고, 국립과 사립·진학 일관학교 등 유형이 다양하며, 각 학교마다 교육 프로그램과 입시 방법 또한 다르다는 점은 유학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방 국공립대학의 위상이 높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는 국립대학이 있어도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 평가받고, 인근의 교토에 유명 학교가 몰려 있다. 이처럼 인구·산업 규모가 교육 환경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은 외국인이 파악하기 어렵다. 또 사립학교 중에는 국어(일본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별도의 과정으로 개설돼 있고 해외 학교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도 많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정복할 수 있고, 진학 일관학교라면 힘든 입시를 거치지 않고도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다. 유명 대학은 지방 분원 학교의 선호도가 본교 수준으로 높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유학원은 이 같은 학교 정보들을 잘 정리해 제공해준다.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무료 유학원은 따로 현지답사를 하거나 수업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신뢰도가 높고 경제적이다.
사설 유학원은 지원 내용에 따라 비용이 크게 차이 난다. 입학금 면제와 같은 특전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고, 편하게 최신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마냥 신뢰하긴 어렵다. 조기 유학은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것이니 만큼,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을지 부모의 눈으로 집적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학교를 다닐 때에도 응원과 경계가 필요하다. 알다시피 일본은 집세, 교통비, 전기세 등 주거에 필요한 필수·공공요금 비용이 높다. 다행히 시간당 급료도 높아 아르바이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유학생들도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 문제는 생활에 젖어 본래의 목표를 잃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 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는 대개 단순 노동직이고, 사회보장도 되지 않아 장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유학까지 와서 ‘2등 시민’ 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학생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유학을 온 의미와 목표를 잃지 않도록 마음과 생활을 다잡아야 한다.


어느 나라나 조기 유학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릴수록 현지 문화와 언어를 좀 더 쉽게 습득할 수 있지만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것은 쉽지 않고, 모국인 한국의 문화와도 멀어질 수 있다. 딸아이 역시 어린 시절 일본에 와 바로 현지 아이들과 입시 경쟁을 하면서 빨리 적응했다. 반면 한국어가 다소 서툴어 아쉽다. 또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면 사춘기의 예민한 마음을 제때 보살핌받기도 어렵다. 현지를 직접 찾아 학교 정보를 꼼꼼히 얻고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은 필수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견을 우선시해서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유학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1. 리츠메이칸 재단의 중·고 일관고 팸플릿. 대원외고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국어(일본어) 이외에는 영어로만 수업하는 바칼로레아 코스를 운영한다.
2. 도시샤 재단이 운영하는 대학과 국제 중·고교. 일본인들은 국제학교보다 명문 사립재단의 중고 일관고에서 국제 과정을 밟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 학교 자체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면, 같은 재단의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어 입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조기 유학도 늘고 있다.
3. 일본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통계 현황. 2018년 3월 기준 중국, 베트남, 네팔, 한국 순으로 많다. 베트남과 네팔 학생이 늘어 한국이 2위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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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10월 17일 8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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