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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호

일상톡톡

오늘 뭐 먹지?

특강과 보강으로 채워진 방학이 두려운 건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체력도 챙기고 공부하는 데도 힘이 되고픈 마음으로 엄마는 오늘도 뭘 해 먹일지 고민합니다.

글·사진 이지혜 리포터 wisdom@naeil.com




/잔소리 대신 엄마표 집밥/

“엄마, 저녁 뭐 먹어?” 방학 때 엄마에게 가장 두려운 질문입니다. 긴긴 겨울방학에는 밥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다음 끼니 고민이 시작되니 돌아서면 밥, ‘돌밥’이라고 하죠. 아들이 기숙형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방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기숙사 퇴소 공지 알림을 보내왔습니다. 반가운 한편 부담감도 없지 않았어요. 매 끼니에 야식까지 꼭 챙겨 먹는 아들은 밥 먹고 5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엽니다. “엄마~ 집에 왜 이렇게 먹을 게 없어?”

급식이 잘 나오기로 유명한 학교이지만 집에 오니 기숙사 반입 금지 식품인 컵라면, 치킨, 피자를 야식으로 달고 삽니다. 하긴 주말마저 학원과 스터디 카페를 오가느라 녹초가 된 아이에게 먹는 기쁨이 얼마나 크겠어요?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니 엄마의 역할은 점점 뒤로 밀려나더군요. 공부도 진로도 이젠 아이의 몫이 됐죠. 다행히 주방은 아직 엄마의 구역입니다. 방학 동안엔 밥도 간식도 응원도 모두 엄마표죠. 잔소리 대신 간접적이지만 집요한 지원이 바로 밥입니다. 아들이 고기 한 점 먹고 정신을 번쩍 차리거나 국 한 숟가락 더 먹고 다음 학기 지필 시험에서 한 문제 더 맞히는 상상을 하는 저, K-학부모 맞죠?





/고기가 없으면 밥이 아니라네요/

주변 엄마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은 방학 때 식비가 엄청나게 많이 든다는 겁니다. 특히 아들이 있는 집은 방학 시작과 동시에 창고형 대형 마트에 가서 고기부터 사옵니다. 소·돼지·닭을 돌아가며 굽고 볶고 끓이다 보면 메뉴도 점점 고갈돼요.

메뉴 고민에 지친 엄마와 고기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아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한 그릇 일품 요리’를 소개합니다. 소고기를 미디엄으로 굽고 무쇠 냄비에 쌀을 넣은 다음, 뜸이 들 때쯤 쫑쫑 썬 미나리와 어 구운 소고기를 마저 올려 익히면 미나리 소고기 솥밥이 됩니다.

비프 부르기뇽도 단골 메뉴입니다. 프랑스식 소고기 찜 요리인데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조리법은 간단해요. 먼저 소고기는 깍둑썰기한 뒤 밀가루로 코팅해 팬에 구워요. 당근, 샐러리, 버섯 등 각종 채소에 토마토 소스와 부르고뉴 품종의 와인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오븐에서 1시간 졸여주면 완성이에요. 와인 향이 더해진 뜨끈한 소고기 요리는 든든한 보양식으로도 제격이에요.

파스타도 베스트 요리로 꼽혀요. 육식파 아들을 위해 간 돼지고기를 듬뿍 넣는 볼로네제 파스타, 토마토와 파프리카, 바질을 넣은 알록달록한 파스타를 만들어줍니다. 보기에도 예뻐서인지 아들은 꼭 리필을 요청하네요. 소스가 남았다면 며칠 후에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넣어 라자냐를 만들어주는데 이 또한 인기 만점이죠. 아들은 쭉쭉 늘어나는 치즈 폭탄 같은 라자냐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대요.





/자정엔 컵라면 대신 바질 치킨 윙/

자정 즈음 학원에서 들어와 출출하다며 컵라면을 먹겠다는 아들에게 바질 치킨 윙을 만들어줬어요. 먼저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아들의 쪽지가 있지 뭐예요. ‘엄마, 엄청 맛있더라. 내일 아침이 되면 잘 먹었다고 말하는 걸 잊을 듯해서. 고마워.’

불 앞에 서서 요리하는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아이의 마음이 돌밥 챗바퀴의 만능 치트키가 됐어요. 열두 첩 반상은 아니어도 색다른 음식을 만들고, 레스토랑 분위기 낸다고 커다란 접시를 꺼내 테이블 세팅에 애쓰기도 하는 엄마표 집밥. 아이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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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CHAT | 일상톡톡 (2026년 02월 11일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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