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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9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공학·컴퓨터 관련 전공이 주도하는 미국 대학



미국 대학도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적인 연구보다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사업체가 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국가나 기업의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 전문학교로 바뀌고 있으며, 학생들은 대학을 취직과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내가 재학 중인 조지아공대 역시 ‘Co-op’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한다. 더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경험이 있는 강사를 채용하는 추세다.


창업, 취업 유리한 학과 인기 많아
최근 스타트업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창업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실리콘밸리와 같은 도시들이 생겨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학과 1위는 공학 계열로, 40%를 차지한다.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쉽게 처리하려는 사회적 수요 때문이다. 경영학과도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비율이 높은데, 기술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한 사고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업의 현실화와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크다. 이러한 학과들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며,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아 현재 미국에서 인기가 많다.
실제 미국 대학들은 취업률이 높은 공과대학 중심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조지아대에는 2012년에 처음 공과대학이 생겼고 그해 공대 지원자 수가 다른 순수학문을 배우는 학과의 몇 배를 뛰어넘었다. 공과대학 중 가장 먼저 개설하는 학과는 보통 기계, 전기·전자, 컴퓨터 그리고 생명 관련 학과들이다. 이들은 전혀 다른 전공처럼 보이지만 연관성이 매우 깊다. 예를 들면, 2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웨어링 디바이스( Wearing Device, 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는 실제디바이스를 만드는 기계공학과,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생명공학의 지식, 부품을 다루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전기·전자와 컴퓨터공학과 등이 융합된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이 발달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 전공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공장을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산업공학, 제품의 기능성 향상을 위한 신소재공학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컴퓨터 관련 학과, 세부 전공으로 전문성 강화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컴퓨터 관련 학과들이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나누는데, 하드웨어는 컴퓨터 엔지니어링(Computing Engineering)으로 공과대학에 속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라고 불리며 공과대학 또는 순수 학문으로 구분한다. 참고로 컴퓨터 사이언스는 순수하게 코딩을 가르치고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학과인데, 프로그래머들이 창업에 성공하면서 학과 또한 크게 성장했다. 정보화가 핵심인 시대에서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학과는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는 매년 입학 경쟁률이 급상승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타 전공을 폐지하면서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를 신설하기도 한다.


대마초 합법화로 대마초재배학과도 탄생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전공은 식생활에 굉장히 깊이 들어와 있다. 미국 역시 먹을거리부터 문화 관련 전공까지 다양하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학과 같은 먹을거리 분야부터 비틀즈(영국 밴드) 학과, 볼링 산업 경영학과 등 전공이 다양하고 세분화 됐다. 가장 이색적으로 느낀 전공은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대학의 대마초재배학과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의 일부 주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면서 의료용뿐만 아니라 오락용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대학과 공개적으로 협력을 맺어 수준 높은 연구와 개발을 이어나가며 대마초의 대량생산 및 품질의 다양화에 힘쓰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그로 인해 저렴하고 안전하게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미국에서도 대마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매년 꾸준한 연구 실적과 의료용 대마초 관련 법규 강화가 뒷받침되면서 인식이 좋아지는 분위기다.


내가 전공하는 토목공학과는 한국에서는 대부분 건설환경공학과로 바뀌었다. 전공명이 바뀐 것은 구시대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도 있겠지만 환경 관련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이 많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듯 국가별로 대학 전공들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사회, 문화, 관심 분야를 비롯해 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세계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전공이 공학 계열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더불어 우리 인간의 정신적, 문화적 발전에 기여하는 인문학 계열 학과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 고교 때 알고 지내던 컴퓨터를 잘하는 친구가 대학에서 3D 프린팅을 이용해 인공 팔을 제작했다. 온라인에 있는 오픈소스 코드를 이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2. 컴퓨터 관련 학과에서 ‘꽃’으로 여겨지는 해커톤(Hackerthon). 이는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해킹하는 대회다. 우리 학교는 2년 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3.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마초재배학과의 온실.
4. 일리노이대에서 연구 목적으로 키우던 옥수수 밭.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곳에 함부로 들어가면 퇴학이란 소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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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제(토목공학) spark670@gatech.edu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10월 17일 8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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