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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218호

톡 쏘는 홈 수다

공부하는 거 맞아?

다른 애들은 다들 ‘열공’하는 것 같은데 우리 집 방문 너머에서는 오늘도 묘한 기 싸움이 일어납니다. 닫힌 아이 방의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스마트폰 불빛. 이를 지켜보며 참을 인 자를 거듭 새기던 엄마는 결국 답답함을 풀어냅니다.

이지혜 리포터 wisdom@naeil.com



내 자식이라 참는다


우리 집 상전의 기묘한 루틴

애들 책상에 앉았나요? 우리 집 상전은 공부 시작한다더니 50분 간 욕실에 있다가 나왔는데, 무슨 온천인 줄! 욕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네요. 학원비 대기도 벅찬데 이젠 수도세에 급탕비 걱정까지 하게 생겼어요 ㅎㅎ;; 씻었으면 방에 들어가 학원 갈 준비를 하지, 지금까지도 거울 앞에서 고데기랑 씨름 중이에요. 앞머리 각도가 1도라도 처지면 창피해서 학원을 못 가겠다나 뭐라나… 결국 학원 시간 늦었다고 징징거려서 제 손으로 택시까지 태워 보냈네요.

게다가 수행평가는 왜 꼭 전날 밤 11시에 고백하는 걸까요? “엄마, 내일 보고서 제출인데…”라고 할 때마다 제 심장이 다 덜컹 내려앉아요. 지난 학기에는 밤새 보고서에 쓸 글씨체만 고르더라고요. 결국 속 터진 제가 옆에서 타이핑 다 해줬어요. 이젠 수행평가도 학교에서만 한다니 좀 나아지겠죠? 이 정도면 졸업장은 아이와 제가 같이 받아야 할 듯. 매일매일 뒷목이 뻐근해요. ㅠㅠ


책상 앞의 이중 생활, 영혼은 로그아웃?

그 정도면 양반입니다. 우리 집 애는 공부한다더니 갑자기 안 하던 방 청소를 시작하더라고요. 평소엔 돼지우리처럼 해놓고 살더니, 꼭 책만 펴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그렇게 소중하고 청소가 재밌나 봐요. 겨우 책상 앞에 앉혀놨더니 귀에 에어팟을 아예 박제했어요. 노래 따라 부르는 소리가 거실까지 다 들리는데 아이돌 컴백 무대인 줄… 음악 들으면서 공부가 되나요? 또 입만 열면 “이번 시험 망했다”고 징징거리면서도, 손에서는 절대 휴대폰을 놓지 않고요. “신체 일부냐?”라고 제가 한마디 하면 바로 “사춘기는 건드리는 거 아냐”하는데 정말 기가 차요.

그뿐인가요? 학원 갈 시간 5분 전에 갑자기 배고프다고 시리얼을 한 사발 말더라고요. 뇌가 돌아가야 공부를 한다면서요. 한 알 한 알 어찌나 꼭꼭 씹던지… 아이는 소화가 잘되겠지만 그 모습을 보는 저는 몸에서 시리얼만 한 사리가 생기는 느낌이에요.


‘폰아일체’ 자식에 해탈 직전

다들 비슷하네요. 남편이랑 저는 애 몰래 별명을 ‘폰·아·일·체’라고 지어줬어요. 방학 내내 학원 오가는 시간이랑 자는 시간 빼고 남는 10시간을 웹 드라마와 유튜브로 채웠거든요. 제 인내심이 바닥났었는데 반갑게도 개학이네요. 눈물이 다 나요.

얼마 전엔 패드를 켜고 인강을 열심히 듣기에 기특해서 슬쩍 봤더니 아뿔싸! 화면 아래에 쇼츠를 작게 띄워놨더라고요. 그뿐인가요? 영단어 외운다고 큰소리치더니 딱 한 번 읽고는 다 알겠다며 덮어버리는 거예요. “엄마, 난 이미지로 외워!” 하는데… ㅠ_ㅠ

그래도 “학원 다녀올게~” 하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 짠한 게 엄마 마음인가 봐요. 내일은 제발 등짝 스매싱 날리지 않는 평화로운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Reporter’s NOTE/

우리 집 거실 풍경과 너무 똑같아 쓴웃음이 나지는 않으셨나요? 아이들이 방문을 닫고 딴짓을 하는 건 공부를 하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불안감을 잠시 피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오늘 밤에는 ‘공부 다 했니?’라는 날카로운 확인 대신 ‘오늘 하루도 애썼다~’라는 무심한 격려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슬쩍 방에 넣어주면 어떨까요? 닫힌 방문이 아주 조금은 빨리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는 쉽지 않죠.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격한 공감이 필요한 학부모를 위해 ‘톡 쏘는 홈 수다’를 새롭게 시작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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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5 초사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