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가기만 하면 아이와 부딪힐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맞춤으로 준비했는데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반응도 없고 뚱한 표정. 그래도 따라와주니 고마워해야 할까요? 좌충우돌 가족 나들이를 소개합니다.
글 박선영 리포터 hena20@naeil.com
나들이에서도 상전인 너희들
여행 아니라 고행
고1 여름방학 때 여수와 통영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장거리 운전에 날은 더웠지만 아이의 기분을 맞춰준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도 틀었는데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뺄 생각도 안 하더라고요. 차에서 내내 잠만 자더니 맛집 가서 맛있는 거 먹을 때만 반짝 기분이 좋아보이고요. 계속 덥다고 짜증만 내는 사춘기 아들과의 여행. 그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었어요.
게임이 뭐길래
여름휴가로 가족이 함께 제주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제주는 워낙 자주 가다 보니 큰애는 또 제주도냐며 시큰둥했지만 그래도 잘 놀더라고요. 여행 마지막 날, 게임 ‘덕후’가 꼭 방문한다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공항에 갈 시간은 넉넉히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박물관에 볼거리가 너무 많다는 점! ‘조금만 더’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죠. 결국 게이트까지 전력 질주해 겨우 비행기를 탔습니다.
감히 애니메이션 보다가 코를 골다니
저와 딸아이는 영화 취향이 서로 달라요. 딸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저는 역사 영화를 좋아해요. 중간고사가 끝나 모처럼 딸이 보고 싶어 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 갔어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락실도 가고 인생 네 컷도 찍고 데이트 분위기는 최상이었어요.
한데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쯤 지나자 잠이 쏟아지더라고요. 딸이 계속 저를 찌르며 깨웠지만 소용없었죠. 영화가 끝나자 딸이 코까지 골았다며 불만을 쏟아냈어요. 저도 서운함이 밀려 오길래 네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영화도 네가 골랐으면서 너무한 거 아니냐며 유치하게 응수했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말 한마디도 안 섞었어요. 그런데 자기 전에 딸한테 문자가 오더라고요. “엄마,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 꼭 보고 싶었던 영화라 엄마랑 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 화를 냈는데 미안해. 다음에는 같이 역사 영화 보자!” 그날의 인생 네 컷을 보면 롤러코스터급 데이트가 생각나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스테이크가 살린 벚꽃 놀이
무뚝뚝한 아들에게 화사한 벚꽃을 보여주고 싶어서 야심차게 계획한 주말 나들이. 출발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진짜 좋았어요. 신나는 음악을 틀고 간식도 먹고, 딱 봄 나들이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우리만 벚꽃을 보러 온 게 아니었어요. 차가 서서히 막히더니 급기야 거의 기어가는 속도가 됐고 웃고 떠들던 차 안이 싸해지기 시작했죠. 예상 도착 시간은 계속 늦어지고 남편은 점점 초조해하고 애들은 창밖만 보면서 지루해하더라고요. 분위기를 살려보겠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실패.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지만 벚꽃은 진짜 예쁘더라고요. 사진도 찍고 분위기가 살아나나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막내 왈 “벚꽃 보러 온 거 아니고 사람 보러 온 거죠?”. 다 같이 빵 터졌고 결국 스테이크를 먹으러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Reporter’s NOTE/
즐거워야 할 여행길에 사춘기 아이와 부딪혀본 경험, 꽤 흔하죠. 차에서 시작된 신경전이 여행지에서도 이어지고 결국 ‘싸우러 왔나?’ 싶은 순간도 생겨요. 결국 그마저도 여행의 추억이 되지만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는 쉽지 않죠.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격한 공감이 필요한 학부모를 위해 ‘톡 쏘는 홈 수다’를 새롭게 시작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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