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입시 결과에서 본 희망
5월 초부터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전년도 입시 결과가 올라옵니다. 올해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자료지요. 경쟁률부터 충원율, 추가 합격 인원, 최종 합격자의 성적까지 궁금했던 전년도 결과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대입 지원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는 최근 3개년 입시 결과를 펼쳐놓고 비교합니다. 특정 해에 경쟁률이나 합격선이 크게 출렁였다면 전형 요소가 달라졌는지, 수능 최저 기준이 바뀌었는지 꼼꼼히 살피죠. 그렇게 숫자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아이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을까?’
‘경쟁률은? 추가 합격은 얼마나 돌까?’
숫자를 분석하지만, 입시는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보다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다른 학과를 선택해주길, 운도 조금 따라주길 바라게 되더군요. 불안과 기대가 함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전년도 입시 결과는 판도라의 상자?!
둘째 아이의 입시가 끝났습니다. 아이는 가고 싶었던 대학 논술전형에서 예비 4번을 받았습니다. 모집 인원이 6명이라 기대를 접으려 했지만, 논술전형은 추가 합격이 많이 도는 경우도 있어 작은 희망을 놓지 못했죠.
1차 추가 합격 발표에서 예비 2번이 됐지만, 끝내 합격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시는 마무리됐고, 아이는 정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연히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입시 결과를 보게 됐습니다.
‘볼까 말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차피 끝난 일인데 굳이 확인해서 마음만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싶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증을 그냥 묻어두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 지난 일인데 한번 보자’ 싶어 마우스를 클릭했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자연 계열 25개 모집 단위 중 아이가 지원한 학과의 논술고사 최저점보다 최고점이 낮은 학과가 6곳, 평균 점수가 낮은 학과가 14곳이나 되더군요. 추가 합격 인원도 5명에서 많게는 13명까지 돈 학과가 절반이 넘었고요. 모집 단위에 따라 결과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대입이 운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외면하나 싶어 억울한 마음도 잠시 들더군요.
충원 발표 때마다 긴장하며 결과를 확인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담담한 척했지만 아이가 느꼈을 허탈함과 좌절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전년도 입시 결과를 왜 ‘판도라의 상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입시 결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전했죠. 그런데 아이는 의외로 담담하게 저를 위로해줬어요.
“엄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괜찮아. 내가 부족했던 거야. 엄마 탓 아니야.”
마음이 참 먹먹했습니다. 입시는 끝났어도 부모의 마음은 끝까지 아이 앞에서 미안함과 바람 사이를 오간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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