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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8호

전공 vs 대학, 핀란드에선 이상한 질문



핀란드에는 총 14개의 일반대학과 24개의 폴리텍대학이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고등 교육의 진학 비율은 약 86%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일반대학에 등록된 학생 수는 약 15만4천 명이며, 이 중 약 2만5천 명이 신입생으로 나타났다. 인문학, 사회과학, 보건·복지 및 농림학과는 대부분이 여학생인 반면, 정보통신기술 분야는 80%가 남학생이다. 일반대학이 이론적인 학문을 가르친다면 폴리텍대학은 이론과 현장 중심의 실용 교육을 함께 배우는 곳으로, 전공 관련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인턴십을 하게 하는 등 실질적인 과정을 운영한다. 보통 일반대학에는 학사·석사·박사과정이 있지만 폴리텍대학에는 학사·석사과정만 있다. 폴리텍대학의 전체 학생들 중 30%는 보건·복지 관련 전공, 24%는 공대, 20%는 경영 관련 전공을 공부한다.


대학은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곳
핀란드 유학을 결정할 때, 학과 커리큘럼과 위치 두 가지를 고려했다. 우선순위는 학과와 커리큘럼이었다. 핀란드 대학의 웹 사이트와 정부에서 운영하는 Study in Finland(핀란드에서 공부하기)에 들어가면 각 대학의 세부적인 전공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다른 대학과 전공을 비교할 수도 있다. 비슷한 커리큘럼이라면 도시에 위치한 대학에 가고 싶었다. 그래야 대학을 다니면서 인턴, 아르바이트 등을 구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선택 과정에서 대학의 이름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핀란드 친구에게 대학 선택 기준을 물어도 대학 이름보다 전공 중심이라고 답한다. 대학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 중심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만난 핀란드 친구들은 전공과 대학 중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핀란드 친구들은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학과에 입학해 얼마만큼의 지식을 얻고 경험했느냐가 미래 직업,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대학 이름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전공에 대한 부담 줄여 대학 입학 유도
핀란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24살에 대학에 입학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나이다. 고교 졸업 후 시험 성적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여행이나 인턴십 등을 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갭이어(gap year)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갭이어를 진로 탐색 연제라고도 부른다. 실제 배우 엠마 왓슨, 해리 왕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딸이 갭이어를 활용해 주목을 끌었다. 핀란드 학생들이 갭이어를 보내는 것은 시간을 두고 자신이 미래에 어떤 걸 하고 싶고,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경험하고자 함이다. 실제 갭이어를 활용한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뭘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었으며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헬싱키와 탐페레 지역의 대학들은 대학 진학 전에 특정 전공을 선택하지 않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기존과 다른 새롭고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전공을 찾지 못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입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에 입학했다면 1년 동안 공과대학에 필요한 기초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고, 다음해에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학부 단위 선발이나 무전공 선발과 같다.


대학 공부 무료지만 누구나 원하지는 않아
핀란드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학문을 통해 구체화하여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대학을 졸업해야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따라서 고교를 졸업했으니 맹목적으로 대학에 가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핀란드의 대학 교육비는 무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을 원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학은 개인에 따라 필요한 것이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헬싱키에 위치한 알토대에서 박사과정까지 졸업한 학생이 핀란드 대기업에 입사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학생들은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명성 높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졸업한 학교에 따라 사회에서 나뉘지 않고 지원 분야에 얼마만큼의 능력과 가치를 보이는지에 집중한다. 핀란드 어디에서도 “고졸이냐?” “대학 나왔냐?” 등의 질문을 하거나 대학 여부로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핀란드에서 대학이란 취업이나 지식의 습득 수단이 아닌, 자기만의 배움의 길을 닦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1. 핀란드 대학원에 입학한 첫날,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2. 대학 어디에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3. 나와 함께 미디어 교육을 공부하는 친구들.
4. 열정적으로 실험하는 핀란드 공대 학생들. 배우고 싶은 열정으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했기에 더 열심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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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7월 18일 8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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